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閱兵 <열병>

박영서 2025. 9. 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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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열, 병사 병.

열병은 이미 고대 중국에서 중요한 국가 행사였다.

서양 역시 열병의 역사는 깊다.

미국의 경우 대규모 열병식 전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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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열, 병사 병. 병사를 검열한다는 뜻이다. 군대는 규율과 훈련이 생명이다. 그래서 통치자들은 병사들을 정렬시킨 후 행진하게 해 사기(士氣)와 훈련 상태 등을 보았다.

열병은 이미 고대 중국에서 중요한 국가 행사였다. 기원전 11세기 주(周)나라 무왕은 상(商)과의 결전을 앞두고 대규모 관병식을 열어 위용을 과시했다. ‘손자병법’의 저자라 전해지는 손무(孫武)가 궁중의 여인들을 모아 제식훈련을 시키다가 명령에 불복종한 후궁들을 참수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사기’(史記)에도 진(秦)과 한(漢)의 황제가 군을 사열하며 위엄을 떨쳤다는 기록이 나온다. 조선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임금이 종묘 앞이나 훈련원에서 군사들을 사열한 기록이 여럿 전한다.

서양 역시 열병의 역사는 깊다. 로마의 개선식은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이 병사들과 함께 카피톨리누스 언덕까지 행진하며 위세를 드러낸 행사였다. 근대 이후에는 정기적인 사열(parade)이 관행이 되었다. 이는 왕권과 국가 통합을 상징하는 의식으로 발전했다. 오늘날 프랑스 혁명기념일 퍼레이드, 영국 근위병의 ‘트루핑 더 컬러’(Trooping the Colour) 같은 것이 바로 그 연장선상에 있다.

미국의 경우 대규모 열병식 전통은 없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터라 구태여 열병식을 할 필요는 없다는 인식에서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 육군 창설 250주년이자 자신의 79번째 생일인 지난 6월 14일(현지시간) 예외적으로 열병식을 가진 바 있다.

지난 3일 중국에서 전승절 열병식이 성대하게 펼쳐졌다. 군사적 무력 과시이자, 세계에 보내는 정치적 메시지였다. 특히 북중러 정상들이 66년 만에 처음으로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서 나란히 서 열병식을 지켜보는 장면은 ‘신냉전’ 구도를 부각시켰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또다시 대립과 분열의 길로 굴러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모습이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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