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차남, '기업 특혜로 숭실대 편입' 의혹

강혜인 2025. 9. 4. 17: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차남의 대학 편입을 위해 보좌 직원과 구의원 등을 사적으로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차남 김 모 씨가 이로부터 1년 뒤 결국 숭실대 편입에 성공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차남 김 씨는 기업의 도움 없이는 입학이 불가능한 학위 과정을 선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쉽게 말해 한 기업을 발판 삼아 대학 재편입에 성공한 것인데, 당시 해당 기업은 차남 김 씨에게만 특혜에 가까운 지원을 해준 것으로 파악됐다. 차남이 채용된 이후, 김 원내대표는 해당 기업의 주력 사업과 연관된 곳으로 상임위를 옮겼다.

결국, 차남 김 씨가 국회의원인 '아빠 찬스'를 통해 학사 학위 취득에 성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해당 기업은 왜 국회의원의 자녀인 김 씨에게 특혜성 지원을 해준 것인지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병기 측의 숭실대 방문 이후 벌어진 일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차남 김 씨의 대학 편입 등 이른바 '스펙 쌓기'에 김 원내대표가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 6월부터 취재를 진행했다. 앞선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1993년생인 김 씨는 지난 2014년 말레이시아 소재 한 대학에 입학했다. 김 씨가 선택한 학위 과정은 'American Degree Program'. 통상 말레이시아에서 1년에서 3년 정도 공부를 마친 뒤 미국 소재 대학으로 편입해 학위 과정을 끝마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김 씨는 지난 2017년 미국 렉싱턴 소재 켄터키 대학교에 입학했다.

김 씨는 이 대학에서 2017년과 2020년, 각각 한 학기를 이수했다. 그런데 2021년에는 등록만 한 뒤 해당 학기를 마치지 않았다. 김 씨가 켄터키대에 등록한 건 이때가 마지막이다. 이 사실은 취재진이 미국 켄터키대와 나눈 이메일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켄터키대 측은 "김 씨는 켄터키대를 졸업하지 않았다"며 "2021년을 끝으로 학교에 등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켄터키대학 측과 취재진이 나눈 이메일. 켄터키대 측은 김 씨가 해당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렇듯 김 씨가 대학 졸업을 하지 않던 시점인 2021년, 당시 재선이던 김병기 의원은 숭실대학교를 찾아갔다. 숭실대는 행정구역상 서울 동작구, 선거구상 '동작을'에 소재한 대학교로, 서울 동작갑 국회의원인 김 원내대표의 지역구와도 밀접한 곳이다. 김 원내대표는 숭실대 총장과 일부 보직 교수들을 만난 자리에서 숭실대 '편입' 방법을 물었다.

이듬해인 2022년 4월에는 당시 동작구의원과 김병기 의원실 직원이 숭실대를 방문해 숭실대 편입 방법을 재차 문의했다. 취재진과 통화한 당시 김병기 의원실 보좌관은 "(구의원과 직원이) 아들의 편입 문제로 숭실대에 간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당시 이들은 차남 김 씨를 미국 대학에서 국내 대학인 숭실대로 다시 편입 시키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의 숭실대 방문 관련 자세한 기사는 하단 참조

결과적으로 차남 김 씨의 숭실대 '재편입'은 끝내 성공했다. 그 과정에는 '계약학과'라는 특별전형 학과와, 그 입학 조건을 충족시켜줄 한 '중소기업'이 있었다.

김병기 차남, 전공과 무관한 중소기업에 돌연 입사

김 원내대표의 차남 김 씨가 선택한 건, 일반 숭실대 편입 과정이 아닌 일종의 산학 협력 학위 과정이었다. 김 씨가 지원한 학과는 숭실대 '혁신경영학과'. 이는 계약학과라고 불리는 학과로, 말 그대로 산업체와 교육 기관이 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학위 과정이다. 산학협력법에 따라, 근로자를 재교육할 목적으로 기업체가 근로자를 대학에 보내면 근로자가 업무와 수업을 병행하면서 학위를 취득하는 구조다.

김병기 원내대표 측이 자신의 보좌 직원과 동작구의원을 통해 숭실대 '편입' 방법을 문의한 시점은 2022년 4월. 그로부터 한 달 뒤, 김 원내대표의 차남 김 씨는 교통 신호·통신 전문기업인 A사에 입사한다. 그의 미국 유학 시절 전공은 수학. 교통 신호·통신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A사와 특별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학문이다.

2022년 5월쯤 A사 경영지원부 직원으로 입사한 김 씨는 약 10개월 후인 2023년 3월 기존의 수학과가 아닌 숭실대 혁신경영학과에 편입했다. 앞서 밝혔듯 혁신경영학과는 계약학과 과정으로 일반 학생들은 지원할 수 없고, 지원하기 위해서는 산업체에 소속된 근로자여야 한다. 게다가 입학일 기준 10개월을 해당 산업체에서 근무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었다. 김 씨는 이 조건을 충족하자마자 A사와 숭실대가 맺은 계약에 따라, 계약학과 과정인 혁신경영학과에 지원했고 재편입에 성공했다. 앞선 A사 입사 이유가 숭실대 계약학과 과정에 편입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는지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1,000만 원이 넘는 금전 지원

김 원내대표의 차남 김 씨는 이 기업으로부터 등록금 명목으로 1,000만 원이 넘는 금전 지원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숭실대 혁신경영학과 측 관계자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회사에서 직원을 재교육하는 목적으로 계약학과에 직원을 보내겠다고 해서 운영 계약을 맺은 뒤에 (학위 과정을) 운영하는 것"이라며 "회사가 제일 최소로 부담하는 게 50%고, (부담률은) 50%에서 100%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숭실대 계약학과 운영 규정에도 "산업체 등의 부담금은 계약학과 운영에 필요한 학생 1인당 경비의 100분의 50 이상이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취재 결과, A사가 김 원내대표의 차남 김 씨에게 지원한 등록금은 1,100만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대학알리미 등 대학 공시 사이트에 따르면, 숭실대 혁신경영학과의 2023년과 2024년 한 해 등록금은 900만 원, 같은 해 숭실대 혁신경영학과의 산업체 부담률은 2023년 66%, 2024년 65%다. ('계약학과 및 계약정원제 설치 운영 현황' 자료 등 참조)

이를 종합할 때 2023년 산업체 부담 금액(900만원 x 66%), 2024년 산업체 부담 금액(900만 원 x 65%)을 더하면 최소 1,178만 원을 A사가 부담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학알리미 등 대학 정보 공시 사이트를 통해 확인한 결과, 김 씨가 A사로부터 지원받은 등록금은 약 1,179만 원으로 파악된다. 

전국 계약학과 전수조사 결과…김 씨 사례는 유일

김 원내대표의 차남 김 씨는 이 같은 지원을 A사로부터 받은 유일한 근로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취재진은 A사가 올린 채용 공고를 확인하고 '회사에 입사하면 계약학과 같은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 복수의 A사 관계자는 "가능하지 않다", "회사에서 그런 지원을 해준 사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사실은 전국 대학의 계약학과 운영 현황 데이터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취재진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5년치 데이터를 입수해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전국에 '계약학과'를 운영하는 대학과, 학과·학위명, 해당 계약학과에 학생을 보낸 '산업체명'을 알 수 있는 데이터다. 전국 각지 대학의 계약학과 수는 수만 곳, 계약학과에 학생을 보낸 산업체 수도 수만 건에 이른다.

그런데 이 수많은 데이터에서 A사가 등장하는 사례는 딱 한 건, 숭실대 혁신경영학과가 유일하다. 취재진이 입수한 데이터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의 차남 김 씨가 편입한 연도와 같은 2023년, 그리고 이듬해인 2024년에 A사 소속 근로자가 숭실대 혁신경영학과에 재학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그 외에는 최근 5년간 A사가 숭실대를 포함한 어떤 대학에도 자사 근로자를 보낸 기록이 확인되지 않는다.

대학 등록금까지 지원받고 퇴사한 김 씨 

이후 진행된 김 씨의 '퇴사'는 특혜 의혹을 더욱 키운다. 이처럼 특혜에 가까운 지원을 받은 후, 김 씨는 A사를 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A사 관계자는 최근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김 씨가 올해 초에 퇴사했다"고 말했다.

계약학과의 경우 산업체의 지원이 필수며 등록금 지원도 병행되기 때문에 근로자가 학위 취득 직후 퇴사하는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다. "(학생이) 졸업을 하고, 학위를 다 받고 나서 퇴사를 하면 산업체한테 당연히 손해인 측면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교육부 산학협력취창업 지원과)이다. 

일부 기업의 경우 학위 취득 직후 퇴사를 방지하기 위한 학비 반납 지침 등을 마련해두기도 한다. 일례로 서울교통공사는 교육 기간마다 교육비 환수 기준을 두어, 교육비가 환수되지 않으면 근로자가 퇴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김 씨는 왜 이 회사를 퇴사한 걸까. 2023년 3월에 편입을 하고 2024년까지 재학을 했다면, 올해 초는 김 씨가 총 4학기를 마치고 졸업을 앞둔 시점이다. 통상 계약학과는 학기가 진행되는 동안 학생들이 '근로자' 신분을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학기 동안에는 A사에서 근로자 신분을 유지하다가 학위 취득이 가까워오자 회사를 퇴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취재진은 A사에 질의서를 보내 '채용 당시 김 씨가 국회의원의 자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왜 유독 김 씨에게만 다른 일반 직원들은 받을 수 없는 특혜성 지원을 해준 것인지', '김 씨가 퇴사한 이후 등록금을 회수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물었으나 A사는 답변을 거부했다. 

취재진은 A사에 근로자 계약학과 지원 시스템이 있는지 문의했다. 복수의 관계자로부터 '전례가 없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사 대표, 다수 국회의원에게 고액 후원 정황

김 씨의 채용 당시 A사 대표는 정 모 씨였다. 정 씨는 1990년대부터 교통 시스템 관련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다.

취재진은 정 씨가 여러 정치인과 친분이 있으며, 국회의원 고액 후원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던 사실을 확인했다. 정 씨와 생년월일이 같은 인물이 여러 정치인들에게 고액 후원을 했던 사실이 데이터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정 씨는 과거 2005년부터 최근까지 진보, 보수 정당을 가리지 않고 여러 국회의원들에게 300만 원에서 500만 원의 고액 후원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열린우리당,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등 정 씨가 후원한 의원들의 당적은 다양했다. 사업가인 정 씨가 평소 여러 정치인들과 교류해 왔던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다만, 정 씨는 김 원내대표에겐 고액 후원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의 고액 후원자 명단에는 정 씨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취재진이 접촉한 복수의 정치권 인사들은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 씨가 서로 아는 사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최근 5년간 한 번도 없었던 A사의 계약학과 입학 지원과 등록금 지원, 그리고 지원을 받은 당사자의 퇴사 등 일련의 특혜가 반복된 상황을 종합할 때, 차남 김 씨를 둘러싸고 김 원내대표와 정 씨 사이에 모종의 청탁이 오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김병기, A사 유관 상임위 활동

김 씨의 A사 채용 이후, 아버지인 김 원내대표의 행적에서도 의문이 제기되는 지점이 있다. 차남 김 씨가 A사에 채용된 건 2022년 5월. 이후 같은 해 하반기 김 원내대표는 상임위를 기존 국방위원회에서 국토교통위원회로 옮겼다. 

A사는 교통신호 전문 기업으로, 사업 특성상 한국도로공사 등이 발주하는 도로 시스템 사업을 수주하는 일이 잦았다. 한국도로공사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대표적인 피감 기관 중 하나다. 실제 2022년 한 해,  A사가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수주한 사업 규모는 약 400억 원에 달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이라는 자리는 A사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자리였다는 의미다. 

김 원내대표가 국토위로 상임위를 옮긴 직후 이뤄진 국정감사에서 그는 공교롭게도 A사의 주력 사업 분야인 ITS(지능형교통체계) 관련 질의를 했다. 2022년 10월 7일, 한국도로공사 대상 국토위 국정감사에서다. 당시 김 원내대표는 국도ITS 사업의 국토부 이관 문제를 지적했다. 

국도ITS 사업은 국도상의 교통 상황을 실시간으로 수집, 분석해 도로 효율성을 높이는 사업으로 당초 한국도로공사가 국토부의 위탁을 받아 약 20년간 운영하던 사업이었다. 2022년 기준 사업 규모는 3800억 원에 달했다.

그런데 당시 정부는 이듬해인 2023년부터 도로공사가 아닌 국토부 산하 5개 지방국토청이 이 국도 ITS사업을 주관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위탁관리보다는 국토부가 직접 사업을 발주·관리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자연히, 사업이 지방국토청으로 이관되면, 도로공사에서는 더이상 국도ITS 사업을 발주할 수 없게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 원내대표가 국도 ITS 사업의 국토부 이관 문제를 국정감사에서 지적했던 것이다.

당시 국회 국토위원이었던 국회의원실에 근무한 한 관계자는 국도 ITS 사업 이관과 관련해 의원실에 제보를 했던 업체가 있었다고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말했다. "사업을 하는 업체 쪽에서, (국토)지방청이 사업을 전부 다 한다고 하니까 반발이 나서 제보를 했었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당시 국정감사에서 "3년이면 1조가 넘을 정도로 (국도ITS 사업이) 대규모 사업인데, 이런 사업을 만약에 이관한다고 하면 신중을 기해야 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한국도로공사 사장 직무대행에게 따져 물었다. 2022년 국정감사 시기 이 사안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낸 의원실은 김 원내대표 외에 한 명, 국감에서 실제 이 질의를 한 의원은 김병기 원내대표가 유일했다. 

김병기 원내대표가 2022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국도 ITS 사업 관련 질의를 하는 모습. 

10일 넘게 묵묵부답인 김병기 원내대표

김병기 원내대표는 자신의 자녀를 위해 국민 세금을 받는 보좌직원과 구의원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는 지난 2022년 보좌직원과 구의원을 통해 자녀의 숭실대 편입 방법을 알아봤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녀의 대학 학위 취득은 국회의원의 직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국회의원의 권력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한 민간기업으로부터 차남이 특혜성 지원을 받은 이유와, 그 과정에서 김병기 원내대표가 관여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의혹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취재진은 여러 주에 걸쳐 기사의 당사자들에게 해명과 반론을 요청했다. A사 측과 대표 정 씨는 모두 공식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A사 측에는 지난달 12일 최초로 서면 질의서를 보냈고 이후 수차례 전화를 해 답변을 요청했지만 이들은 아무런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A사 대표 정 씨는 취재진과 전화 통화에서 도리어 "장사해서 먹고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기자들이 왜 괴롭히냐"고 했다. 

뉴스타파는 김 원내대표 측에는 지난달 21일 처음으로 공식 서면 질의서를 보냈다. 하지만 답변이 없었고, 이후 수차례 전화와 문자 등을 통해 김 원내대표 측에 해명과 반론을 거듭 요청했다. 하지만 보도 당일(4일)까지 김 원내대표 측은 아무런 입장을 보내오지 않았다. 

※관련 기사

김병기 의원, '차남 대학 편입'에 보좌진·구의원 동원

뉴스타파 강혜인 ccbb@newstapa.org

Copyright © 뉴스타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