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티스 이틀새 10조 베팅…입지 확 넓히는 RNA치료제

천옥현 2025. 9. 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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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에서 만성질환 치료제로 입지 넓혀... "본격적인 성장 구간 진입"
[게티이미지뱅크]

차세대 신약 모달리티(치료 접근법) 가운데 하나인 RNA 치료제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노바티스를 비롯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최근 RNA 치료제 확보를 위해 잇달아 '빅 딜'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각)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스위스에 본거지를 둔 노바티스는 중국 바이오기업인 아르고 바이오테크와 RNA 치료제 라이선스 및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선급금만 약 1억6000만달러(약 2200억원)에, 개발·판매 마일스톤 달성 시 최대 52억달러(역 7조2300억원)를 지급하는 대규모 딜이다.

이번 계약을 통해 노바티스는 아르고가 탐색 단계에 있는 신약 후보물질의 중국 외 판권과 미국·중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는 'BW-00112(고중성지방혈증 치료 후보물질)'에 대한 우선협상권을 보유하게 됐다. 또한 내년에 임상시험 진입이 예상되는 siRNA(소간섭 RNA) 후보물질에 대해서도 협상권을 갖게 됐다.

노바티스는 전날에도 파킨슨병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RNA 치료제 후보물질을 미국 애로우헤드파마슈티컬스로부터 최대 20억달러(2조8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틀 만에 10조원 규모의 딜 소식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말에는 노보노디스크가 미국 saRNA(자가복제 RNA) 전문기업과 최대 5억5000만달러(약 76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는 등 RNA 치료제 관련 딜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RNA(리보핵산)는 DNA와 함께 세포 안에 존재하는 핵산의 한 종류다. DNA의 유전정보를 단백질 합성 과정에 전달하거나 발현을 조절한다. 만약 DNA에 변이가 생기면 잘못된 정보가 RNA를 통해 단백질로 전해질 수 있는데, RNA 치료제는 이 과정의 진행을 막거나 필요한 단백질이 합성되도록 돕는다. 기존 약물이 단백질 자체를 겨냥한다면 RNA 치료제는 그 전 단계에 개입하는 셈이다. 가장 대표적인 RNA는 mRNA(메신저리보핵산)로 DNA의 유전정보를 단백질 공장인 리보솜에 전달해 어떤 단백질을 합성할지 지시한다.

RNA 치료제는 작용 방식에 따라 ▲결핍된 단백질을 보충하는 mRNA 치료제 ▲mRNA와 결합해 단백질 합성을 억제하거나 스플라이싱(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부분인 엑손과 불필요한 부분인 인트론을 편집)을 조절하는 ASO(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특정 mRNA를 절단해 단백질 합성을 막는 siRNA ▲세포 내에서 복제해 단백질 발현을 증폭시키는 saRNA 등으로 나뉜다. 이 중 mRNA 치료제는 코로나19 백신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으며 최근에는 ASO와 siRNA 치료제 승인이 증가하고 있다.

사실 RNA 치료제 연구는 1990년대부터 시도됐지만 전달 물질의 한계로 정체를 겪었다. RNA는 체내에서 빠르게 분해되는 데다 세포막을 스스로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간세포 수용체에 결합해 약물 전달을 돕는 '갈낙(GalNAc)'과 mRNA를 감싸는 '지질나노입자(LNP)' 등의 기술이 등장하면서 RNA를 세포 안까지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게 됐고 임상 성공률을 끌어올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도 mRNA 치료제 시장을 크게 키웠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전례 없는 속도로 백신을 개발, 공급했고 각각 수 십조원대의 매출을 냈다. 이때 RNA 기술의 신뢰도와 생산 인프라가 단숨에 확충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블록버스터 약물들이 나오면서 산업적 가능성도 확인되고 있다. 특히 2016년 미국에서 승인 받은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는 2018년 이미 연매출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돌파했고, 지난해 15.7억달러(약 2조1000억원) 매출을 냈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44억달러(약 6조1200억원)에서 2030년 266억달러(약 37조원)로 연평균 35% 성장할 전망이다.

이 같은 성장세는 여러 다른 질환에 대한 연구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노바티스는 siRNA 치료제인 '렉비오(고질혈증 치료제)'를 통해 만성질환 시장에 진출했으며, 애로우헤드 후보물질을 도입하면서 CNS(중추신경계) 영역을 강화했다. ASO 전문 기업인 아이오니스도 RNA 치료제 '올레자르센(킬로마이크론혈증 치료제)'을 앞세워 중증 고중성지방혈증 등 대사질환으로 적응증 확장을 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RNA 기반 MASH(대사이상지방간염) 치료제나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도 활발하다.

다올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RNA 치료제는 희귀 유전 질환을 출발점으로 삼았으나 현재는 심혈관, 대사, 중추 신경계(CNS) 등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승인 및 적응증 확장에 따른 수요 증가와 전달 기술 진화가 맞물리며 본격적인 시장 확대 단계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뇌혈관장벽(BBB) 셔틀 기술을 바탕으로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RNA 치료제가 뇌 질환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뇌 속 방어막인 BBB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연말 아이오니스와 공동 논문 발표를 앞두고 있어 추가 기술이전이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RNA 치료제는 고순도·정밀 정제가 필수적인 만큼 전문 위탁개발생산(CDMO) 수요도 커지고 있다. 에스티팜은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합성에 강점을 가진 CDMO 회사로, 글로벌 상업화 제품 증가에 따라 생산 물량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는 짧게 합성한 DNA나 RNA 조각인데, ASO나 siRNA 같은 치료제의 기본 원료로 활용된다. 에스티팜은 이미 스핀라자, 렉비오 등 글로벌 RNA 치료제의 원료를 공급하고 있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제약사와 RNA 벤처 간의 제휴, 라이선싱 및 M&A가 최근 3년간 빠르게 확대되며 RNA 치료제의 산업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며 "RNA 치료제 시장은 본격적인 성장 구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천옥현 기자 (okh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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