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창녕 주민 “물 끌어다 부산 식수로? 우린 생존권 위협”

이지혜 2025. 9. 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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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특별법’ 재발의]
취수원 다변화 재추진 강력 반발
“합천 황강·창녕 강변여과수 공급
수질 오염·농업용수 고갈 불 보듯”
‘30년 난제’ 지역갈등 재현 조짐

낙동강 취수원을 다변화하는 ‘낙동강 특별법’이 재추진되면서 합천·거창·창녕 등 취수원 지역민들의 반발과 갈등이 다시 재현될 조짐이다.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낙동강 수질 악화문제에 기후 변화 등을 이유로 취수원 다변화를 주장하는 부산·동부경남지역과 농사용 지하수 고갈 등 피해를 우려하는 서부경남지역 취수원 인근 주민들의 의견이 다시 팽팽하게 맞설 것으로 보인다.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갈등= 낙동강 수질 개선 문제는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 사고를 계기로 먹는 물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한 이후 30년 이상 해결하지 못한 난제다.

낙동강 수질 개선 어려움이 계속되자 먹는 물 문제 해결을 위해 합천 황강 복류수와 창녕 강변여과수를 동부 경남과 부산에 공급하는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지난 1996년 정부가 부산지역 식수확보를 위해 합천댐 하류 49㎞ 지점에 광역취수장을 설치해 1일 100만t을 취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가 합천 지역민의 반발에 부딪힌 이후로 2019년 부산시가 “더이상 남강댐물을 부산에 공급해 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할 때까지 정부 계획 발표와 지역의 반발은 계속 반복돼 왔다.

이후 환경부는 지난 2019년 3월 ‘낙동강유역 통합 물관리 방안 마련을 위한 용역’을 시작했고 2021년에는 합천 황강물과 창녕 강변여과수를 중동부 경남과 부산에 공급하는 내용을 담은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이 취수원 착공 전까지 합천·창녕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조건으로 통과했다.

그러나 주민 동의를 구하는 과정 등에서도 지역민의 반발이 이어지자 국회에서는 2024년 해당 사업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고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이 발의됐다. 법안에는 안전하고 깨끗한 수돗물 생산, 공급에 관해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를 부여하고 취수원 다변화 사업의 신속하고 원활한 추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와 타당성 재조사를 면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취수지역(영향지역) 주민의 소득증대와 복지증진을 위한 지원기금 운영, 취수지역 경제진흥 및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정비사업 추진 등도 포함됐다.

황강광역취수장 반대 군민대책위원회가 지난해 7월 15일 국회서 낙동강특별법의 영구 폐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경남신문 DB/

◇취수원 지역 반발 계속= 합천·창녕·거창 등 취수원이 있는 지역 주민들은 농사용 지하수 고갈로 인한 농업 피해 등을 우려하며 반발을 이어오고 있다.

합천 지역에서는 황강이 수질오염총량제, 자연생태 1등급 등으로 묶여 각종 개발사업 규제를 받고 있는데, 향후 광역상수도가 설치되면 맑은 물 공급을 위한 규제가 더욱 강화되어 농·축산업에 기반을 두고 있는 합천군 주민들의 삶과 생존권이 심각하게 위협받는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왔다. 거창지역에서도 농업을 기반으로 두고 있는 농가에 대한 유·무형의 피해와 지역 중장기 발전 계획에 족쇄가 채워지게 될 것이라며 우려가 이어졌다.

주민 동의를 전제하면서도 주민들의 적극적인 반대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은 더욱 큰 목소리로 힘이 실렸다.

경남도와 도의회 등에서는 주민 의견수렴을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을 건의하고 대정부 건의문을 채택하는 등 지역민 동의를 전제로 하며 정부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에는 제동을 걸었다. 도내 환경단체도 취수원 이전은 낙동강 물 갈등의 해법이 될 수 없다며 낙동강 원수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후 국회에서 ‘낙동강 특별법’이 발의되자 지역민들은 다시 거센 항의를 이어갔다. 황강광역취수장 반대 군민대책위원회는 지역민 의견은 하나도 청취하지 않은 채 만들어진 법률로, 내용 역시 밀어붙이기식의 속도전을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맑은 물 공급을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낙동강 본류의 수질 개선이다. 그간 자정작용을 해온 황강물이 악화되는 것은 뻔한 일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황강물 담수량이 10년간 54%에 그친다. 농업용수나 식수로 부족한 양이다”며 “재산권 피해와 생활 불편 등 영향에 대한 정확한 판단 없이 밀어붙이기식은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이지혜 기자 j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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