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李정부 ‘성장복안’ 윤곽… 오너반칙 잡되 낡은 규제 확 푼다

권순욱 2025. 9. 4.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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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업 논란 “기본 이야기” 해명
노사 다 중요… 배임죄 완화 예고
최태원 “기업별 차등규제 많아”
李 “성장위해 재조업 재도약 必”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9차 수석·보좌관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뚜렷하게 잡히지 않던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 성장 복안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기업 오너들의 반칙은 규제하되, 기업 경영활동을 옥죄던 낡은 규제는 대폭 완화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을 초청해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저는 누구의 편을 얘기하기 전에 기본적 인권에 관한 문제, 기본적 상식과 도리에 관한 문제, 임금 체불, 산업재해 등 목숨에 관한 기본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이걸 갖고 친노동이니, 친기업이니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상법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산업재해에 대한 강력한 처벌 지시 등이 반기업적인 조치가 아니라는 의미다. 일련의 조치는 기업 오너들의 편법을 바로잡는 조치일 뿐 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의도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로 정부와 여당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집중투표제 단계적 의무화, 이사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하도록 한 상법 개정안의 경우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고 소액주주를 보호하도록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조치일 뿐 성장을 저해할 의도가 없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일명 노란봉투법의 경우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맞춰주는 조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기업이 있어야 노동자가 존재할 수 있고, 노동자 협력이 전제돼야 기업도 안정된 경영 환경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이 ‘반(反)기업 법’이란 지적을 의식한 발언이다. 그러면서 “새도 양 날개로 난다. 기업과 노동 둘 다 중요하다”며 “소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잡는 교각살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했다.

반기업 논란을 정면 돌파한 이 대통령이 경영계에 제시하는 당근책은 수십 년간 기업을 옥죄던 각종 낡은 규제의 대대적 혁파로 요약된다.

이날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서울시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업성장포럼 출범식’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규제의 벽을 제거해야 성장 모멘텀이 계속 일어날 수 있다”며 “기업 사이즈별 규제를 풀지 않으면 경제성장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규제 때문에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가는 성장을 일부러 피하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이다.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성장을 피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최 회장은 “규제가 존재하는 한 계속 중소기업에 있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기업을 쪼개는 등으로 사이즈를 일부러 늘리지 않기도 한다”며 “상법에도 2조 원의 허들이 하나 있는데, 그 허들이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생각하면 자산이 1조9000억원이 된 회사는 (자산을) 절대로 더 늘리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상의와 김영주 부산대 교수 연구팀이 이날 발표한 ‘차등규제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 관련 12개 법안에 343개의 기업별 차등 규제가 있고, 경제형벌 관련 조항은 6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최 회장의 지적에 대해 행사에 참석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계 무역 질서가 자국 우선 보호무역주의로 변화되면서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물론 대기업도 비상 상황에 걸려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정부가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여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즉 최 회장이 말한 낡은 규제를 대폭 완화하거나 폐지해 기업들이 성장을 지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19일 “기업 규제를 철폐하거나 배임죄 부분을 완화하는 측면에서 맞춰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일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배임죄를 포함한 최고경영자(CEO) 형사처벌리스크, 소상공인·중소기업 경영부담 완화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대대적인 낡은 규제 혁파가 예상되는 이유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제조업 육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하고 있다. 이날도 이 대통령은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토대 마련을 위해서는 경제의 핵심 근간인 제조업의 재도약이 필수”라며 “우리나라의 제조업이 남들은 도달하지 못하는 영역까지 앞서서 개척하고 선도할 수 있도록 ‘K 제조업 재도약 방안’ 수립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변화된 게임의 법칙에 맞도록 산업 정책을 A부터 Z까지 완전히 재점검해야 한다”며 “인공지능 대전환, 차세대 성장산업 육성, 위기 부문 체질 개선을 기본방향으로 삼아 재정, 금융, 세제, 규제 영역에서의 혁신을 총망라하는 K 제조업 재도약 전략 마련에 범부처가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권순욱 기자 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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