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호구 없는 염산 작업, 다치면 해고…위험천만 주얼리공장, 76%는 자율점검조차 외면

송주용 2025. 9. 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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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얼리공장 자율점검 시행
837곳 중 점검 참여율 24% 불과
특수건강진단 지원은 24곳만 신청
"정부가 더 강력한 대책 시행해야"
7월 찾은 서울 종로구 주얼리 거리 모습. 1층 매장 위는 주얼리노동자들이 일하는 공장이다. 송주용 기자

고용노동부가 노동관계법 보호 사각지대에 놓인 주얼리업체에 대한 자율점검을 시작했지만, 주얼리업체 상당수가 이에 참여하지 않는 등 배짱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주얼리노동자들이 임금체불을 당하거나 위험한 작업 환경에 방치된 만큼 정부가 더 강도 높은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얼리업체 76%, 1차 자율점검 요구에 회신도 안 해

서울 종로구 소재 한 주얼리공장에서 노동자가 귀금속을 만드는 모습. 귀금속 광택을 내는 광택기 작업을 하면 면장갑이 금세 찢어지고 까만 금속가루가 온몸을 덮는다. 그런데도 보호장비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 금속노조 주얼리분회 제공

4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5일부터 22일까지 주얼리업체 1차 자율점검을 시행했다. 자율점검 대상은 서울 종로구 주얼리 거리에 자리 잡은 주얼리업체 837곳이다. 전체 주얼리업체에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자율점검 리스트를 보냈고 기한 내 회신을 요구했지만 204곳만 참여, 회신율 24.3%에 그쳤다. 전체 주얼리업체 4곳 중 3곳은 정부 요구에 응답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노동부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5일까지 2차 자율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가 주얼리업체 노동환경 개선책 중 하나로 내놓은 특수건강진단 비용 지원 사업도 이용률이 낮았다. 이 사업은 50인 미만 사업장은 진단 비용의 90%, 30인 미만 사업장은 진단 비용의 100%를 지급한다. 서울 종로 일대 주얼리공장의 약 80%가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분류되는 만큼 대부분 업체는 무료로 특수건강진단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지난달 29일까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소규모 사업장 재정지원 사업을 받은 주얼리업체는 총 24곳에 불과했다.

주얼리노동자들은 수십 년간 위험천만한 작업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주얼리거리 1층에 자리 잡은 화려한 귀금속 매장 바로 위층에 이들이 일하는 공장이 있다. 주얼리업체에서 28년간 일한 뒤 올해 1월 해고당한 김정봉(44)씨는 7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주얼리노동자들 월급명세서는 이름 석 자만 써 있는 사실상 백지 명세서"라며 "사업주들이 4대 보험료나 각종 세금을 아끼려 노동자들을 유령 노동자로 만들고 있다"고 호소했다.

귀금속을 만들기 위해 염산, 청산가리 등 독극물을 사용해야 하지만 보호장갑이나 마스크, 보호의 등 제대로 된 보호장구는 구경조차 하지 못했고, 4대보험이나 연차휴가는 꿈도 꾸기 어려웠다. 정봉씨 직장동료는 작업 중 손가락을 다치자 한 달 치 월급을 받은 뒤 쫓겨난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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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종로 주얼리 건물의 안쪽···'백지' 월급명세서와 보호장구 없는 염산작업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72112050002789)

정봉씨는 6월 24일 당시 노동부 장관 후보자였던 김영훈 장관 기자회견장에 뛰어들어 주얼리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소리쳤고 김 장관은 취임 후 '1호 지시'로 주얼리노동자 보호대책을 마련했다.

구체적인 주얼리노동자 보호대책이 나온 것은 역대 정권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지만 '자율점검'에 기초한 대책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주얼리분회는 "사업주들은 관행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았는데 자율 점검에만 의지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업체들의 근기법 준수를 더 강제하고 근로감독도 철저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월 24일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였던 김영훈(가운데 왼쪽) 노동부 장관이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주얼리업체 해고노동자 김정봉씨와 만난 모습. 강예진 기자

"정부, 관리·감독 더 강화해야"

서울 종로구 소재 한 귀금속 공장에서 일하는 주얼리노동자들이 점심을 먹는 모습. 창문 하나 없는 비좁은 공간이다. 금속노조 주얼리분회 제공

실제로 주얼리노동자들의 우려처럼 주얼리업체들의 자율점검 참여율이 낮게 나타남에 따라 정부의 더 강력한 관리·감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주얼리사업장 1차 자율점검 참여율이 24%에 그쳤다는 것은 여전히 노동자들이 위험한 작업환경에서 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부는 보여주기 식 대책에 그칠 것이 아니라 더 적극적인 홍보와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주얼리업체에 대한 근로감독과 불시점검을 예고했다. 노동부는 "자율점검을 미이행한 사업장을 중심으로 9~12월 근로감독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자율점검 결과) 근로환경과 산업안전 조치가 미흡한 11개 사업장에 대해선 불시점검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주얼리노동자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근로자 건강상담과 보호구 지급 및 착용 등 재해예방 기술을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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