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인 없는 임대, 가능한가”…저소득 전용에서 ‘중산층 친화형’ 장기임대로

유은규 2025. 9. 4.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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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산매입 제공]


공공임대의 낙인효과는 단순한 공급확대만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학계 연구는 물리적 혼합·주거환경 질·공정한 배정이 핵심이라 말한다. 정부는 리츠 기반 20년 이상 장기 민간임대를 허용하며 중산층 친화형으로 전환을 시도 중이다. 민간에서는 한국자산매입 산하 안심임대주택연구소가 AI PRISM 기반으로 ‘중산층도 선택하는 임대’의 가격·품질 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한국에서 ‘임대아파트=저소득층 전용’이라는 인식은 1970년대 이후 줄곧 이어졌다. 저렴한 외관·낮은 관리 품질, 그리고 도시 내 격리된 입지는 사회적 낙인(stigma)을 강화했다.

한국도시연구원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공공임대 단지 거주 경험이 직·간접적으로 사회적 불이익으로 이어진다”는 응답이 전체의 41%에 달했다. 실제로 일부 단지 입주민 자녀가 학교에서 차별을 경험하거나, 인근 분양 아파트와 갈등을 겪는 사례도 잇따랐다. 학계는 오래 전부터 “단순 물량 확대로는 낙인을 해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10년대 대규모 임대주택 단지를 공급했지만, 입지와 관리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국토연구원·서울대 공동연구(2023)는 소셜믹스 단지의 사례를 추적해, 물리적 혼합만으로는 낙인이 줄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외부환경(학교·상권), 단지 관리 품질, 커뮤니티 활성화가 함께 작동할 때, 임차인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낙인이 완화되는 경로가 확인됐다.

서울시 공공임대 패널 연구도 같은 결과를 냈다. 혼합 배치된 단지 중에서도 관리 품질이 우수하고, 분양·임대 주민 간 동등한 커뮤니티가 형성된 곳은 낙인 경험 응답이 20% 이하로 떨어졌다. 반대로 외관 차별·시설 격차가 있는 단지는 갈등이 더 심화됐다.

정부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정책으로 옮기고 있다. 2024년 8월, 국토교통부는 ‘신유형 임대주택 공급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리츠(REITs) 등 법인이 100가구 이상을 20년 이상 장기로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 기존의 단기·소규모 공공임대 대신, 민간 자본과 장기운영 구조를 결합해 임대의 품질을 높이고 중산층도 참여할 수 있게 설계했다.

지원도 패키지다. 세제 혜택, 택지공급, 도시계획 완화, 정책금융 지원이 결합돼 민간이 시장성+공공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게 했다. 서울시는 재건축 단지에서 임대·분양 동·호 전체 공개추첨 원칙을 강화하며 공정성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 정책 기조 속에서, 민간에서는 한국자산매입이 선도적 실험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헷지했지 플랫폼으로 분양 단계부터 매수청구권(풋옵션)을 부여한다. 입주 시점에 시세 하락·자금 실패·생활변화가 생기면, 소비자는 약정된 가격으로 집을 되팔 수 있다. 이렇게 확보된 자산은 REITs·SPC를 통해 매입돼, 순수월세형 임대주택으로 전환된다.

그 과정을 설계·검증하는 조직이 바로 안심임대주택연구소다. 연구소는 한국자산매입이 축적한 AI PRISM(프리즘) 데이터·위험모형을 활용하고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임대의 낙인은 불투명성과 차별에서 비롯된다”며 “AI 기반 지표로 가격·위험을 투명화하고, 분양·임대 구분 없는 동등한 품질 기준을 제시해 중산층도 선택할 수 있는 임대를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해외 주요국도 ‘낙인 없는 임대’에 도전했다. 영국은 커뮤니티형 사회주택을 리모델링하면서, 동일 외관·동일 커뮤니티 프로그램으로 낙인 완화에 성공했다. 독일은 임차인 40% 이상이 장기임대에 거주하지만, ‘분양 대비 동일 품질’ 원칙을 철저히 지켜 낙인 문제가 크지 않다.

일본은 UR임대주택을 통해 중산층 대상 장기임대를 공급하며, 임차인 만족도 조사에서 70% 이상이 “낙인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한국 역시 이런 사례를 참조해 품질·공정성·투명성의 3박자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제언이다.

부동산 정책 전문가는 “이제 임대는 저소득층의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라, 중산층도 기꺼이 고르는 정상적 주거 옵션이 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운영품질 관리·가격 투명화·사회적 혼합이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AI 기반 임대료 산정과 매수청구권 같은 민간 혁신은 공공정책의 보완재가 될 수 있다”며, “안심임대주택연구소 같은 민간 연구소의 데이터 공개는 시장 신뢰를 높이고 정책 설계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은규 기자 ekyo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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