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스터와 보르도 와인, 김정은의 ‘움직이는 궁전’”
“열차는 北 김씨 일가 전통“

“랍스터와 전복, 당나귀 고기에 보르도와 부르고뉴 와인, 러시아 보드카까지. 젊은 여성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고, 손님들은 중국·러시아·한국·일본·프랑스 요리 중 원하는 메뉴를 주문한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3일 중국 열병식 참석을 위해 베이징에 도착한 북한 김씨 일가의 전용 열차를 두고 이렇게 전했다. 짙은 녹색으로 도색된 방탄 열차는 외부에서 보면 단조롭지만, 내부는 ‘움직이는 궁전’으로 불릴 만큼 호화롭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타고 온 이른바 ‘녹색 럭셔리 열차’는 최소 10~15량으로 편성돼 경호원, 의료진, 참모진이 함께 탔다.

김씨 일가의 전용 열차는 1970~80년대부터 운용된 소련제 열차를 개조한 것이다. 김일성은 1958년, 1975년, 1982년 등 여러 차례 중국을 찾을 때 사용했고, 김정일도 2000년대 초·중반 최소 여섯 차례 이용했다. 김정은 역시 2018년 집권 후 첫 방중 때 이 열차를 타고 베이징을 찾아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씨 일가 전용 열차는 붉은 가죽 의자와 목재 회의실, 위성 통신 장비가 갖춰져 있고, 필요할 경우 중국 기관차가 견인해 시속 80㎞ 안팎으로 달린다. 평소 산해진미를 즐기는 미식가 김정은을 위한 초호화 음식 메뉴도 마련돼 있다고 한다. 속도는 느리지만 경호와 연출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의전 무대라는 점에서 북한 최고 지도자에게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이동 수단으로 쓰인다.

워싱턴포스트는 “열차 여행은 북한 왕조의 전통”이라고 했다. 항일 빨치산 시절부터 전략 자산인 철도를 좋아하던 김일성은 집권 시기 철도를 집착적으로 이용했다. 생전 ‘비행 공포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도 해외 순방이나 지방 순시 당시 철도를 이용했다.
이를 이용해 북한 당국은 김씨 부자의 철도 사랑을 정치적으로 홍보했다. 검소한 지도자가 직접 철도를 타고 지방 순시를 다니는 것을 일종의 홍보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다. 2011년 김정일 사망 당시 북한 당국은 “(김정일이) 기차를 타고 가던 중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지금도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에는 그들이 사용한 열차와 지방 순시 지도가 전시돼 있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김씨 일가는 요즘 말로 ‘철덕후(철도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라고 평했다.

외신들은 이번 열차 행차를 두고도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정치적 연출”이라고 분석했다. 느리게 달리지만 절대 권력을 상징하고, 동시에 안전을 담보하는 열차가 북한 3대 세습 체제를 떠받치는 상징물이라는 것이다.
김정일과 함께 열차를 탔던 러시아 특사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는 회고록에서 “푸틴 열차보다 훨씬 호사스러운 느낌을 줬다”고 했다. 게오르기 톨로라야 전 러시아 외교관도 “북한 최고 지도자의 전용 열차에선 대형 전복, 당나귀 고기, 러시아산 보드카가 식탁에 올랐다”고 증언했다. 방탄 장비가 갖춰진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 두 대를 싣고 다녔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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