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석의 개미생활] 금융위원회, 냉면과 곰탕 파는 곳 아닙니다

김남석 2025. 9. 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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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주] 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개인 투자자고, 매일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울고 웃습니다. 일반 투자자보다 많은 현장을 가고 사람을 만나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바를 철저하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곰탕하고 냉면을 같이 하던 집이 곰탕 따로, 냉면 따로 하는게 좋은 서비스가 될지… 정부 조직법이 개정돼서 금융위 기능이 조정된다 하더라도 사장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 청문회에서 여당 의원이 정부의 금융위 해체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을 방어하기 위해 한 발언이다. 야당 측이 정부조직법 개편으로 금융위가 해체되면, 이번 청문회가 사실상 ‘열흘 짜리’ 위원장을 검증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자 나온 것이다.

여당 의원은 곰탕과 냉면으로 쉽게 설명했지만, 이번 조직 개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 보인다. 곰탕과 냉면은 동등한 위치에 있지만, 정책과 감독 기능은 엄연히 다르다.

사실 지금 금융위가 가지고 있는 정책 기능이 기획재정부로 옮겨간다면 이번 청문회 시간은 절반으로 줄어들었을 것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상공인 관련 금융 정책이나, 모험자본 확대, 금융권의 상생기금 출연, 부동산 금융 정책, 가상자산 관련 정책 등의 향후 추진 방향을 이억원 후보자에게 물을 이유가 사라진다.

그저 금융위는 앞으로 금융권의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주가조작 수사는 제대로 진행되는지만 살펴보면 될 일이다.

사실 과거 금융위는 금융 관련 정책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출범한 조직이다. 기재부가 너무 많은 정책기능을 담당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학계에서도 금융위 조직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누군가는 금융위는 금융업계에 대한 감독기능만 담당해야 하는 것이 취지에 맞다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현재의 금융위 체계가 과거 금감위의 한계를 벗어난 제대로 된 조직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정답은 없고 최종 결정자의 의지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조직인 셈이다. 하지만 이번 조직 개편 과정에 대해서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미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부터 금융위 해체에 대한 이야기는 꾸준히 나왔다. 지금은 해체된 국정기획위원회가 금융위 축소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같은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대통령이 금융위의 부동산 대책을 칭찬하고 권대영 부위원장을 임명하면서부터 금융위가 존속될 것이란 예측에 힘이 실렸다. 금융감독원장에 대통령 ‘최측근’ 인사가 임명되고,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에서도 정부조직 개편 이야기가 빠지면서 금융위 해체는 없었던 일이 되는 듯 싶었다.

이번 정부의 핵심 전략이 자본시장 개혁인 만큼, 금융위의 역할이 커진 것도 이 같은 예상에 힘을 보탰다. 코스피 5000을 공약한 지금 해체하기에는 금융위가 맡은 임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조직이 개편돼도 정책은 그대로 유지되겠지만, 인력 재배치와 담당부서 이관에 따른 불필요한 지연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추진 과정도 논란이 많다. 이번 금융위원장 후보자 청문회 전날에야 용산에서 여당 정무위원회를 불렀다. 야당 위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금융위 담당 상임위인 정무위 모르게 진행된 조직개편안은 이미 발표된 상황에서 청문회를 진행할 필요가 있냐는 주장이다. 심지어 여당 위원조차 금융위 해체를 몰랐던 것 같다. 용산에서 마련된 안을 발표 하루 전에야 공유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곰탕과 냉면을 예로 들어가며 급하게 방어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도 ‘기습’의 여파로 보인다.

물론 지금 후보자로 지명된 금융위원장이 ‘열흘짜리’에 그치진 않을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후보자가 향후 금융감독위원장이 되고, 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소비자보호원장으로 갈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금융위원장은 ‘장관급’ 인사다. 금융위는 어쨌든 지금은 금융 관련 정책의 최고 기관이다. 사실상 정부 부처 중 하나를 없애는 조치다. 조금 더 공개적인 논의를 거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야 하지 않을까.

김남석 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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