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온 K-뮤지컬, "진흥법 제정으로 노 저어야" [K-뮤지컬의 미래②]

황서연 기자 2025. 9. 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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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휴 작가, 뮤지컬 배우 박은태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한국 뮤지컬 업계가 뮤지컬산업진흥법 제정을 촉구하며 한 목소리를 냈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뮤지컬 포럼 2025'가 열렸다.

이날 포럼은 한국뮤지컬협회가 주관하는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부대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현장에는 박천휴 작가, 배우 박은태, 쇼노트 이성훈 대표, 라이브러리컴퍼니 김유철 본부장, 고희경 홍익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장, 뮤지컬 평론가 최승연,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유통팀 정인혜 팀장이 참석했다. 포럼은 일반 관객들에게도 좌석을 열어 뮤지컬 마니아 관객 500여 명도 방청했다.

1966년 예그린악단이 선보인 '살짜기 옵서예'를 시작으로, 국내 뮤지컬 시장은 지난 60년 간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영미권 라이선스 뮤지컬이 시장에 들어오고,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장 규모가 커졌으며 2012년부터는 뮤지컬 수출국으로 전환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특히 올해 6월에는 박천휴 작가가 집필한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 6관왕을 달성하는 업적을 이룬 바, K-뮤지컬은 새로운 도약을 눈 앞에 두고 있다.

◆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뮤지컬산업진흥법 통과 초읽기

포럼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수년째 업계의 숙원 사업으로 꼽히고 있는 '뮤지컬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뮤지컬산업진흥법)이었다. 문화산업진흥법(이하 문진법)은 문화산업 지원 및 육성을 위한 법으로, 관련 산업 기반을 조성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뮤지컬은 산업화된 예술 분야 중 유일하게 진흥법이 제정되지 않은 장르다. 제21대 국회에서 법안이 발의됐지만 자동폐기됐고, 지난해 6월 재발의 돼 현재 계류 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뮤지컬산업진흥법의 국회 통과를 앞다퉈 촉구했다. 쇼노트 이성훈 대표는 "2021년 문진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뮤지컬이 연극과 분리돼 독립적인 장르가 됐지만 아직 부족하다. 법이 규정돼야 관련 산업도 발전할 수 있다. 뮤지컬도 독자적인 진흥법이 필요하다"라고 발의했고,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수상, 해외에서의 화제성을 언급하며 "한국 뮤지컬 계에 큰 물이 들어온 상황이다. 노를 젓기 위해서는 빨리 진흥법을 제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박천휴 작가 또한 뮤지컬산업진흥법의 제정을 촉구했다. 박 작가는 "표준계약서 자체도 없는 것이 뮤지컬 산업의 실태다. 젊은 창작자들이 작품을 만든 후 계약서를 쓰려고 하면 말도 안 되는 내용들을 접한다는 하소연을 하더라. IP를 모두 공연 제작자에게 줘야 하고 2차 수익도 창작자에게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라며 "진흥법 제정을 통해 표준계약서를 비롯해 창작자들의 생계가 보장되고, 공정하게 계약을 하고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종사자들의 기본임금도 지킬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법안을 발의한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도 이날 현장을 깜짝 방문했다. 김 의원은 "현재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법안소위에서 심사 중에 있다. 여야 모두 공감대를 가지고 꼭 통과시켜야 할 법으로 꼽고 있다"라며 "뮤지컬 전담 기관을 어디에 둘 것인지 등의 세부 쟁점을 해소한다면 무사히 제정될 것이라 확신한다"라고 밝혔다.

◆ '토니상' 박천휴 작가 "K-뮤지컬의 정의? 관객들의 몫"

한국 뮤지컬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정작 'K-뮤지컬'이라는 의도된 정의가 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희경 홍익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장은 "이제는 뮤지컬 앞에 '창작'이나 'K'라는 접두사가 사라질 때가 됐다"라고 말했다. 박 작가 또한 "K-뮤지컬에 대한 정의는 관객들의 몫"이라고 꼬집었다.

박 작가는 "최근 '어쩌면 해피엔딩'을 두고 K-뮤지컬이냐, 아니냐라는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고 들었다. 왜 논란이 되는지도 모르겠고, 이 정의를 왜 우리가 지금 내려야 하는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에 대해 "내 이야기가 왜곡, 변질되는 일 없이 관객들에게 진정성 있게 도달하게 한다는 단순한 목표를 가지고 작업했다. 'K-뮤지컬'이라서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다"라고 작심 발언을 했다. "나는 군 복무를 마치고 유학을 갔고 여전히 한국에 세금을 내고 있는, 뼛속까지 한국인"이라고 강조하며 "내가 가진 정서를 내 관객들이 오롯이 받아주는 것이 창작자로서의 유일한 기쁨이다. 그저 나의 협업자인 미국인 작곡가와 함께 일하다 보니 약간 탈한국적인 작품이 나온 것 같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어 박 작가는 'K냐 아니냐'라는 쓸데없는 논란으로 창작자들의 싹을 짓밟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문화상품의 정체성은 소비자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창작자들이 아무리 정의를 내려도 정작 소비자들이 그렇게 느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라며 "K-팝도 수십 년 간 의도적으로 떠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장르다. 인공적으로 'K-뮤지컬'이라고 떠드는 것보다는 한국, 나아가 세계 관객들이 '이게 K-뮤지컬이구나'라고 느끼는 순간까지 열심히 창작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박은태 "배우 처우 개선·외국인 예매 시스템 필요"

데뷔 20년 차인 박은태는 후배 배우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뮤지컬산업진흥법이 통과돼 배우들의 처우 개선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라며 특히 신인 배우들 지원 시스템의 부재, 정신 건강 문제 등을 언급했다.

박은태는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뮤지컬을 시작하고 겪었던 가장 큰 애로사항은 모든 일을 배우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었다"라며 "특히 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에는 오디션에 합격하기 전까지는 개인의 힘으로 자기 계발을 하기가 어려운 현실이고, 데뷔에 성공한다 해도 작품이 끝난 뒤 공백기에는 금전적 어려움을 겪기 쉽다"라고 지적했다. 작품을 기다리다 보면 공백기에 다른 일을 하기 어려워 수입이 끊기게 되는 업계 특성을 언급하며 "신인 친구들이 꾸준히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발판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제안도 내놨다.

또한 박은태는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 가수 박진영의 인터뷰를 언급하며 "소속사 차원에서 인성 교육, 멘털 관리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 하시더라. 배우로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무대에 서야 하는 직업적 특성상 우울감, 압박감, 스트레스 등을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이를 어떻게 견뎌야 하는 지를 배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는 영세한 배우들에게 멘털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강연, 포럼 등의 개최를 제안했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박천휴, 박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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