[단독] “한학자 기소 기정사실화...윤영호 부인 횡령 고소로 국면 전환해야”
‘한 총재 조사 피하면 성공보수 10억’ 오광수 변호사 선임…吳, 전격 사임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의 파장으로 종교단체 통일교도 특검 수사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김 여사가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의 선물을 받았다는 사실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위한 통일교의 '대선자금 지원'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만큼 통일교 측의 움직임도 기민한 듯하다. 김건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조사한 당일 교단 측은 곧바로 내부 회의를 열었고, 5일 후 '한학자 총재가 수사망을 피할 시 성공보수 10억원'을 조건으로 오광수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취재 결과 파악됐다. 오 변호사는 이재명 정부 초대 민정수석 후보자로 지명됐다 낙마한 인물로, 교단 측이 현 집권 세력과 연이 있는 법조인들 접촉에 나선 것이다. 오 변호사는 논란이 일자 9월4일 한 총재 변호인단에서 전격 사임했다. 이런 가운데, 특검팀은 한 총재를 소환조사한 뒤 재판에 넘길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탄원서·서한 등 여론전, 정치적 접근 방안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특검팀 조사를 받은 8월27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舊통일교, 이하 가정연합) 내에서는 수사 상황 관련 회의가 진행됐다. 교단 세계본부장 등이 회의에 자리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한 총재 비서실장을 지낸 정원주 천무원 부원장에 대한 조사와 관련해 "정 부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지만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 "정 부원장은 의사결정권자가 아니고 윤영호(전 세계본부장·구속 기소)와 어머님(한학자 총재) 사이의 소통 창구 역할이었기 때문에 구속한다고 해서 얻을 실익이 없다"는 게 이유다. 정 부원장의 구속영장 기각을 위해 대형 법무법인 등을 동원해야 한다는 점도 검토됐다.
또 탄원서와 서한을 통한 여론전, 정무·정치적 접근 등의 방안도 거론됐다. 이처럼 법리 이외의 것은 자문변호사의 의견을 듣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여기서 자문변호사로는 검찰총장 출신 김오수 변호사와 수원지검장을 지낸 강찬우 변호사가 논의 대상에 올랐다. 특히 강 변호사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과 연수원 동기로서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정무적 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교단이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등 집권 세력과 가까운 인물을 통해 한 총재를 방어하려 했던 것으로 보이는 지점이다. 강 변호사는 앞서 8월25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변호사법 등을 이유로 "사건 수임 여부부터 자세한 사항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전한 바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학자 총재의 소환조사는 물론 기소를 기정사실로 간주한 대응책도 거론됐다. 특검팀은 앞서 8월 두 차례 정 부원장을 소환조사한 데 이어 9월8일 한 총재 소환을 통보했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한 총재 등도 교단 세계본부장을 지낸 윤영호씨의 공범으로 보고 재판에 넘길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고려해서인지, 8월27일자 교단 보고서에는 "윤영호가 모든 진행 상황에 대해 총재님께 다 보고했다고 진술해서 총재님 조사는 불가피하다"고 돼있다. 이에 대해 교단 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은 "윤영호 공소장을 그렇게 썼기 때문에 소환이 문제가 아니라 기소가 거의 기정사실화된 느낌"이라며 "이○○씨(윤씨의 배우자이자 전 재정국장) 횡령 부분을 빨리 찾아서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씨의 공범으로 지목된 한 총재 등의 소환조사는 물론 기소는 시간문제라는 취지다.
실제로 회의 이후인 9월1일 오광수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가 한 총재의 대리인으로 추가 선임됐다. 교단 내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선임계약 3억원, 성공보수는 한 총재 조사 여부 등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10억원 이상을 지급하는 것으로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오 변호사는 이재명 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지명됐다가 차명 부동산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낙마했다. 시사저널은 9월4일 오전 오 변호사에게 이에 대해 물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오 변호사는 이날 오후 법무법인을 통해 사임 의사를 밝혔다.
공교롭게도 가정연합 측은 오 변호사를 선임한 이날 이씨도 고소했다. 법무법인의 조언대로다. 교단 측은 9월1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씨 남편인 윤영호 전 본부장이 김건희씨에게 고가의 명품을 선물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자금 출처에 의문을 품고 이씨 재직 시기의 예산 집행 내역을 검토했다"며 "이씨가 20억원에 이르는 교단 자금을 편취(속여 빼앗음)하거나 사기적인 방법으로 수령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씨는 "이런 자금의 기획과 집행은 당시 본부 내 지시에 따른 것이었고 재정국장으로서 행정적 절차를 수행했을 뿐"이라며 이를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고가의 금품 선물과 관련해 정 부원장의 구체적 지시 등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단체의 조직적 선거 지원 도마에
민중기 특검팀은 9월4일 한학자 총재의 변호인단 문제와 관련해 "김오수 변호사는 선임계도 접수된 분이 아니다"며 논란에 대해 선을 그었다. 또 대형 법무법인 소속 판사 출신 변호사가 과거 근무 인연이 있는 민중기 특검을 만났다는 논란과 관련해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가 타 사건으로 담당 특검보를 만난 후 돌아가는 길에 인사차 잠시 특검실에 들러 차담을 나눈 사실이 있다"며 "그 변호인은 통일교 사건의 변호인이란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관련 변론 사항도 없었으며, 안부 등 일상적 인사만 나눈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8월29일 김건희 여사를 구속기소한 상황에서 불거진 교단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명한 것이다.
특검팀은 앞서 김 여사의 공소장에서 "한학자 총재 결단에 따라 윤영호씨는 통일교의 인적·물적 자원을 이용해 윤 전 대통령 선거를 적극적으로 도왔다"고 했다. 교인들의 국민의힘 당원 집단 가입과 관련해 "한 총재의 승인하에 통일교 조직, 재정을 이용해 윤 전 대통령과 그 주변 정치인들의 정치활동 및 선거운동을 지속해서 지원했다"고 적시됐다. 또 "윤씨가 2022년 4월쯤 한 총재에게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김 여사에게 선물하겠다'는 취지로 보고해 승인받았고 2022년 1월5일 권 의원에게 윤씨가 금품을 제공한 것도 한 총재 승인이 있었다"고 했다.
김 여사는 2022년 4~7월 윤씨가 전성배씨를 통해 세 차례 건넨 목걸이와 가방 등 8239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은 후 같은 해 7월15일 윤씨에게 전화해 감사 인사를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소장에는 이와 함께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통일교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씨는 2021년 12월29일과 2022년 1월5일 윤정로 전 세계일보 부회장을 통해 권성동 의원을 만났다. 윤씨는 이 자리에서 교단의 대선 지원 등을 제안했고, 2022년 1월5일 한 총재 승인을 받고 권 의원에게 금품을 제공했다. 이후 권 의원은 2022년 2월8일 경기도 가평군 소재 통일교 건물을 방문해 윤 전 대통령(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을 돕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었다. 특검팀은 20대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윤씨가 권 의원 등을 만난 시점으로 두 날을 특정했는데, 이 중 3월22일은 윤씨가 당선자 신분인 윤 전 대통령도 잇달아 만난 날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정연합 측은 여러 의혹에 대해 윤씨의 개인적 일탈 행위라며 선을 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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