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집권 초부터 파워엘리트 갈등 양상… 조기 권력투쟁 시작 조짐[허민의 정치카페]

허민 전임기자 2025. 9. 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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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민의 정치카페 - 여권 파워엘리트 충돌
‘검찰개혁’ 둘러싸고 당·정 충돌 표면화… 정권 임기 초에 집권세력 내부 균열
‘당심 대 민심 + 현재권력 대 미래권력’ 복합 충돌국면… 정권의 조기 퇴행 부를 수도

이재명 대통령과 집권당 파워엘리트 간의 당정 관계가 특이성을 보이고 있다. 집권 초반기 ‘협력적 조율’에서 중반기 ‘경쟁적 차별화’로, 후반기 ‘퇴행적 갈등’으로 나아가는 일반적 과정을 건너뛰고, 초반부터 권력투쟁 수준으로 진입한 모양새다.

◇엘리트 간 충돌

검찰개혁안을 놓고 당정 간 충돌이 표면화한 가운데, 대통령 정무수석이 직접 나서서 집권당 강성파를 ‘경고’한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 부쩍 잦아진 대통령실 실장·수석 등 고위 참모들의 언론 인터뷰나 방송 출연은 “적극 대응하자”는 용산 내부의 논의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발언은 곧 이재명 대통령의 생각으로 봐야 한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지난 1일 한 방송에 출연해 “검찰개혁안에 대해 논쟁을 하랬더니 싸움을 건다”고 말했다. 우 수석은 집권당 내 강성 검찰개혁론자들이 다소 ‘온건한’ 검찰개혁 구상을 밝힌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겨냥해 “너무 나갔다”(민형배 의원) “검찰개혁 5적”(임은정 검사장) 등으로 비난하자, 이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경고했다.

여권 내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물론, 강성 당원들의 목소리와 동조화돼 있음은 물론이다. 정 장관은 이들 강경파로부터 연일 공격당하고 있다. 정 장관은 기자에게 “당내 고립무원(孤立無援)”이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우 수석의 경고는 이런 현실에 대한 대통령의 우려를 말해준다.

민주당 수도권 출신의 A 의원은 “지금 ‘당정 간 이견이 없다’는 정청래의 발언은 말이 안 되는 소리”라며 “현재의 모습을 당정 간 역할분담이나 짜고치기로 보는 건 나이브한 관점”이라고 했다. 범여권인 조국혁신당의 B 의원은 “집권세력 내에서 검찰개혁안을 두고 이견이 있는 정도를 넘어, 상당한 강도의 권력투쟁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당정 관계는 집권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경쟁적·공세적·퇴행적 상황으로 옮아간다. 프랑수아즈 부섹에 따르면 집권세력 내 파워엘리트 간의 관계는 일반적으로 협력적 조율(집권 초반)→경쟁적 차별화와 방어적 통합(집권 중반)→퇴행적 갈등(집권 후반)으로 변화한다.

◇빨라지는 권력전이

그런데 이재명 정권 내 파워엘리트가 집권 100일도 안 돼 심상찮은 갈등 구조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여기엔 여권 내부의 특이성이 작용한다. 포퓰리즘 성격이 강하고 제도화가 약한 정치체제에서는 정권 초기부터 갈등이 빨리 터져 나올 수 있다(새뮤얼 헌팅턴). 즉 제도화 정도가 취약할수록 ‘권력전이’의 시기가 앞당겨진다.

특히 승리연합이 약하고 정당 내 특정 세력이 지배적인 경우, 여권 내부의 권력투쟁이 빨리 시작되며 권력이 조기에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강성 당심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금의 민주당이 딱 그런 경우다. ‘당심-민심 괴리’나 강성 계파의 영향력 증대 등 특정 조건으로 말미암아, 권력의 임기 후반에 나타날 ‘권력전이’ 현상이 조기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1987년 민주화체제 이후 들어선 대한민국 역대 정권은 대부분 ‘부섹 모델’의 길을 걸었다. 여권 내 파워엘리트들이 초반에는 협력적 양태를 보이다, 임기 중반에 경쟁 혹은 방어로 나아가고, 임기 후반에는 퇴행적 갈등으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김영삼·김대중·이명박·문재인 정권이 그 경로를 거쳤다.

노무현 정권에서는 ‘노사모’의 지원을 받던 친노와 ‘정통’의 지지를 업은 정동영계 등 반노 간 갈등이 집권 중반부터 시작됐다. 민주화 이래 최초로 과반 득표에 성공한 박근혜 정권은 초반엔 당정 협력이 순탄하게 진행됐지만, 중반 이후 친박-비박 갈등이 첨예화하면서 파국을 맞았다. 윤석열 정권은 ‘승리연합’의 조기 해체 이후 친윤-친한(친한동훈) 간 전선이 펼쳐지면서 임기 중반에 탄핵을 맞게 됐다.

임기 초반부터 대통령과 집권당 강경파 사이에 전선이 형성된 이재명 정권의 특이성은 ①집권 초반임에도 여권 내 대통령 권력이 압도적이지 못하고 ②강성 당심이 당 대표를 중심으로 조직화돼 있으며 ③검찰개혁이라는 타협 불가능한 상징 이슈가 전면에 올라왔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메이의 법칙

강성 팬덤의 존재는 파워엘리트 내부의 권력 갈등을 앞당길 수 있을까. 정치가 강성 팬덤에 의존할수록 엘리트 내부 권력 갈등이 더 빠르게 진행된다는 건 아직 학문적으로 규명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런 가설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 연구는 있다. 존 메이가 ‘정당의 의견 구조’에서 제안한 ‘메이의 법칙(May’s Law)’은 이를 우회적으로 설명한다.

메이에 따르면 정치적이고 활동적인 사람들은 상대적 지위에 따라 ‘정당엘리트(당 지도부, 국회의원)’ ‘중간엘리트(핵심당원)’ ‘비(非)엘리트(우호적 유권자)’ 등 세 가지 층위로 분류된다. 각 층위의 구성원들이 정치적으로 활동하려는 동기는 대조적이며, 질적으로 다른 이념적 입장을 갖는다. ‘메이의 법칙’에 따르면 정당의 저변을 형성하는 열성 당원 즉 중간엘리트는 정당엘리트나 일반 유권자보다 이념적으로 더 극단화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포퓰리스트적 성격이 강한 정당 내에서 강성 당원과 정당엘리트 사이의 긴장은 더 높아진다. 팬덤이 더 강성화하면 할수록 정당엘리트에 더 큰 압박을 가하게 되고 이는 국정 담지자인 정부와의 조기 갈등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피터 터친이 ‘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에서 제안한 ‘엘리트 과잉생산’ 개념은 이 논의를 풍부하게 해준다. 엘리트들이 내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강성 지지층과 결합하는 행태를 보이며, 이는 정치적 불안정을 초래한다는 게 터친의 논지다.

결론적으로 정권을 떠받치는 강성 지지층의 극단성이 권력 내부 엘리트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하고, 포퓰리즘적 권력이 엘리트 간 긴장을 고조시키며, 엘리트 과잉공급으로 기회가 제한된 상황에서 강성 지지층이 사회적 불안을 부르는 갈등의 촉매 역할을 한다.

◇당심과 민심

이재명 정권의 당정 갈등은 ‘당심 대 민심’이라는 구조적 갈등이자 ‘현재권력 대 미래권력’이라는 정치적 투쟁이다. 이 대통령은 당심을 얻어 집권했지만, 집권 후엔 당심을 넘어 민심을 살펴야 할 처지에 있다. ‘오직 당원’만 부르짖는 집권당 강경세력과의 갈등은 필연이다.

지금 당정은 협력적 조율의 차원을 넘어섰다. 앞으로 방어적 통합으로 갈지, 경쟁적 차별화로 갈지, 혹은 조기 퇴행적 갈등으로 치달을지 모를 일이다.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설명

‘프랑수아즈 부섹’은 프랑스 출신 정치학자로 영국 런던 퀸메리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 ‘Rethinking Factionalism’이란 글에서 분파주의를 협력적·경쟁적·퇴행적 유형으로 분류.

‘메이의 법칙’은 영국의 정치학자 존 메이가 자신의 글 ‘정당의 의견 구조’에서 제안한 개념. 정당에 세 층위가 있으며, 통상 당원이 정당엘리트나 유권자보다 더 극단적 이념 성향을 갖는다는 것.

■ 세줄요약

엘리트 간 충돌: 여권 내 검찰개혁을 둘러싼 충돌이 현실화. 프랑수아즈 부섹에 따르면 집권세력 내 파워엘리트 간의 관계는 협력적 조율(집권 초반)→경쟁적 차별화·방어적 통합(중반)→퇴행적 갈등(후반)으로 변화함.

빨라지는 권력전이: 1987년 민주화체제 이후 들어선 대한민국 역대 정권은 대부분 ‘부섹 모델’의 길을 걸음. 하지만 이재명 정권은 이런 일반적 과정을 건너뛰고, 집권 초반부터 권력투쟁 수준으로 진입한 모양새.

메이의 법칙: 현 정권의 당정 갈등은 ‘당심 대 민심’이라는 구조적 갈등에 ‘현재권력 대 미래권력’이라는 정치적 투쟁이 결합. 특히 강성 팬덤의 존재가 집권세력 내부 충돌을 부르고, 조기 퇴행적 갈등을 일으킬 수도.

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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