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5] “다가올 30년의 출발 나쁘지 않은 변화였다는 평가 받았으면…” 정한석 BIFF 집행위원장 인터뷰

김희돈 2025. 9. 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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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부문 신설, 30회 BIFF 도전
최선의 길 모색한 쉽지 않은 모험
‘부산 어워드’ 폐막식 상징될 것
박찬욱 감독 개막작 큰 화제 기대
관객 발길 끌 기념비적 게스트도
폐막일까지 프로그램 고루 배치
정한석 BIFF 집행위원장이 지난 2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부산일보>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서른 번째 개막이 2주도 남지 않았다. 40여 명의 사무국 직원을 비롯해 200여 명의 스태프들이 오는 17일 출발하는 축제의 성공을 위해 마지막 힘을 쏟고 있다. 그 중심에 정한석 집행위원장이 있다. 지난 3월 21일 임기를 시작한 후 맞는 첫 영화제, 그러니까 ‘데뷔전’을 앞둔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변화가 있었다. 그 변화가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지지할 만하다.”

영화제가 끝난 후 그가 주변으로부터 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인터뷰 끄트머리에 나온 얘기지만, 서른 살 잔칫상을 준비한 그의 각오를 느낄 수 있는 말이다. 실제로 정 위원장은 자신이 속해있던 ‘선정위원회’부터 고삐를 죄며 변화에 매달렸다고 한다. 프로그래머 수가 줄고 개최 시기가 앞당겨진 상황에서 이전보다 나쁘지 않은, 아니 더 나은 영화제를 치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정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상영작 라인업 공개 기자회견 후 언론과 영화계의 반응을 접하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기자회견 후 가진 직원 워크숍에서 “영화제가 끝난 후에도 ‘잘했다’ 반응을 얻기 위해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유지하자”고 격려했다고 한다.

관객 입장에서 가장 큰 변화이자 흥미로운 점은 아무래도 경쟁부문 신설일 것이다. 일부 보도에서 ‘경쟁영화제 전환’이라는 과한 표현도 등장했지만, 정 집행위원장은 “새로운 섹션이 생긴 것으로, 신설이라고 하는 게 맞는다”라고 말했다. 어쨌든 경쟁부문 신설이라는 큰 변화를 준 것은 BIFF로서도 쉽지 않은 모험에 나선 것이다. 그의 말대로 “지난 30년의 영광에 마침표를 찍는 게 아니라, 다가올 30년의 내다보는 출발지”로서 현재 BIFF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을 찾으려는 시도 중 하나이다.

경쟁부문의 ‘부산 어워드’ 수상자를 결정할 심사위원단의 라인업이 화려하다. 나홍진 심사위원장을 비롯해 코고나다 감독, ‘포풍추영’의 양가휘 배우, 인도네시아 프로듀서 율리아 에비나 바라, 칸영화제 심사위원 경력의 인도 영화 감독이자 배우 난디타 다스, 그리고 한국의 한효주 배우가 이름을 올렸다.

정 집행위원장은 나홍진 감독을 심사위원장으로 위촉하는 데에는 박광수 이사장의 ‘백’이 큰 역할을 했다고 귀띔했다. 둘의 인연은 한예종 영상원 교수(박광수)와 학생(나홍진)으로 시작됐다. 5개 부문에 대해 시상하는 경쟁 부문을 성공적으로 잘 발전시키면 ‘부산 어워드’ 주인공은 해마다 아시아 최고 작품과 감독, 배우의 상징으로 남을 것이다. 정 집행위원장은 “첫 어워드 수상자 배출의 임무를 맡은 만큼,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패기 있고 도전적인 심사를 해줄 심사위원들을 모셨다”라고 밝혔다.

폐막식 때 진행될 ‘부산 어워드’ 시상식 모습도 살짝 공개했다. 심사위원과 게스트가 같이 무대에 올라 한 명은 수상자를 발표하고, 다른 한 명은 트로피를 수여하는 방식이다. 게스트에 대해서는 “다른 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을 맡을 정도로 세계적인 거장이 대거 트로피 전달자로 무대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개막작인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에 관한 대화도 오갔다. 한국 영화로서는 13년 만에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화제작에 대해 그는 “수상은 심사위원이 결정하는 것이니 장담할 수 없지만, 현지 분위기를 장악한 사실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베니스는 유럽의 다른 영화제에 비해 한국 영화에 관한 이해도와 관심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찬욱 감독이 이런 벽을 넘고 화제가 된 것만으로도 K무비의 성과로 평가할 수 있고, 그 기운과 흐름이 BIFF 개막식까지 고스란히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OTT 전성시대’ 영화제의 존재 이유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정 집행위원장의 바람대로 ‘변화가 나쁘지 않았다’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TV나 스마트폰 앞의 관객을 영화관으로, 또 스크린으로 이끄는 확실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 그중 하나가 ‘빅 게스트’ 초청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제에 가는 이유는 딱 두 가지”라면서 “하나는 영화를 보기 위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스타를 만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년 이상 영화계에 몸담은 정 집행위원장 역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힘을 쏟은 게 ‘기념비적’ 게스트 초청이고, 실제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개막을 10여 일 앞둔 지금 정 집행위원장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게스트 만남을 비롯한 전체 프로그램을 폐막일까지 잘 안배하는 것이다. 영화제 전반에 대부분의 이벤트를 몰아넣어 첫 주말이 지나면 축제 분위기가 급격히 시들해진다는 예년의 비판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또 하나는 예매 시스템 안정화다. BIFF는 2022년과 지난해 연속으로 시스템 과부하 문제로 환불사태까지 경험했다. 정 집행위원장은 “기존 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고, 티켓 통합관리 전문기업인 ‘스마틱스’와 새 시스템을 개발했다”라며 “더 이상 불편을 겪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점검과 보완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를 끝내며 전국의 시네필과 부산 시민을 향한 관심 요청도 잊지 않았다. 정 집행위원장은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한 만큼 관객의 지지를 받은 30회 축제로 기억되고 싶다”라면서 “편하게 오셔서 좋은 영화를 감상하고, 영화인을 만나는 멋진 열흘이 되길 바란다”라는 말로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