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KEAㆍ말괄량이 삐삐는 ‘스웨덴 문화’, 아바(Abba)는 아니라고?
50년 이상 된 ‘스웨덴적 가치’로 선정…인구의 1/5은 무슬림ㆍ외국 태생 이민자

스웨덴 정부는 지난 1일 가장 ‘스웨덴적인’ 항목 100개를 선정한 문화 정전(Swedish cultural canon)’을 완성해 발표했다. 정부 의뢰를 받은 역사학자 라르그 트뢰고르드는 이날 웁살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00개 ‘스웨덴 문화’ 리스트를 문화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이 선정에는 예산 800만 크로나(약 11억8000만 원)가 투입됐고, 2개의 전문가 팀이 2년 간 작업했다. 시ㆍ음악ㆍ경제ㆍ종교ㆍ법제ㆍ발명 등 11개 항목에서 50년 이상(1975년 이전) 되고 스웨덴 문화 전체를 대표할 만한 작품과 브랜드, 아이디어를 뽑는 작업이었다. 선정 과정을 총괄한 트뢰고르드는 “이 리스트는 ‘스웨덴적인’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의하고, 시민들과 새 이주자에게 ‘공유된 지도와 나침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당연히 스웨덴이 낳은 대표적인 DIY 가구ㆍ생활용품 기업인 이케아(IKEA), 1945년에 처음 책으로 나왔고 이후 TV 드라마 시리즈로 세계적인 인기를 끈 ‘말괄량이 삐삐(Pippi Långstrump)’, 스웨덴어로 쓰인 최초의 성경인 구스타프 바사 성경(1541), 14세기 흑사병과 신앙을 담은 스웨덴 영화 예술의 유산 ‘제7의 봉인(The Seventh Sealㆍ1957)’이 포함됐다.

또 노벨상과 노벨상 만찬이 열리는 스톡홀름 시청, 현대 생물 분류 체계의 기초를 세운 박물학자 칼 폰 린네의 ‘자연의 체계(Systema Naturaeㆍ1735)’, 누구든지 모든 자연을 자유롭게 하이킹ㆍ캠핑할 수 있는 권리(알레만스레트ㆍAllemansrätt),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육아휴직 제도(1974),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촉진한 부부 개별 과세 도입(1971), 세계 최대 규모의 장거리 크로스컨트리 스키대회인 바사로펫(Vasaloppet), 전통 타일 벽난로(카켈운ㆍ Kakelugn), 스웨덴 교회의 여성 사제 인정(1958) 등도 포함됐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우리나라를 형성한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모두에게 중요하다. 특히 스웨덴에 새로 온 사람들과, 가정에서 스웨덴적 문화 요소를 많이 접할 수 없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스웨덴의 대표적인 4인 혼성그룹 ‘아바(Abba)’는 이 명단에서 빠졌다. 선정 위원회 측은 최소 50년 이상 돼야 하고, 너무 현대적인 것은 배제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바는 1972년에 결성돼 1974년 유로비전에서 우승했고, 이미 1975년에는 ‘SOS’ ‘맘마미아(Mamma Mia)’ 등이 수록된 앨범을 발표했다. 얀 에릭손 스웨덴 의원은 “아바는 국제적으로 스웨덴 문화의 가장 중요한 상징 중 하나인데, 이걸 빼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고 비판했다.
요리사들은 스웨덴식 미트볼(셰트불라르)과 청어를 발효한 스루스트뢰밍(surströmming)이 빠졌다고 비판한다. 그런가 하면, 사브 비겐 전투기는 ‘스웨덴 문화’에 들어갔다. 그래서 일부에선 “인공지능(AI)이 선정했느냐”고 비아냥대기도 한다.

‘스웨덴 문화 정전’을 근본적으로 비판하는 측은 이민자와 외국 태생이 스웨덴인이 이미 스웨덴 국민의 5분의1인데, 이들이 스웨덴 사회와 문화에 기여한 것은 대부분 배제됐다고 비판한다. 또 선정된 목록이 대부분 기독교 중심이고, 무슬림적 요소는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이란 출신 스웨덴 작가인 쇼라 에스마일리안은 “국가가 강제하는 스웨덴 정전은 이방인을 환영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반대파는 2년 전에 이 선정 작업이 발표됐을 때부터, 스웨덴 사회의 소수나 현대적 삶을 배제하고 협소한 스웨덴 정체성을 고착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는 어쩌면 당연하고, 집권 여당이 처음부터 의도한 결과이기도 하다.
스웨덴 문화 정전은 국수적 민족주의 성향이 매우 세고 반(反)이슬람ㆍ반(反)이민 주장을 펴는 스웨덴 민주당이 강력히 추진했고, 우파 연립 여당도 동조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우파 연립 여당은 2023년 야당인 스웨덴 민주당의 의회 내 지지를 얻기 위해 이 ‘문화 정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 ‘스웨덴 문화 정전’을 완성한 트뢰가르드는 “선정 전문가들은 정부와는 거리를 두고 작업했고, 선정된 여러 항목은 좌우 개념이 존재하기 훨씬 전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정치적으로 오염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 100개의 스웨덴 문화 목록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웨덴 라디오 인터뷰에서 “학교 교육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완전히 무의미한 일”이라고 말했다.
북유럽에선, 덴마크가 2006년에 치열한 논쟁 속에 덴마크 문화 정전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이 정전의 문학 목록에 포함된 13명의 남성 작가와 단 1명의 여성 작가 작품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 남성 작가에 지나치게 기울었다는 논란이 거세지자, 이달말까지 문학 목록을 개정하기로 했다.
네덜란드도 2020년에 기존의 문화 정전을, 포용성과 다양성을 추가 반영해서 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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