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의원, '차남 대학 편입'에 보좌진·구의원 동원

홍주환 2025. 9. 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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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아들의 대학 편입을 위해 서울 동작구에 있는 한 대학교를 찾아가 입학 방법을 문의하고, 보좌진과 구의원까지 사적으로 동원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다. 국회의원으로서 직위와 권한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원내대표의 둘째 아들 김 모 씨는 아버지와 보좌진, 구의원이 학교를 찾고 약 1년 후, 실제 이 대학에 편입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지난달 김 원내대표에게 공식 인터뷰를 제안하는 등 여러 경로로 해명을 요청했다. 하지만 보도가 나간 당일(4일)까지 김 원내대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학 측은 아들 김 씨의 편입 과정 등을 묻는 질의에 "개인 신상 관련 정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때부터 내리 당선된 3선 의원이다. 현재 민주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다. 

'차남 대학 졸업장' 위해 숭실대 총장·보직교수 면담

서울 동작갑 지역에서 3선을 지낸 김병기 의원은 2021년 말경 숭실대학교를 방문해 총장과 입학처장 등 보직교수들을 만났다. 만남 장소는 숭실대 총장실이었다고 한다. 숭실대는 국회의원 선거구 기준, ‘동작갑’이 아닌 '동작을' 지역에 속한다. 뉴스타파는 당시 김 의원이 자신의 이웃 지역구에 있는 대학을 어떤 이유로 방문했는지 취재하는 과정에서 여러 숭실대 관계자와 접촉했다. 그중엔 ‘총장실 면담’ 자리에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교수도 있었다. 

이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당시 김 의원은 숭실대 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여러 주제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김 의원의 숭실대 방문을 알고 있는 한 교수(A씨)는 뉴스타파와 통화에서 “(김 의원이) 오셨던 걸로 기억한다. 총장님도 자리에 계셨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김 의원은 동시에 지역 현안, 교육 정책 등과 같은 일반적인 주제로 보기 힘든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바로 "어떤 전형을 거쳐야 학생이 숭실대에 편·입학할 수 있겠느냐"고 물은 것이다. 이 자리에 배석한 또 다른 숭실대 교수(B씨)는 "(김 의원이) 편입학이었나, 재외국민 전형이었나 그런 걸 물어봤던 것 같다"며 "일단 '어떤 전형으로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느냐'고 물었고, 구체적인 논의를 한 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숭실대 총장 앞에서 왜 이런 문의를 했던 걸까. 2021년 당시 김 의원의 차남 김 모 씨는 대학 졸업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 1993년생인 김 씨는 21살이 된 2014년 말레이시아에 있는 '헬프(HELP) 대학교'에 입학했다. 이 대학은 미국과 유럽 등에 있는 명문대와 연계된 편입 프로그램을 통해 유학 기회를 제공했다. 헬프대에서 2년을 공부하면, 다른 해외 대학에 3학년으로 편입해 최종적으로 해당 대학의 학사 학위를 취득하는 방식이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김 씨는 헬프대를 2년 다닌 뒤, 2017년 미국 켄터키주 렉싱턴 지역에 있는 켄터키 대학교에 3학년으로 편입했다. 전공은 수학이었다. 그러나 김 씨는 여전히 이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켄터키 대학 설명과 뉴스타파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김 씨는 2017년 이 대학에 편입해 가을 학기를 다녔다. 그리고 2018년 4월부터 2020년 3월까지 군 복무로 휴학했고, 이후 복학해 2020년 가을 학기를 이수했다. 2021년 봄 학기는 등록만 한 뒤 학기를 끝마치지 않았다. 편입 후 총 네 학기를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한데, 두 학기만 듣고 만 것이다. 켄터키 대학 측은 지난 8월 11일과 12일 뉴스타파에 보낸 공식 답변에서 "김 씨는 졸업하지 않았다. 2021년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자퇴한 것으로 간주된다"고 밝혔다.

정리하면, 차남 김 씨는 대학 졸업장을 따지 못한 채 2021년 학업을 중단했고, 바로 그해 말 김 의원은 숭실대 총장을 찾아가 편입 방법을 물었다. 김 의원이 국회의원 신분으로 숭실대 총장을 만난 목적이 '아들의 학업 문제 해결'은 아니었는지 강한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앞서 숭실대 교수(B씨)는 "'총장이 들어와 편입 방법에 대해 답변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며 "(김 의원 측에서) 대학 대외협력실을 통해 '몇 학점을 들어야 하고, 편입 절차는 어떻게 되고 이런 것들을 좀 안내해 주면 좋겠다'고 해서 그런 걸 준비해 (총장 면담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인 2020년,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오른쪽이 차남 김 모 씨다. (출처 : 유튜브 김병기TV)

의원실 보좌직원, 구의원까지 '사적 동원'

‘아들의 학업 문제’ 해결을 위해 김 의원이 부당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의원실 보좌직원과 구의원까지 사적으로 동원된 사실이 확인됐다.

김 의원이 숭실대 총장을 만나고 몇 달 후인 2022년 4월, 이번엔 김 의원의 측근인 민주당 이지희 동작구의원과 김병기 의원실 소속 비서관이 숭실대를 찾았다. 이지희 구의원은 2018년 지방선거 때 비례대표로 동작구의회에 입성했고, 2022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동작구 상도3동, 대방동 지역에 공천돼 재선했다. 이들 지역은 김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갑 소속으로, 김 의원은 민주당 동작갑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역위원장은 소속 지역구에 대한 기초의원 후보 공천권을 행사한다.

이지희 구의원과 비서관은 숭실대를 찾아가 김 의원과 마찬가지로 숭실대 편입 방법, 절차 등을 물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숭실대 또 다른 교수(C씨)는 "업무 일지에 2022년 4월 27일, 이 구의원과 비서관이 찾아온 내용이 기록돼 있었다"며 "김병기 의원실 OOO보좌관의 소개로 이 구의원과 비서관이 숭실대를 방문했고 '편입 방법에 대해 문의하고 싶다'고 하여 (내가) 입학처 직원을 소개해 줬다"고 전했다. 숭실대 입학처 관계자 역시 "남자 보좌직원이 우선 편입학 방법을, 설명을 해 달라고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김 의원 측과 숭실대를 직접 연결해 준 것으로 지목된 당시 보좌관에게 연락했다. 그는 김 의원의 차남인 김 씨를 위해 숭실대 편입 방법을 알아봐줬다고 인정했다. 그는 "(김 의원의 차남이) '편입에 대해 알고 싶다'고 했던 것 같다. 숭실대나 다른 학교도 어쨌든 편입 시스템이 있을 거 아니냐. 그러니까 일단 소속 지역구 내에 있는 대학에 물어본 거였다"고 말했다. 김 의원 측이 자녀의 학업 문제 해결을 위해 두 명의 보좌직원과 구의원을 동원했다는 의미다.

서울 동작구의 숭실대학교 전경. 2022년 4월, 김병기 의원실 보좌직원과 이지희 동작구의원은 차남 김 씨의 대학 편입과 관련해 숭실대를 방문했다.

뉴스타파는 이 보좌관의 소개로 숭실대를 찾은 당시 김병기 의원실 비서관에게도 해명을 요청했다. 김병기 의원실 재직 당시 차남 김 씨의 대학 편입을 도운 사실이 있는지, 김 의원 측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묻기 위해서였다. 이 비서관은 취재를 거부했다.

현 동작구의회 부의장인 이지희 구의원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기 위해 연락했다. 하지만 이 구의원은 뉴스타파라는 매체 이름을 밝히자 "현재 간담회 중이어서 통화가 힘들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취재진의 전화를 전혀 받지 않았고, 문자 메시지에도 답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달 27일 동작구의회 본회의장을 찾아 이 구의원에게 직접 물었지만, 이 구의원은 끝내 답변을 거부했다. 

이지희 동작구의원은 '김병기 의원 차남의 학업 문제 해결을 위해 도움을 준 게 맞는지' 등을 묻는 뉴스타파 질의에 답하지 않고, 취재를 피했다. 결국 지난달 27일 취재진은 직접 동작구의회에 찾아가 이 구의원에게 질문했다. 이번에도 이 구의원은 답변을 거부했다. 

전방위 문의에 난처했던 숭실대... 국회의원 직위·권한 사적 사용 의혹

국회의원에 이어 구의원까지 나서자 숭실대 측은 난처한 입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말 김 의원과 숭실대 총장의 만남 자리에 동석한 것으로 알려진 B 교수는 "잘못하면 민·형사상 문제가 된다는 거 알지 않나. 그래서 (김 의원 만나기 전에) 총장님한테도 '조심하셔야 한다'고 말씀드렸다"고 털어놨다.

결과적으로 숭실대는 김 의원 측의 '전방위 문의'에도 통상적인 편입 절차만 안내했던 것으로 보인다. B 교수는 "실무자들에게서 '더 자세하게 안내했다'고 보고는 받았다. 특별한 걸 해줄 순 없었다. 지역에 있는 의원(실)이 전화했는데 무시하기도 그랬고, 어떤 사람이 전화한다고 해도 답변하는 수준에서 했다"고 강조했다.

뉴스타파는 지난달 21일 김 의원 측에 서면 질의서를 보내 '김 의원이 자녀의 학업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의원으로서 직위와 권한을 사적으로 이용한 게 아닌지', '어떤 형태로든 차남 김 씨의 숭실대 편·입학에 관여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김 의원에겐 공식 인터뷰도 요청했다. 그러나 김 의원 측은 취재진의 전화와 문자 메시지, 이메일, 방문을 통한 질의에 현재(4일)까지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있다.

김병기 차남, 근로자만 지원 가능한 전형으로 결국 숭실대 편입

김 의원의 차남 김 씨는 2023년 2월경 숭실대에 3학년으로 편입했다. 올해 초엔 졸업해 취직에 성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다면 김 씨는 어떻게 숭실대에 편입했던 걸까.

취재 결과, 김 씨는 2023년 정원 외 특별전형으로 학생을 뽑는 '혁신경영학과'에 편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혁신경영학과는 일반 입시생은 지원 자체가 불가능한 계약학과의 일종이다. 계약학과는 대학과 기업 사이 계약을 통해 개설된 '산학 협력' 학과다. 산학협력법에 따라, 대학과 '계약학과 개설·운영 계약'을 맺은 기업에서 10개월 이상 근무한 현직 근로자가 지원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당시 김 씨는 숭실대와 계약을 맺은 기업체를 찾아냈고, 해당 기업에 입사해 10개월 이상 근무한 뒤, 정원 외 학과인 혁신경영학과에 편입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뉴스타파는 이 과정에서 김 씨를 취업시킨 기업이 그에게 각종 특혜를 제공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그 결과는 이어지는 보도에서 공개한다. 

※관련 기사

김병기 차남, '기업 특혜로 숭실대 편입' 의혹

뉴스타파 홍주환 theh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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