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끊임없이 새롭게 피어나는 생명성” [헤럴드디자인포럼 2025]
“나만의 의지 지켰을때 진정성 보여”
“한국적인 것은 고정된 것 아니다”


“전통이 현대적으로 보일 수 있는 한계점까지 가보자” (정구호 디자이너) “한국적인 것은 고정된 무엇이 아니라 혼종성과 유동성을 통해 끊임없이 새롭게 피어나는 생명성이다” (유주형 카페 어니언 대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잔디사랑방에서 2일 열린 디자인 마이애미 인 시투 서울과 함께하는 ‘헤럴드디자인포럼 2025’ 네 번째 세션에서는 정구호 디자이너와 유주형 대표가 ‘글로벌 트렌드, K-디자인’을 주제로 K-디자인의 지속가능한 미래와 소구력의 원천 등을 조명했다.
정 디자이너는 ‘묵향’, ‘산조’, ‘단심’ 등 전통과 현대를 아우른 작품을 연출한 사례를 공유하며 K-디자인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정 디자이너는 패션 디자이너에서 공연 연출가로 영역을 확장하며 패션, 공간, 음악, 무대연출, 영화미술 등을 아우르는 통합적 창작자로 활동 중이다.
정 디자이너는 전통이 진화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아카이빙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디자이너는 “세습적으로 발견되는 것을 아카이빙하고, 후대를 양성할 수 있도록 기술을 유지해야 한다”며 “전통을 바탕으로 나만의 것을 만들어 요즘 세대를 위한 현대적 언어로 재구성해왔다”고 했다.
정 디자이너는 자신의 작품과 주변의 시선이 충돌한 사례도 솔직하게 언급했다. 정 디자이너는 심청전의 심청을 다룬 작품 ‘단심’을 예로 들며 “이 작품의 의상이 전통에 맞는지에 대한 얘기가 있었다”면서도 “결론적으로는 내가 생각하는 기준의 해석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생각하는 전통의 기준은 한국무용이 가지고 있는 균형을 바꾸지 않는 것”이라며 “전통이 어떻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진화해 갈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한 청중이 ‘후배 디자이너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느냐’고 묻자 “제일 중요한 건 나의 의지와 철학”이라며 “내가 하는 모든 것은 나를 위해 하는 것이고, 그것을 꿋꿋하게 지켰을 때 진정성이 보일 것”이라고 답했다.
정 디자이너의 뒤를 이어 유 대표도 카페 어니언을 통해 K-디자인을 진화시킨 사례를 공유했다. 유 대표는 성수동의 폐공장을 ‘한옥에서 고무신 신고 커피 마신다’는 독특한 콘셉트로 삼아 어니언을 만들었다. 다른 카페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손님 중 글로벌 관광객들이 많다는 점이다.
유 대표는 “세계적으로 쓰임을 받거나 인기있는 브랜드를 나열하면 젠틀몬스터, 메디큐브 등이 있다”며 “디자인 미감 관점에서 보면 이들은 전통성보다는 태도와 양식에 가깝지 않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유 대표는 어니언이 핵심 비전으로 ‘지방 도시소멸 문제 해결’을 삼고 있다고 했다. 디자인 언어로는 ‘버려지고 소외받는 것들에 대한 애정, 블루칼라적인 집단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 두 가지를 토대로 영역을 확장해나갔다고 전했다.
유 대표는 첫번째 매장이 자리잡게 된 성수동에 대해서는 뉴욕 브루클린을 찾았던 경험을 언급했다. 유 대표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자본가들이 얽혀있는 형태가 인상적이었다”며 “브루클린과 가장 가까운 형태의 미감(지상철, 공장지대), ‘다리 건너 청담동’이라는 지역적 장점을 봤다”고 했다. 성수동이라는 공간에 셰프, 작가, 바리스타 등이 의기투합해 첫 매장이 만들어졌고 그 다음 스텝으로 옮겨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 다음 ‘동네’로 아이디어의 중심을 옮긴 유 대표는 “강북구 미아동에 젊은이가 많이 살고, 우체국이 비즈니스모델 쇠퇴로 공간을 임대한다는 뉴스를 접해 서울강북우체국을 찾아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문 닫은 한정식집을 개조해 오픈한 안국점에 대해서는 “외국인을 주제의식으로 삼아 전통적인 것들에서 아이디어를 찾았다”고 언급했다.
유 대표는 지속가능성을 위해 ‘매장과 주변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필연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땅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떤 도시를 개발할까’, ‘이 곳에 어니언을 열면 인근 카페 매출이 떨어질까’ 등 여러 생각을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광장시장점은 테스트 성격이 있었는데, 인근 상인회와 어울리면서 자리를 잡아 지금은 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했다.
유 대표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호텔 프로젝트’도 언급했다. 유 대표는 한남 5구역 재개발 지역 내 운영이 어려운 모텔을 인수해 호텔로 바꾸고 있다.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머무는 시간’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착안한 프로젝트다.
마지막으로 유 대표는 K-디자인이 갖춰야할 덕목으로도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도 잊지 않았다. 유 대표는 “전통이라는 키워드로 나누지 않아도, 아름다움 자체가 자극적”이라며 “아름다운데 선택받지 못하는 것들을 같이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 의미가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은 ‘K-컬처’의 미래는 ‘뿌리를 유지하는 것’과 ‘꾸준함’에 달려있다고 봤다. 정 디자이너는 “뿌리를 지키기 위해 진화할수록 그 기초적인 가치를 인정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의미에서 K-컬처의 미래를 밝게 본다”고 했다. 유 대표는 “들떠있기보다 그 안에서 수준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고민하고 조언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정은·신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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