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5] “개막작 ‘어쩔수가없다’, 어쩔 수 없는 선택”

김희돈 2025. 9. 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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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초청작 64개국 241편 확대
박찬욱 등 한국영화 재도약 기대
아시아 영화 대상 경쟁부문 신설
상영작 늘고 상영관도 추가 확보
‘어쩔수가없다’ 스틸컷. BIFF 제공
‘굿뉴스’ 스틸컷. BIFF 제공
‘대통령의 케이크’ 스틸컷. BIFF 제공
코고나다 감독. BIFF 제공

우리나라 최초 국제영화제가 서른 살을 맞았다. 1996년 9월 13일 수영만 요트경기장 야외 상영장에서 막을 올린 부산국제영화제(BIFF). 31개국 169편의 작품을 초청해 첫발을 디딘 영화제는 어느덧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논어)는 이립(而立)에 이르렀다. 서른은 ‘온전한 성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나이’(고도원의 아침편지)이기도 하지만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김광석 ‘서른 즈음에’)거나 잔치가 끝난 후 상을 치우고 추억하는 일만 남은 나이(최영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인식되기도 한다.

30년의 세월은 BIFF를 우리나라 최초 국제영화제에서 우리나라 최대 국제영화제, 나아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영화인들로부터 사랑받는 글로벌 영화 축제로 자라게 했다. 1회 때의 6개 상영관은 전용관 ‘영화의전당’을 포함해 30여 개로 늘었고, 초청 상영작은 70개국 300여 편에 이를 만큼 성장했다. BIFF의 서른이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지 올해의 선택에게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지나간 세월을 추억하는 후일담으로 남는 서른도 있지만, 다가올 30년을 향해 다시 출발하는 서른도 있다. BIFF가 제시한 세 가지 운영기조를 통해 30회 BIFF를 살펴본다.

■힘내라, 대한민국 영화!

BIFF는 올해 개막작으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를 선택했다. 아내 미리(손예진)와 더없이 행복한 가정을 꾸리던 만수(이병헌)가 해고 통보를 받으면서 일상이 무너지고, 만수는 해괴한 방식으로 위기를 이겨내려고 한다. 개막작 선정 배경에 대해 정한석 집행위원장이 “어쩔 수가 없었다”라고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실로 ‘한국 영화의 위기 극복과 재도약 기원’을 올해 영화제 목표 중 하나로 잡은 BIFF로서는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인 셈이다.

개막작은 단순히 첫 상영작이라는 의미에 머물지 않는다. 열흘간의 축제를 이끌 선봉대로서 임무를 부여받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봉준호 감독과 함께 한국 영화의 전성기와 글로벌 K무비 붐을 선도한 박찬욱 감독의 개막작은 태극마크를 달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상 국대로 출전하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BIFF의 한국 영화 응원가는 열흘간 계속된다. 변성현 감독의 ‘굿뉴스’를 갈라 프레젠테이션에서 소개하는 것도 그렇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화제작 4편을 상영하는 섹션에 자파르 파나히(이란), 기예르모 델 토로(미국), 이상일(일본) 등 해외 거장과 나란히 초청한 것에는 한국 영화를 응원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이와 함께 한국 신예 여성 감독 5명이 선정한 작품을 감상하고 선배 감독과 대화를 나누는 특별 기획 ‘우리들의 작은 역사, 미래를 부탁해!’, 4개의 큰 주제로 개최하는 ‘포럼 비프’의 두 주제를 한국 영화로 정한 것도 같은 마음에서다.

■연대하라, 아시아 영화!

‘아시아 영화의 창’은 BIFF의 대표 섹션 중 하나이면서 동시에 영화제 성격을 규정하는 구호로도 손색이 없다. 재능 있는 아시아 영화인을 발굴, 지원하고 작품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은 BIFF의 역사와 함께하고 있다. 30회 BIFF는 이를 계승 발전시켜 가시적인 결과물로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대표적인 게 아시아 영화를 대상으로 경쟁부문을 신설해 ‘부산 어워드’를 수여하는 것이다. 단순히 상만 주려는 기획이 아니다. BIFF는 이를 통해 동시대 아시아 영화의 흐름과 가능성을 부산에서 확인하고, 제시하고, 선언하려는 꿈을 꾼다. 말하자면, ‘아시아 영화의 창’과 ‘아시아 영화의 허브’를 넘어 ‘아시아 영화의 홈타운’으로 자리매김하려는 구상이다. 이런 취지는 ‘부산 어워드’ 트로피 콘셉트 디자인을 태국의 영화 감독이자 설치미술가인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에게 맡기는 데까지 뻗쳐 있다.

경쟁부문 못지않게 주목해야 할 기획은 ‘아시아 영화의 결정적 순간들’이다. 2015년, 2021년에 이어 세 번째 진행하는 ‘아시아 영화 100’ 프로젝트로, 올해는 지난 30년간 최고의 아시아 영화 100편을 선정했다. BIFF는 이들 중 10편을 선별, 감독과 배우가 직접 작품을 선보이고 관객을 만나는 장을 만든다. 마르지예 메쉬키니, 차이밍량, 고레에다 히로카즈, 두기봉, 지아장커, 이창동, 하마구치 류스케 등 아시아 영화를 빛낸 거장이 함께한다.

■관객이 원하는 영화제!

올해 BIFF의 공식 초청작은 64개국 241편으로 지난해에 비해 17편 늘었다. 커뮤니티비프까지 포함하면 전체 상영작은 328편에 이른다. BIFF는 상영작 수 증가에 맞춰 상영관 확대에도 힘써 CGV센텀시티 IMAX관, 동서대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등 영화의전당 인근 세 곳을 추가 확보했다. BIFF 사무국이 들어선 영화의전당 비프힐 1층의 어린이복합문화공간 ‘들락날락’을 영화제 기간에 운영하는 것도 관객 친화형 영화제로 거듭나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마르코 벨로키오, 줄리엣 비노쉬, 매기 강, 마이클 만, 션 베이커, 기예르모 델 토로, 코고나다, 계륜미, 윤여정, 장첸, 양가휘, 허광한, 밀라 요보비치, 오구리 슌…. 정한석 집행위원장이 ‘기념비적’이라고 표현하며 게스트 소개 책자에 누굴 넣고 누굴 빼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너스레를 떤 스타들의 향연도 관객이 받고 싶어 하는 서른 살 잔칫상을 준비하려는 고민의 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