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토종씨앗도서관, 200여 종 전통 씨앗 지키며 자연농업 전파
강한 자생력·병충해 내성 입증…지역 농업 발전 가능성 제시

우리나라 대대로 전해내려오는 '토종씨앗'을 모으고 재배와 농업 기술 전파까지 도맡은 포항토종씨앗도서관이 지역 농업 발전의 중심이 되고 있다.
오늘날 옛 것이 잊혀지고 새로운 문화가 급속도로 쏟아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꿋꿋이 전통의 가치를 찾아 다음 후대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씨앗 전파는 단순한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강인한 자생력, 낯선 토양에서도 금새 적응하는 특성, 인체 건강에도 유익함을 주는 등 원조 씨앗의 가치는 현대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천 기룡산이 한 눈에 보이는 자연공간
4일 오전 포항시 북구 죽장면 두마리 두마마을에 위치한 포항토종씨앗도서관.
굽이굽이 비포장 도로를 한참 지나가야 비로소 사람사는 흔적이 나올 정도로 외딴 곳에선 탁 트인 공간과 맑은 공기에 저절로 감탄이 쏟아진다.
정남향인 이 곳 위치도 해발 520m 정도로 고지대인데 바로 옆편엔 숱돌봉이라 불리는 800m 가량 산지, '사자바위', 보현산 줄기와 이어진 '작은 보현산'이 둘러싸여 있다.
특히 포항토종씨앗도서관 앞에는 한눈에 시야를 사로잡는 영천 기룡산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으며 포항 끝자락이면서도 일찍 해가 뜨고 늦게 해가 지는 이색적인 지리적 특징도 나타낸다.
이러한 곳에 '꼬끼오'하고 우는 닭들과 머스코비로 불리는 오리과 기러기가 키워지고 있으며 다소 정리되지 않은 듯한 경작 공간에는 토종 씨앗으로 시작돼 재배되는 다래, 대파, 감자 등이 기지개를 키듯이 왕성한 생명력을 선보인다.

△포항토종씨앗도서관, 토종씨앗 강점과 자연농업 전수까지
포항토종씨앗도서관을 맡고 있는 이완기(61) 대표는 아내 김미자(58) 씨와 이 곳을 지키며 가꿔나가고 있다.


크게 양계장 2동, 농막, 포항씨앗도서관 건물, 자택, 표고버섯 숲으로 구성되는데 '토종씨앗을 나눠요', '화학비료, 농약살포, 밭갈이, 비닐멀칭 금지', '토양을 살립시다', '쉿! 닭에게 노크하세요' 등 표지판은 포항씨앗도서관이 추구하는 "자연농업 가치"를 고스란히 나타낸다.
도서관이 보유하고 있는 토종 씨앗은 200여 종. 이 중 100여 종이 전시되고 최근 3~5년간 포항을 포함한 인근 지역에서 채종(씨앗 수집)한 40~50종이 방문객과 원하는 인원들에게 '나눔'된다.

조선우엉, 흙토끼, 사과참외 등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희귀한 이름의 씨앗들이 별도 냉장 또는 냉동 창고에서 보관되거나 직접 재배를 통해 증산되기도 한다.
귀한 토종 씨앗은 대표적으로 포항토종씨앗도서관, 전국씨앗도서관 협의회, 봉화에 위치한 산림청 산하 '시드 볼트', 전주에 있는 유전자원센터로 각각 보내져 보관되는 구조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자연농업 전수와 토종 씨앗에 관심이 있는 인원들이 수시로 방문하며 교육을 받거나 안내를 받는다.

△단순 전파에 그치지 않고 연구까지 더해 미래 발전 역할도
가장 최근인 지난 8월 30일과 31일 양일 간 전국씨앗도서관협의회·포항토종씨앗도서관 워크숍이 열리는 등 씨앗 연구, 조리법 연구, 개량 분석도 이뤄지고 있다.
또한 요가 전문가와 장애인들이 치유와 환경운동 차원에서도 들리고 포항시 남구 연일읍 자명에서도 자연농업 체험이 공유되기도 한다.
이 대표의 자연농업 스승은 제주도에 있는 김윤수(64) 씨로 자연 양계, 자연 축산은 물론이고 양배추 재배가 특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계 원종이자 미국종인 아메라우카나 닭과 식용 기러기인 머스코비 덕이 대류 현상을 적용한 자연 환기 구조 하에 성장하고 참나무 원목 3000본 규모인 표고버섯도 혁혁한 소득 효자 노릇을 한다.
무엇보다도 닭 먹이부터 황토, 비지 등이 숙성 발효돼 만들어지고 농작물 역시 일반 농작물과 달리 깊은 맛, 수확 후 유통과정에 들어가도 10일 가까이 부패되지 않는 싱싱함 등을 보이며 새로운 농업 형태로의 발전성도 제시한다.

△현재 농업이 주목할만한 토종 씨앗과 자연농업 가능성
농가들이 숱하게 경계하는 야생동물 피해에 대해 포항씨앗도서관 주인은 "10개를 자연으로부터 수확하면 3개는 자연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농작물을 건드리지 않으면 결국 동물들은 다른 곳을 가게 돼 있다"라고 말했다.

사과로 유명한 죽장에서도 사과 농사 과정에선 기본 15차례 이상 농약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 곳 자연 농업 재배는 3~4번 방제만 해도 일반 농업에 적용가능할 만큼 강한 생명력과 병충해 내성을 지니고 있다.
토종 다래도 태풍 시 낙과율이 30% 정도에 불과해 다른 현대 품종의 70% 수준과 차별성을 둔다.

이완기 대표는 "토종 씨앗 특성과 자연 농업 영향으로 생산 수량은 그리 많지 않다"며 "그러나 강한 원조 씨앗은 이미 키가 커 잘 쓰러지는 단점이 있었던 미국밀이 앉은뱅이 우리밀과 개량에 성공해 현재 미국 원류가 됐듯이 적용과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이러한 강점과 노하우를 지역 농업에 잘 공유하고 나누면서 포항토종씨앗도서관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이완기 포항토종씨앗도서관 대표는 충북 충주 출신으로 현재 61세. 1988년 포스코 입사해 포항에 자리잡았고 1990년 포항사람인 아내와 결혼. 2012년 말부터 포항씨앗도서관 자리에 땅 구매 계약을 성사한 후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포항씨앗도서관 자리에서 초기 주말농장으로 시작. 2016년 말 포스코 조기 명예퇴직하면서 2017년부터 토종씨앗 본격 시작. 현재 두마마을 7개 반 소속 반장과 새마을지도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