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가수 무료공연 갔는데 1시간 상조영업… “효도관광인줄”
수원서 ‘가수 무대 관람’ 모집 홍보
시작전 후원사라며 상조 가입 안내
1시간 넘게 이어진뒤 노래 5곡 뿐
‘효도관광’ 방식, 공정위 “제지 못해”
업체측 “대리점 자체 진행” 선 그어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유명 가수의 무료 공연을 미끼로 사람들을 모객한 행사가 보험·상조 상품 영업 현장으로 바뀌며 소비자 기만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6시 50분 수원시의 한 컨벤션홀. 입구에는 모 여성 발라드 가수의 무료 공연을 알리는 배너가 걸려있었다. SNS에서 신청자를 받고 추첨을 통해 당첨자에게 무료 관람 기회를 제공한다는 이날 공연에는 200여명이 모여들었다.
관람객들은 기대를 안고 공연을 기다렸지만 무대 분위기는 이내 모 상조회사의 영업장으로 변했다. 공연 사회자는 시작과 함께 후원사라며 한 상조사를 소개했고 뒤이어 무대에 오른 상조사 관계자는 1시간 넘게 상조 상품을 홍보했다.
홍보는 ‘당일 한정 가입’, ‘현장 선착순 경품’ 같은 문구로 채워졌다. 그동안 현장 직원들은 관람객들에게 가입 신청서를 돌리며 이름, 주소 등 인적 사항을 적도록 했다. 시끄러운 공연장 분위기 속에서 약관에 대한 세부 설명은 생략된 채 “동의항목에 체크 해주시면 된다”는 안내가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사진 촬영과 핸드폰 사용은 제지를 받았다.
상조 영업이 끝나고 오후 8시가 돼서야 예정된 가수의 무대가 시작됐지만 이날 공연은 앙코르를 포함해 다섯 곡에 그쳤다. 관객들의 반응은 씁쓸했다. 30대 관람객 A씨는 “무료 공연이라고 해서 큰 기대는 안했지만 절반 이상이 영업인 줄 알았다면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40대 관람객 B씨는 “예전에 효도관광이라며 어르신들에게 건강식품을 팔던 방식이 생각났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 같은 ‘위장 콘서트’ 영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올해 초 서울에서도 유명 강연자를 내세운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보험·상조 가입을 유도한 사례가 있었고 이번 행사 역시 이달 내내 안산, 파주 등 도내 주요 거점도시는 물론 부산 등 전국적으로 일정이 잡혀 있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불만에도 공정거래위원회 측은 별다른 제지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전에 상조 상품 설명이 있을 것이라고 고지했다면 법적인 문제는 없어 보인다”며 “보험·상조 업계의 마케팅 방식을 하나하나 제재하면 산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하다”고 말했다.
다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충분한 고지 없이 가입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스스로 약관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상조사 측은 본사 주관 행사가 아닌 상품을 위탁 판매하는 GA(대리점) 조직이 진행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상조사 관계자는 “영업 방식은 GA의 판단이므로 본사에서 답변하기 어렵다”며 “다만 현장에서 공연을 본사 후원으로 소개한 것과 현장 직원이 본사 직원이라고 언급하며 신뢰성을 내세운 것은 잘못된 방식이고 개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지원 기자 zon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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