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 1세대 모더니스트들을 통해 들여다 본 ‘침묵하는 美的 영혼들’
9일부터 12월 30일까지 ... 한국 현대미술과 도입과 정착의 시간들 응축

20세기 초 시대의 압력과 근대적 자각의 교차로 근현대 작가들은 혼돈의 시기를 경험했다. 이들은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떨치고 있는 K-문화의 시대적 유산이자 원형으로 꼽힌다. 하지만 미흡한 제도와 시장 탓에 유명 작가를 제외한 대다수 근대 화가들의 미술사적 가치는 경시되고 작품의 연구·보존은 소홀했다. 오늘날 한국의 현대미술의 기원은 언제 어디에서부터 시작됐을까. 서구의 현대미술은 어떠한 경로로 한국에 유입이 되었고 어떤 변화 과정을 거쳐서 오늘날 동시대 미술로 변화했을까.
엄미술관(화성시 봉담읍 오궁길 37)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9일 오후 3시에 개막하는 ‘근대미술 7인전-침묵하는 美的 영혼들’은 이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았다. 근대 문화유산의 가치 발굴과 보존 차원에서 주목할 만한 한국미술 1세대 모더니스트 7인의 전시를 기획해 한국의 근현대 미술이 가진 저력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7인의 작가는 남관(1911~1990), 김종영(1915~1982), 유영국(1916~2002), 곽인식(1919~1988), 김영주(1920~1995), 류경채(1920~1995), 배동신(1920~2008)이다. 이들은 모두 1910~20년 사이에 출생한 동 시기의 예술가들. 한국적 아카데믹한 화풍을 수립함과 동시에 서구의 표현주의, 추상미술, 전위미술 등을 토대로 한국미술이 구상에서부터 새로운 경향인 엥포르멜(informel)로 이행하는 데 독창적인 기여를 하며 한국미술을 이끄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전시는 7인의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통해 매 순간 역경과 고난이었던 한국 현대미술의 도입과 정착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응축됐다.

전쟁의 비극, 생명에 대한 갈망, 인간에 대한 긍휼 등의 내면의 진실을 독자적 문자 추상 양식과 데꼴라주 기법을 통해 드러낸 남관의 ‘문자 추상 시리즈’와 현대인의 실존적 문제를 테마로 형상과 기호의 상징적 화면을 구사한 김영주의 ‘신화시대’(1990), ‘얼굴’(1981) 등의 말년작, 넓은 면과 단순한 윤곽선으로 표현된 산의 형태로 구상성과 원근감을 부각하는 유영국의 서정적 산수 시리즈 ‘산’(1990)과 ‘작품 1’(1993)을 만날 수 있다.

추상에서 한발 더 나아가 형태를 완전히 소멸시키고 선과 면으로 절대적 추상의 세계를 대변하며 인간의 내면을 그린 류경채의 ‘염원’(1993)과 드로잉 시리즈도 이번 전시에서 마주하게 된다.
추상화의 주류에서 벗어나 한평생 수채화라는 독립 장르를 통해 색과 빛을 통해 동양의 사의성을 드러낸 배동신의 ‘무등산’(1960~1975)과 ‘항구’(1975~1985) 연작, 이번 전시의 유일한 조각 작품인 김종영의 ‘나무’(1981)도 감상할 수 있다.
‘나무’는 김종영의 전성기로 일컬어지는 불각시대(1973~1982)의 작품으로 서구의 미니멀리즘의 원리에 동양의 불각사상을 결합한 독자적인 조형미를 드러낸다. 이차원의 평면에서의 물성탐구를 통해 평면 추상에 깊이감의 층위를 드러낸 곽인식의 작품 역시 대거 소개된다.

전시와 연계해 개막일 오후 3시에는 기혜경 홍익대학교 교수의 ‘모더니즘의 자기화: 한국 1세대 모더니스트 7인전’ 강의가 마련돼 한국 미술사에서 근본적으로 제기되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간다.
진희숙 엄미술관장은 “엄미술관은 2016년 개관 이래 오늘날 한국미술의 토대와 근간이 되는 근현대 시기의 작가들의 미술사적 가치를 주목해왔다”며 “이번 엄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이 한국 1세대 모더니스트 작가들의 잊혀가는 업적과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상기하고 한국미술에 내재된 미적 가치와 정신성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12월 30일까지 이어진다.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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