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무산 인정” 했지만 오영훈 지사 정치적 입지 축소 불가피

한형진 기자 2025. 9. 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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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주민투표 가능성 불투명...吳 “새 과정 있으면 법안 재고 가능성” 기대
자신을 대표하는 1순위 공약이 무산된 오영훈 지사와 민선8기가 과연 남은 임기 동안 어떤 반전을 모색할지 지켜볼 일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오영훈 제주지사가 결국 물러섰다. 자신의 최우선 공약인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애초 약속한 일정대로 시행할 수 없다고 인정한 것이다.

사실 공직사회 안팎에서는 2026년 6월 지방선거 도입이라는 목표가 쉽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있었다. 오영훈 도지사와 김한규 국회의원 간의 대립은 둘째 치더라도, 제주시를 동·서제주시로 나누기 위한 행정 절차들이 생각 이상으로 많고 복잡해, 이대로 가면 결국 졸속 추진이라는 우려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윗물과 아랫물의 온도가 다른 상황이 지속되고, 여기에 앞서 언급한 도지사와 국회의원 간의 입장 조율도 좀처럼 해소되지 않았다. 결국 차기 지방선거를 9개월 남긴, 올해 하반기가 돼서야 공약을 철회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 이르기까지 제주도가 소요한 행정 절차가 통으로 비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더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의 공론화 과정, 기초자치단체설치준비단 설치·운영부터 조직진단-청사 활용-세제 개편 등 각종 연구용역을 비롯해 2026년을 목표로 추진된 세세한 과정들은 힘을 크게 잃어버리게 됐다. 설사 향후 도입을 위해 필요한 절차라 해도 추진 속도에 있어 무리였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오영훈 지사도 4일 간담회에서 "만약 행정체제개편 방식을 행정체제개편위원회 같은 절차가 새로 만들어져 다시 논의한다면 기존에 진행 중인 용역은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66만 제주도민을 대표하겠다고 선거에 나서면서 가장 첫 번째로 내건 공약을 임기 막바지가 돼서야 물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에 대한 정치적인 책임은 지사 본인이 감수해야 한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만약 12.3 불법 계엄과 국정 공백을 거치면서 보다 예리한 정무 감각으로 조금 더 일찍 입장을 선회했다면 더 나았을 것이라는 지적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오영훈 지사는 4일 열린 언론 간담회에서 "솔직히 행정체제개편을 낙관적으로 본 면도 있다. 이견이 존재함을 확인했고 극복하려는 과정도 있었지만 그 과정이 순조롭지 않았다"면서 "한편으로는 도민들이 3개 안(동·서제주시, 서귀포시)을 충분히 공감할 만큼 정보 공유에 있어 부족했다. 세입이라던지 서귀포나 제주시 동부지역에 큰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그 점에 대해 잘못이 있다면 제가 충분히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했다.

또한 행정체제개편 추진에 있어 이상적인 시나리오를 묻는 질문에도 "개인 입장을 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한껏 자세를 낮췄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지방선거 전 주민투표, 2027~28년 기초자치단체 설치'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냈지만 그것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김한규 국회의원을 비롯한 견제 세력을 설득하는 과정이 원만치 않아 '공약 철회'라는 결과까지 맞이한 상황에서, 지방선거가 9개월 밖에 남지 않았는데 과연 제대로 협의하고 방안이 도출되겠냐는 시선이다. 지금까지 못했는데 입장이 더 첨예해지는 앞으로는 가능하겠냐는 비판인 셈이다. 

이미 공약 철회로 동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지방선거라는 대형 이벤트를 목전에 두고 국회·의회 등 주변에서 과연 순순히 도정을 따라갈지는 확언할 수 없다. 견제를 앞세운다면 연내 주민투표에 따라줄 것은 만무하다. 주민투표 임기 내 최종 무산은 결국 다시 오영훈 지사의 힘을 빼는 연쇄작용을 불러오기에, 사실상 주도권은 도청 바깥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기에 오영훈 지사는 '국정과제'라는 큰 명분을 내세웠다. 그는 간담회에서 "의견을 달리하는 쪽도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라는 국정과제를 달성해야 한다는 성과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런 전제가 있기에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행정체제개편 관련 법안 2개가 국회에 제출됐는데, 새로운 과정이 있다면 (입법에 있어) 재고할 수 있다는 분위기도 있다"고 덧붙이면서 자신이 한 발짝 물러난 이상, 대척점에 있는 김한규 국회의원과 충분히 풀 수 있음을 기대했다. 

오영훈 지사가 행정체제개편의 마지노선을 2027년과 2028년으로 제시한 이유도 '국정과제'라는 이유에서다. 국정과제인 만큼 이재명 정부 임기 안에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한다는 것.

다만, 2027~28년에 도입할 경우 도의원 임기도 줄어들기에 3년짜리, 혹은 2년까지 도의원에 그친다는 새로운 갈등과 혼란을 가져온다. 내년에 선출되는 도의원 임기는 2026년~2030년이지만 2027~2028년에 기초자치단체가 새로 도입되면, 임기 단축은 불가피하다. 그에 따른 예산 낭비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이런 비판을 두고 오영훈 지사는 "불가피한 측면이다. 도민께 이해를 구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두루뭉수리하게 넘어갔다. 차라리 '주민투표는 차기 도정에서, 기초자치단체 출범도 다음 지방선거인 2030년'으로 정리하는 편이 낫지 않냐는 의구심이 나올 만큼, 공약 포기 선언도 깔끔하지 못한 부분이 남아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주형 기초자치단체는 결국 멈췄다. 힘주어 끌고 가다 멈춘 만큼의 기회비용은 고스란히 공직사회와 제주도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자신을 대표하는 1순위 공약이 무산된 오영훈 지사와 민선8기가 과연 남은 임기 동안 어떤 반전을 모색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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