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이 악수한 옆 사람은, 미얀마 독재자였다

지난 3일 중국 베이징 전승절 열병식 때 천안문 망루에 앉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왼편에 앉은 인사와 악수하는 사진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퍼졌다. 그러자 진보 진영 일각에선 우 의장의 행동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와 악수를 나눈 사람이 미얀마 대통령 권한대행인 민 아웅 흘라잉(69) 군부 최고 사령관이기 때문이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과 함께 열병식 초청 외국 국가 정상 26명에 포함됐다. 베이징으로 오기 전 톈진에서 개최된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도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 회담을 갖는 등 여느 정상들과 다름없는 외교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그는 군부 쿠데타와 시민 저항 유혈 진압,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 탄압 등 미얀마를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킨 사건들의 책임자로 지탄받는 인물이다.
민 아웅 흘라잉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은 2021년 2월 1일 군부 쿠데타 때다. 당시 그가 이끌던 미얀마 군부는 총과 탱크를 앞세워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 정부를 전복하고 정권의 중심축이던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을 체포했다.

이에 대대적인 반독재 민주화 운동이 벌어졌고, 흘라잉은 유혈 진압을 지시했다. 군부는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들을 겨냥해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사용했고, 민주화 세력이 무장 저항하면서 내전으로 이어졌다. 최소 7000명이 군부에 저항하다 유혈 진압으로 목숨을 잃었고 150만명이 국경을 넘어 난민이 됐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이 잇따라 군부를 상대로 경제 제재를 단행했지만, 민 아웅 흘라잉은 지난해 친군부 인사 민 쉐가 맡고 있던 대통령 권한대행직까지 넘겨받았다.
그는 21세기 제노사이드로도 불리는 로힝야족 탄압의 주도자로도 지목돼 왔다. 불교가 대다수인 미얀마에서 이슬람을 믿는 로힝야족은 오랫동안 멸시와 박해를 받았는데, 특히 2017년 미얀마군이 라카인주에서 벌인 대대적 로힝야 소탕 작전으로 수천 명이 사망하고 75만명이 방글라데시로 피란했다. 이 과정에서 군부의 무차별 학살과 성폭력 등 범죄가 자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군사작전을 주도한 지휘관이 민 아웅 흘라잉이었다.
민 아웅 흘라잉은 1977년 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보병 장교로 임관했다. 뉴욕타임스는 “재학 시절 급우들을 괴롭히는 것으로 이름났다”고 전했다. 다만 임관 후에는 겸손한 처세를 하며 조용히 군부의 신망을 얻어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특수작전 사령관으로 소수민족 축출 작전을 완수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2011년 미얀마군 총사령관이 됐다.
지난해 11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로힝야 사태의 책임을 물어 민 아웅 흘라잉을 상대로 체포 영장을 청구했다. ICC 영장의 체포 의무는 가입국에만 적용되고 미얀마는 가입국이 아니기 때문에 실효성은 없지만 국제사회가 로힝야 사태에 대한 민 아웅 흘라잉의 책임을 확실히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우원식 의장은 그간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2021년 서울에서 열린 광주민주화 운동 41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광주 정신을 본받아 미얀마 민주화를 이루겠다”는 미얀마 대표의 추모사를 들었다. 이때 우 의장은 민 아웅 흘라잉의 군부 독재에 반대한다는 의미에서 현지인들이 나누던 인사인 ‘세 손가락 경례’를 했다.
이같은 논란에 우 의장은 4일 베이징 현지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얀마에는 우리 국민이 1500명 있고, (민 아웅 흘라잉에게) 우리 국민들의 안전과 생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고 했다. 이어 “다자 외교에서 먼저 약수를 청하는데 안 할 방법이 별로 없다”며 “미얀마 민주를 위해 노력하는 투사들에 연대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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