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헌 맥킨지 한국대표 “기업 성장할수록 제도부담도 늘어…규제 해결돼야 적극투자 가능” [자산 2조 덫에 걸린 기업들]

한영대 2025. 9. 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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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성장포럼 출범식’ 기조강연
2차 상법개정안으로 기업인들 투자 축소 고려
“韓 경영 환경, ‘기업가 정신’ 함양 어려워”
“자발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 조성돼야”
미래 먹거리로 고부가가치 산업, AI 등 언급
송승헌 맥캔지앤드컴퍼니 한국오피스 대표. [맥킨지앤드컴퍼니 한국오피스 제공]

[헤럴드경제=한영대·박혜원 기자] “우리나라의 자본 시장 규제가 너무 심해서 한국 대신 미국 상장을 택한 바이오 기업이 있다. (중략) 현재 한국 기업 환경의 가장 큰 문제는 ‘기업가 정신’이 함양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즉 업사이드(상방 압력)는 작고 다운사이드(하방 압력)는 큰 구조여서 경영진으로서는 위험을 회피하려고 한다.”

송승헌 맥킨지앤드컴퍼니 한국오피스 대표는 4일 서울시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업성장포럼 출범식’에 기조강연자로 참석,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0%대로 진입한 원인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송 대표가 언급한 기업가 정신은 더 큰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겠다는 의지이다. 기업가 정신을 기반으로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국 경제를 이끌 기업이 늘어난다고 송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중소·중견 기업이 새로운 리더로 올라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국무회의에서 2차 상법개정안이 의결되면서 기업인들은 기업가 정신을 제대로 발휘할 수없는 상황에 처했다. 2차 상법개정안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인 기업들은 이사를 선임할 때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해야 한다. 집중투표제로 적대적 인수·합병(M&A) 리스크가 커진 만큼 중소·중견 기업들은 규제 대상에서 피하지 않기 위해 투자 축소 등을 고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송 대표는 “대기업이 투자와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데, 지금은 기업이 성장궤도에 오를수록 제도적 부담도 함께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래서 많은 기업 오너들이 기업가치 증대보다는 지배권 유지에 우선순위를 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기업가 정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민간이 자발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성장을 제한하는 규제가 해결돼야 기업인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인공지능(AI)에 2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정부 투자만으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핵심은 (기업들이) ‘이 방향으로 가면 이득이 있겠구나’하는 구조를 (정부가)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내부의 성과 문화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목할만한 성과를 달성한 임직원들에게 과감히 보상하는 것은 물론 실패를 딛고 다시 시도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표이사(CEO) 근속년수는 경제협력개발기수(OECD) 회원국에서 짧은 편”이라며 “CEO들은 ‘피땀흘려 올라간 자리인데 연말 인사로 물러나면 어떻하지’라는 걱정 때문에 리스크를 피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마다 있는 임원 인사 시스템,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 부족 등이 모험보다는 현상 유지를 택하게 만드는 유인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며 “거버넌스와 성과 문화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우리나라가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될 산업으로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 산업 ▷AI 삼총사(생성형 AI, 에이전트 AI, 피지컬 AI) 등을 꼽았다.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 산업의 예시로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을 언급하면서 “HBM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시장의 흐름을 바꿨다”며 “앞으로 다양한 특수 목적용 반도체 수요가 본격화될 것이고,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이 새로운 질서를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설계, 소자, 재료, 패키징 등 전 분야에서 선행 투자와 빠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AI 삼총사 역량을 키워 노동생산성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피지컬 AI를 강조하면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 언어를 학습했다면, 이제는 로봇이 인간처럼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수많은 혁신 기업이 등장할 것이고, 한국은 제조업 기반 강점을 바탕으로 이미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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