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오늘 하루는 장애인만을 위한 건강검진…서울의료원 “공공병원 사명감에 첫 시도”

강민성 2025. 9. 4. 17:3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소풍가는 들뜬 마음으로 다 같이 차를 타고 서울의료원에 왔어요. 지체·지적장애인들과 가족들은 여건상 건강검진을 받을 기회가 없었는데, 의료원의 세심한 배려로 처음으로 검진을 받게 됐습니다."

4일 서울 신내동의 서울의료원 건강증진센터를 찾은 과천장애인복지관 관계자는 "지체·지적장애인들과 기쁜 마음으로 검진을 위해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의료원 의료진이 4일 건강증진센터에서 한 발달장애인을 상대로 채혈하고 있다.


“소풍가는 들뜬 마음으로 다 같이 차를 타고 서울의료원에 왔어요. 지체·지적장애인들과 가족들은 여건상 건강검진을 받을 기회가 없었는데, 의료원의 세심한 배려로 처음으로 검진을 받게 됐습니다.”

4일 서울 신내동의 서울의료원 건강증진센터를 찾은 과천장애인복지관 관계자는 “지체·지적장애인들과 기쁜 마음으로 검진을 위해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서울의료원은 지체·지적장애인과 가족, 사회복지사, 의료진들도 북적였다. 서울의료원 건강증진센터는 이날 하루 푸르메재단과 ‘장애친화 건강검진의 날’을 지정해 장애인만을 위한 건강검진을 진행했다. 검진은 지체·지적장애인과 장애인 가족 48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보통 일반인들은 건강검진을 받을 때 한 명의 간호사가 여러 명을 안내하며 빠르게 검진이 진행된다. 하지만 이날은 장애인 한 명당 최소 서너 명이 안내하고 신경 쓸 사항들이 많아 천천히 검진이 진행됐다. 지적 장애, 자폐 스펙트럼, 다운증후군, 뇌병변, 윌슨병 등으로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이들은 가족과 사회복지사들과 함께 안정된 마음으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면서 검진을 진행했다.

검진을 받은 30대 발달장애 여성은 “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소변검사를 받아봤고, 이런 검진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치과 진료가 가장 두렵고, 피를 뽑는다고 들어서 걱정이 된다”고 했다. 그러자 사회복지사가 “진료만 하고 치료하는 것이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을 시켰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20대 여성은 “검진을 받는 것이 처음인데, 무섭고 떨린다”고 말하자, 보호자가 “즐거운 마음으로 들어가자”며 다독였다.

자폐스펙트럼 환자와 사회복지사가 4일 서울의료원 건강증진센터에서 엑스레이 촬영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건강증진센터 한쪽에선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과 가족, 사회복지사들이 실랑이를 벌였다. 자폐스펙트럼이 강한 한 20대 남성은 치과 진료와 엑스레이 등을 거부하며 ‘집에 가자’는 말만 반복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의 아버지도 같이 건강검진을 진행하며 아들을 안심시키며 ‘한번 해보자’라고 달래면서 천천히 검진을 진행했다. 엑스레이 촬영을 할 때 담당 사회복지사가 가까이에서 시범을 보였고, 간호사는 엑스레이 위에 있는 ‘도라에몽 사진’을 보면 끝난다고 반복해 설명했다.

담당 사회복지사는 “자폐 특성이 강하게 나타난 장애인들은 건강검진이 쉽지 않아 전신 마취를 하는 방법으로 치과 진료 등을 하기도 하는데, 이곳에서는 의료진들이 세심하게 진료를 봐주셔서 꽤 많은 진료를 했다”고 말했다.

구리대사과정의 장애로 구리가 간과 뇌에 축적되는 윌슨병을 앓고 있는 30대 여성은 어머니와 같이 다정하게 검진을 받았다. 어머니는 아이와 함께 이렇게 검진을 받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발달장애 여성의 어머니는 딸과 함께 수면 내시경을 받기 위해 대기하다가, 결국 비수면 내시경으로 변경했다. 어머니는 “딸이 먼저 내시경을 받고 깨어나서 엄마가 없으면 울까 봐, 나는 비수면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비수면 내시경을 해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어머니는 “해본적이 없다”고 짧게 답한 뒤, 환한 얼굴로 의료진들에게 인사를 하고 딸아이의 휠체어를 끌고 내시경 센터로 들어갔다.

한 다운증후군 여성이 4일 서울의료원 건강증진센터에서 치과진료를 받고 있다.


건강증진센터에서 채혈을 진행한 한 임상병리사는 “보통 채혈할때 정맥 채혈과 함께 내시경을 위해 손등에도 진행을 하는데, 장애인분들이 채혈에 대한 공포심이 있어 한 번에 할 수 있도록 진행했다”고 말했다.

서울의료원 관계자는 “장애인만을 위한 건강검진을 올해 처음 열어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신뢰할 수 있는 부모님과 복지사들이 함께해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석 서울의료원장은 “장애인 검진은 최소 2~3명의 보호자가 함께 와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인들과 같이 검진을 진행하기 어려워, 하루를 비워서 장애인분들을 위한 검진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병원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처음 시도를 했고, 안전에 가장 신경을 썼다”고 했다.

이 원장은 “장애인분들이 의료진의 사소한 말이나 행동으로 상처를 받지 않도록 주의했고, 돌발적인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직원들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에 100개가 넘는 장애인 검진 기관이 있는데 실제로 검진을 하고 있는 기관은 18개 뿐”이라면서 “서울에는 서울의료원과 국립재활원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간 기관은 현실적으로 장애인만을 위한 검진이 어렵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가지면 이분들이 가까운 곳에서 검진을 받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강민성 기자 kms@dt.co.kr

강민성 기자 kms@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