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단상] 미스 션샤인
‘위안부’ 증언한 할머니들 잊어선 안돼

신자들에게 복음 말씀을 잘 전달하려면 사람 사는 모습들을 많이 아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제가 모든 인생을 다 살아 볼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책이나 드라마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삶을 간접 경험해 봅니다.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이 좋기는 하지만, 요즘처럼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에는 텔레비전 드라마를 통해서도 큰 감동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제가 본 드라마 중 꼭 함께 보시도록 권하는 드라마가 <미스터 션샤인>입니다. 2018년 tvN에서 방영한 시대극입니다. 보신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구한말을 배경으로 나라를 지키고자 애쓰는 의병들과 조선계 미군 장교와 조선 의병 여인의 사랑과 애국심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저는 보는 내내 <미스터 션샤인>이라는 제목이 거슬렸습니다. 제목은 주인공을 제일 앞에 내세워 표현하는 법인데, 저는 드라마 속의 미스터인 남자보다, 미스인 여성들에게 더 마음이 갔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 땅이 왜놈들의 식민지로 추락하는 시기에, 나라를 팔아먹은 놈들 대부분이 미스가 아닌 미스터들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완용, 이근택, 이지용, 박제순, 권중현(을사오적)·이완용, 송병준, 이병무, 고영희, 조중응, 이재곤, 임선준(정미칠적)·이완용, 윤덕영, 민병석, 고영희, 박제순, 조중응, 이병무, 조민희(경술국적)…. 나라를 팔아먹은 놈들입니다. 이 중에서도 눈에 확 띄는 인간이 매국 3관왕에 이름을 올린 이완용입니다.
홍파, 소아, 박 간호사, 윤호선, 수미, 귀단, 윤남종, 계향, 강씨 부인, 이연주, 김희진, 함안댁, 쿠도 희나, 고애순, 고애신, 조씨 부인…. 이 드라마에 나오는 애국 여성 의병들입니다. 물론 남성 의병들도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저는 주인공 '고애신(김태리)'의 큰어머니인 '조씨 부인'의 활약에 가슴 뭉클했습니다. 카리스마 있는 안방마님인 '조씨 부인'은 평소 취미가 사대부 여인들과 활쏘기였습니다.
그런데 그 솜씨를 발휘하는 순간이 옵니다. '19화'에서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시아버지 '고사홍' 대감의 49재를 지내던 절에, '고애신'을 잡기 위해 왜놈 군인들이 들이닥칩니다. 이때 선비라고 자부하며 헛기침만 해대던 집안의 사대부 남정네들은 저항 한번 하지 못하고 왜놈들에게 당하기만 합니다.
이때 스님들이 전해준 화살을 받아든 '조씨 부인'은 왜놈 군인들 숨통을 하나하나 끊어 놓기 시작합니다. 권력을 쥐고 흔들며 온갖 악행과 착취로 끝내 나라까지 팔아먹던 남정네들이 정작 위기 앞에서는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할 때, '조씨 부인'은 제국주의 일본 군인들 심장에 화살을 꽂아 버립니다. 그러나 그 여인은 제 이름조차 기록되지 못해 '조씨 부인'이라 불리웁니다.
17세에 만주에서 위안부로 끌려갔던 김학순 할머니. 1991년 8월 14일 최초로 일본군에 의한 강제 위안부 피해를 증언한 그분의 용기. 15살에 동네 구장과 반장, 일본인에게 속아서 공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고 '위안부'로 끌려간 김복동 할머니. 1993년 유엔인권위원회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서 처음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 강제 피해 사실을 증언하신 그 용기. 이분들의 증언은 일본 제국주의의 비열하고 잔악한 심장에 화살을 꽂는 용기이며 심판입니다.
광복의 8월이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결코 일본군에 의한 강제 성착취 위안부 만행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백남해 천주교 마산교구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