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호랑이 연구자, 호랑이 복원 반대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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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한국의 야생 호랑이는 0마리.
1924년 2월 1일자 매일신보에 실린 강원 횡성군에서 호랑이가 잡혔다는 기사가 사진이 남은 남한 내 마지막 공식 기록이다.
국내 유일의 호랑이 연구자 임정은(42)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선임연구원은 그래서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호랑이 연구자임에도 호랑이 복원을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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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 출간
"호랑이 살리는 일, 인간이 사는 길"

2025년 한국의 야생 호랑이는 0마리. 1924년 2월 1일자 매일신보에 실린 강원 횡성군에서 호랑이가 잡혔다는 기사가 사진이 남은 남한 내 마지막 공식 기록이다. 국내 유일의 호랑이 연구자 임정은(42)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선임연구원은 그래서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우리 땅에 호랑이도 없는데, 왜 연구하세요?"
동물에겐 국경이 없다
임 연구원이 최근 출간한 '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는 생물보전학자로서 이에 대한 답을 담은 에세이다. 그는 대학생 때 동물원에서 본 표범의 자태에 빠져 10년간 세계 각국을 누볐고, 2016년부터 국립생태원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달 26일 전화 인터뷰에서 "동물에겐 국경이 없고, 동북아 지역은 단일 생태계"라며 "우리가 몽골에 나무를 심는 것과 같이 생물다양성 보전을 더 이상 내 뒷산, 우리나라 국경에 한정한 문제라고 여기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동북아 지역의 호랑이와 표범이 멸종 위기에서 벗어나 살아가는 것"이 학자로서의 목표다.
학계는 현재 중국과 러시아에 우리 땅에 살았던 아무르 호랑이가 약 750마리, 아무르 표범이 약 150마리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거와 비교하면 멸종 위기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유전적 다양성을 고려하면 안심하기에는 이른 수준이다.

생물다양성은 그 중요도에 비해 정책적 후순위로 밀리기 일쑤다. 임 연구원은 그러나 기후위기만큼 생물다양성도 인류 생존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엔 박쥐 수가 감소하면 영아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됐다. 박쥐가 줄어 이들이 잡아 먹는 해충이 늘어났고, 예년보다 농약을 30% 더 많이 쓰면서 영아 사망률이 8%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호랑이 같은 최상위 포식자는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호랑이가 있다'는 건 굉장히 건강한 생태계라는 지표예요. 호랑이 서식지는 반경 3,000㎞로 굉장히 넓죠. 그러면 그 안의 먹이 동물이 충분하고, 식생이 잘 발달돼 있다는 뜻이거든요. 동북아환경협력계획(한·북·중·러·일·몽 6개국)에서 뽑은 깃대종(특정 지역 생태계를 대표하는 동·식물) 6종 중 하나도 호랑이예요." 생물다양성이 보전돼야 할 '인간적 이유'다.

'보전'만큼 중요한 '공존'
호랑이 같은 육식 동물은 특히 '보전'만큼 '공존'이 중요하다. 인간과 서식지가 겹치면서 갈등이 생기는 순간, 그만큼 멸종 가능성이 높아진다. 임 연구원이 현장 연구를 위해 방문했던 중국 훈춘, 라오스 남엣푸루이 등지에서도 호랑이가 소와 같은 가축을 잡아먹자, 주민들은 호랑이 사냥으로 맞불을 놨다. 남엣푸루이에선 2010년만 해도 약 20마리 호랑이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는데, 주민들이 해마다 호랑이를 5마리씩 잡아들이면서 약 4년 만에 자취를 감췄다.

호랑이 연구자임에도 호랑이 복원을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2021년 복원이 필요한 동물을 설문조사 했을 때 1위는 호랑이(16.7%)였다. 그는 "호랑이의 최소 생존 개체군이 50마리인데, 활동 반경까지 고려하면 인구밀도가 높고, 등산 인구가 많은 남한에선 현실적으로 복원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보단 지금, 인간과 함께 도시에 살고 있는 야생 생물과 공존하는 법을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너구리와 오소리 같은 야생 동물에 대한 민원이 늘고 있다. 그는 "공존을 위해서는 사람들의 의지와 너그러움이 필요하다"며 "인간 중심의 관점을 잠시 내려놓고 야생 생물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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