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노란봉투법'에 골머리…선제적 구조조정 나설까

윤서영 2025. 9. 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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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에 노동 규제까지…이중 리스크 직면
막대한 비용 투자…가격 경쟁력 약화 우려
보완책 마련 시급…상생 구조 필요성 대두
/그래픽=비즈워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유통업계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외부 인력과 하청 구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산업의 특성상 더는 노사 간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중 규제 강화' 리스크에 직면한 이커머스(전자상거래)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책임 회피는 그만"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정의가 확대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까지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에 한해 사용자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후에는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까지 사용자에 포함한다. 노동자의 근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는 모두 사용자의 범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개정으로 가장 우려되는 건 온라인 플랫폼이다. 그동안 이커머스 본사는 물류센터에서 하청 노동자의 과로 사건이 일어나도 법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간접으로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구조라서다. 이 때문에 통상 계약 당사자인 하청 업체가 책임을 떠안았다. 그러나 이제는 본사가 전면에 나서 노사 갈등을 해결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노조법 개정 반대 기자회견에 참석해 피켓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엇갈린 관측을 내놓고 있다. '노동자 권익 강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산업 생태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특히 원청이 교섭 주체로 나서게 될 경우 단순 관리 비용뿐 아니라 휴게실·안전시설 확충 등 작업 환경을 개선하는 비용까지 부담해야 할 여지가 있다. 이는 '원가 상승→가격 경쟁력 약화→경영 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파업에 나설 경우 물류센터와 배송이 '셧다운'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전에는 이런 경우 본사가 대체 인력을 투입해 빠른 정상화를 꾀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본사가 직접 협상해야 하는 만큼 사태가 장기전으로 치닫을 수 있다. 결국 이에 따른 물류 마비와 배송 지연은 결국 소비자 불편으로 돌아오게 된다.균형일까, 발목일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커머스 업계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이중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온플법은 플랫폼 기업이 입점 업체에 대해 불공정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법안이다. 결국 이커머스 입장에선 노란봉투법에 따른 노동 규제와 온플법의 거래 규제까지 리스크를 해소하는 데 막대한 자원과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쿠팡 대구 물류센터./사진=쿠팡 제공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하루 빨리 '사용자 범위'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로선 장비를 제공하거나 업무를 지침한 것만으로도 사용자로 간주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본사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 하청 업체와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6개월의 유예 기간 동안 협의체를 구성, 세부 지침을 마련하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다. 노사 관리 전담 조직을 강화하고 비용 부담을 분산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 도입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합리적인 분쟁 조정 프로세스 설계는 물론 경영상 방어권을 입법해 균형을 맞추는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그래픽=비즈워치

일각에서는 이커머스 업계가 높아진 인건비 부담과 노사 갈등 리스크를 토대로 물류센터 내 인공지능(AI)·로봇 등 자동화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을 염두에 두고 일종의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서는 셈이다. 이는 단기적으로 투자 비용이 급증하는 요인이 되지만, 인력 리스크 최소화와 운영 효율성 강화로 이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노동자의 권리나 안전을 위해 만든 법이 오히려 고용 불안을 초래하는 역효과로 돌아올 수 있는 만큼 획일적으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 될 수 있다"며 "산업 간의 차이나 업종별 특수성을 고려해 2~3년간 유예를 하는 등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서영 (sy@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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