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광주 항일운동 안내판
무단 훼손·멸실 확인…처벌 불가
도 “지주가 철거 요구땐 방법 無”
전문가, 시민 참여 '명소화' 제안

경기도 예산으로 광주시에 설치된 한 항일운동유적 안내판이 최근 무단 훼손된 사실이 인근 CCTV를 통해 확인됐다. 현행 조례상 안내판 훼손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 대응은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는 단순한 처벌 강화보다 시민 참여를 통한 관리·활용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인천일보 2025년 8월14일자 6면 잊힌 독립의 흔적…항일 유적 3곳 중 1곳 안내판 훼손>
4일 인천일보가 확보한 CCTV 영상에는 지난 7월31일 광주시 도척면 '장항장터 이천 의병전투지' 안내판을 성인 남성이 뽑아내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해당 안내판은 지난해 광복회학술원이 발간한 '독립운동 사적지 관리체계 및 활용방안 연구' 전수조사에서 '훼손' 상태로 분류됐으나 지난달 경기도 점검에서는 '멸실' 상태로 확인됐다.
장항장터 이천 의병전투지는 1896년 이천 의병이 광주 백현 전투 뒤 퇴각하는 일본군을 다시 공격해 대승을 거둔 곳이다.
인근 주민은 "이곳이 역사적 공간인 건 동네 사람들이 다 알고, 안내판은 국유지에 설치된 것으로 아는데 누군가 마음대로 뽑아놨다"며 "안내판이 있던 국유지를 펜스로 둘러 무단 점유한 것 같다"고 했다.

경기도가 2016년 제정한 '항일운동 유적 발굴 및 보존 조례'는 안내판 설치와 관리의 근거 규정만 있을 뿐 무단 철거·훼손에 대한 처벌 조항은 두고 있지 않다.
도 관계자는 "광복절이나 3·1절 전후로 점검을 실시해 훼손이나 멸실이 확인되면 재설치를 검토한다"며 "땅 소유주가 바뀌어 철거를 요구하면 강제로 막을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처럼 인위적 훼손 정황이 확인된 사례는 처음이라 대응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라고 했다.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기획실장은 "현재 행정지원 체계만으로는 독립운동 안내판을 비롯한 현충시설 전반을 관리하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관리 중심이 아니라 활용의 관점에서 지역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례로 처벌 규정을 만들 순 없고 처벌이 능사도 아니다"라며 "마을공동체,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이 유적지를 관리하며 역사 교육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 경기옛길처럼 스토리텔링을 접목해 시민들이 자주 찾는 명소로 만들어야 한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역사적 공간의 생활화가 훼손을 막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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