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와 왜 악수했나”…이주민단체, 우원식 의장 ‘전승절 외교’에 반발
“민 아웅 흘라잉은 아시아의 네타냐후…현지 청년들 우 의장에게 상처받아”
우 의장 “먼저 약수 청하는데 안 할 방법 없어…민주주의 연대하는 마음”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에서 미얀마 군사정권의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과 악수한 데 대해 이주민 인권 단체가 "독재자와 악수해선 안 된다"며 반발했다. 이들 단체는 우 의장이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 해제를 요구하며 국회 담장을 넘었던 것과 이번 외교 행보가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우 의장은 "다자 외교에서 먼저 약수를 청하는데 안 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4일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해외주민운동연대 등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 시민단체는 우 의장이 미얀마 군사정권을 이끄는 민 아웅 흘라잉과 악수한 점에 대해 규탄하는 성명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얀마 군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2021년 2월1일 쿠데타로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정권을 몰아냈다. 이후 군부는 반대 진영을 폭력으로 진압했고, 저항 세력이 무장 투쟁에 나서면서 내전으로 치달았다.
강인남 해외주민운동연대 대표는 "민 아웅 흘라잉은 아시아의 네타냐후"라고 비판했다. 강 대표는 "사실 국가 간 전쟁보다 더 강력하고 무서운 것은 한 국가의 수장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저지르는 폭력"이라면서 "미얀마 군부는 지난 5년 동안 자국민을 학살하고, 체포하고, 철저히 통제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우 의장이 비상 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 담벼락을 넘었던 인물인 만큼, 이번 악수 논란이 더욱 실망스럽다는 입장이다. 강 대표는 "미얀마에서 계엄령이 선포되고 군부의 폭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보여준 법치에 기반한 민주주의 시스템은 정말 중요한 메시지였다"면서 "계엄이라는 위기 상황을 법과 제도로 극복해 낸 경험, 그리고 그것을 작동시킨 시민들의 힘은 미얀마에 큰 희망이었는데 이번 일로 미얀마 현지의 청년과 활동가들은 상처를 받았다"고 전했다.
단체는 지난 8월 외교부에 '미얀마 군사 쿠데타 규탄과 민주주의 지지를 촉구'하는 민원을 제출했고, 외교부로부터 "제기한 의견을 적절히 참고하겠다"는 답변을 받은 바 있다. 이들은 그로부터 한 달 만에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 "정부가 진정으로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주민 단체는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면서도 묵인했다면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전국 106개 한국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 모임'에서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우원식 의장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서 악수를 한 사람이 누군지 사전에 모르고 했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사실 몰랐다는 게 더 이해가 가지 않기도 한다. 국회의장이 한국을 대표해서 참석한 큰 행사에 적어도 의장을 보좌하는 직원이나 외교부 관계자들이 의장 주변 좌석에 누가 앉는지 정도는 사전에 브리핑했을 거라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산 시민단체 '이주민과 함께' 관계자도 "지금 미얀마 내전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중국을 포함한 인접 국가들이 군부와 접촉을 이어가며 사실상 군사정권을 공식 정부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한국 국회의장이 국가를 대표해 참석한 자리에서 민 아웅 흘라잉과 악수를 했다는 건 그를 미얀마의 공식 지도자로 인정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개인 자격이 아니라, 국가를 대표해서 한 행동이라면 더더욱 신중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우 의장은 이날 현지에서 한국 매체 특파원들과 만나 "미얀마에는 우리 국민이 1500명 있고, 그들의 안전과 생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다자 외교에서 먼저 약수를 청하는데 안 할 방법이 별로 없다"며 "미얀마 민주를 위해 노력하는 투사들에 연대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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