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갑자기 베네수엘라 배를 폭파했나... “마약보다는 다른 목적”

곽주현 2025. 9. 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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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카리브해를 지나는 베네수엘라 선박을 폭파해 11명이 사망한 사건을 두고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공해상에 위치한 선박을 임의로 공격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인 데다, 그럴 정도로 미국을 향한 위협도 크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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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법 위반에 국내법상 권한 의문도
베네수엘라, 미 마약 문제 연관성 낮아
"무력 과시, 이민자 추방 법적 문제 해결"
미국 국방부가 이달 2일 공개한 영상으로, 범죄단체 트렌 데 아라과(TDA) 소속 조직원 11명이 탄 고속정이 국제해역을 항해하고 있는 모습. 이날 미 해군은 이 선박을 공격했고 탑승자 11명 전원이 사망했다. 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카리브해를 지나는 베네수엘라 선박을 폭파해 11명이 사망한 사건을 두고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공해상에 위치한 선박을 임의로 공격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인 데다, 그럴 정도로 미국을 향한 위협도 크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사건을 "미국에 임박한 위협에 대한 저항"이라는 구도로 몰아가고 있는데, 일종의 '정치적 쇼'라는 해석이 나온다.

멕시코를 방문 중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전날 발표된 선박 격침 사건과 관련, "마약 운반 선박을 나포하는 기존 정책은 효과가 없었다"며 "그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폭파해 없애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갑작스럽게 이뤄진 공격이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의미다. 루비오 장관은 해당 선박이 올해 초 미국 정부가 테러단체로 지정한 '트렌 데 아라과(TDA)'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추가 공격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제법 위반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메리 엘렌 노트르담 로스쿨 교수는 영국 BBC방송에 "무력 충돌 상황이 아닐 때 고의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즉시 생명을 구하기 위한 경우가 아니면 국제법 위반"이라고 단정했다. 마이클 베커 트리니티 칼리지 교수도 "정부가 특정 단체를 마약 테러리스트로 규정했다고 해서 그들이 합법적인 군사 표적이 될 수 없다"며 "미국이 현재 베네수엘라나 범죄조직과 무력 충돌을 벌이는 중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멕시코 방문 중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3일 멕시코시티 외무부 건물에서 기자회견 중 질문을 듣고 있다. 멕시코시티=로이터 연합뉴스

공해상 타국 선박에 폭파 명령을 할 수 있는 권한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는가를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헌법에 따르면 의회만이 전쟁을 선포할 권한을 가진다. 루비오 장관은 이에 대해 "대상이 테러리스트로 지정됐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미국에 임박한 위협'을 제거할 권리가 있다"고 답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 행정부는 대통령의 군사력 사용 범위를 폭넓게 주장하고 있는데, 이번 일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것이다.

베네수엘라를 표적으로 삼은 근거가 빈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추산에 따르면 2018년 과테말라를 통해 무려 1,400톤의 코카인이 이동했는데, 베네수엘라에서는 매해 200~250톤 정도가 유통된다"며 "베네수엘라는 코카인 재배 규모도 미미하고, 펜타닐은 전적으로 멕시코에서 생산돼 베네수엘라는 큰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부분(74%)의 마약 운반선이 카리브해가 아닌 태평양을 통해 운반된다는 점도 정부 주장의 정당성을 흔들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공격의 속내가 마약 퇴치보다는 국내외 정치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국제적으로는 무력을 과시해 주위 국가들이 어떻게 나올지 살펴보기 위한 것이며, 국내적으로는 이민자 추방 정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것이다.

지난 2일 미 항소법원은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이민자를 추방하는 과정에서 '적성국 국민법(AEA)'을 적용한 것이 권한 남용이라며 그 이유를 "미국이 베네수엘라와 전쟁 중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는데, 이번 공격은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좋은 구실이 될 수 있다. 데이비드 스밀데 미 툴란대 교수는 NYT에 "행정부는 해군 배치와 선박 공격을 이용해 AEA법의 사용을 정당화할 수 있다"며 "특히 베네수엘라가 보복이라도 할 경우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와 공개적인 갈등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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