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첫 변화…법무부, 임금체불 이주노동자 ‘통보 의무 면제’ 추진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임금체불을 신고할 경우 즉각 출입국관리소에 통보되어 강제 퇴거로 이어지던 비인권적 구조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20여 년 만에 타파된다. 법무부는 임금체불 피해 이주노동자를 공무원의 '통보 의무 면제' 대상에 포함하는 법적 근거 마련에 착수했다.
5일 법무부에 따르면 정부는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임금체불 피해를 입은 외국인을 통보 의무 면제 대상에 추가할 계획이다. 현행법상 공무원은 직무 중 미등록 외국인을 발견하면 출입국에 알려야 하지만, 앞으로는 노동청 등에 체불 진정을 낸 이주노동자의 신분이 확인되더라도 이를 통보하지 않아도 된다.
이는 그동안 임금체불 피해를 겪고도 강제 출국이 두려워 신고를 포기하거나, 실제 노동청을 찾았다가 현장에서 체포되어 구금됐던 '비타빗 솔로몬' 씨 사례와 같은 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법무부는 강제퇴거 대상자라 하더라도 임금체불 사실이 확인되면 직권으로 '보호일시해제'를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체불 사업주에 대해서는 외국인 고용과 초청을 제한하는 징벌적 규정도 새롭게 마련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노동자의 인권 존중이라는 시대적 가치를 반영해 임금 체불자가 그대로 쫓겨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는 이번 결정을 반기면서도 실효성 있는 현장 안착을 주문하고 있다. 임선영 이주인권 셋 대표는 "제도를 모르는 공무원이 관행적으로 통보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교육과 안내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짚었다.
법무법인 원곡 최정규 변호사는 "면제 규정이 '재량'에 머물지 않도록 통보 금지 제도로의 강화가 필요하다"며 "보증금 등 보호일시해제의 높은 문턱을 낮추는 실질적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Copyright © 인천일보 All rights reserved - 무단 전재, 복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