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弗=1400원 육박’…‘外人 엑소더스’ 부추겨 박스피 ‘잔인한 9월’ 맞이할까 [투자360]

신동윤 2025. 9. 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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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이후 원/달러 환율 1390원 오르내리는 상황 지속
8월 ‘박스피’ 이끈 外人 순매도세도 高환율이 주요 이유
관세·재정 불안에 ‘안전자산’ 선호 강화…强달러 지속 요인으로
9월 중 정점 찍고 달러 약세 전환 가능성도 제기
“고용 쇼크 發 금리 인하 가능성 주목…트리거 필요”
지난 3일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실시간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최근 미국 관세 정책 불확실성 심화와 주요국 재정 위기 등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형국이다. 이에 원/달러 환율도 ‘심리적 저항선’으로 불리는 1400원 선에 육박하는 모양새다. 고환율에 따른 환차손 우려가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 현상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외국인 투자자의 ‘코리아 엑소더스(한국 증시 탈출)’를 부추겼단 분석도 나온다. 고환율 현상이 지속될 경우 ‘계절적 약세장’인 9월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에 대한 투심 약화 현상을 더 심화할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일 대비 1.3원 오른 1392.3원을 기록했다. 전날보다 4.2월 상승한 1395.2원으로 출발한 전날 환율은 장 초반 1396.4원까지 치솟으며 1400원 선에 더 다가서기도 했다.

달러는 영국, 프랑스 등에서 불거진 유럽 재정 건전성 우려와 일본의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최근 강세를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이라는 미국 법원의 항소심 결정이 나오며 관세 관련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켜 가치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프랑스 의회의 총리 불신임 발표 등으로) 유로화 약세가 심화하고 미 달러화가 더 강해질 경우 원/달러 환율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대비 2.60원 내린 1389.7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구인·이직 보고서(JOLTS)에 반응하며 하방 압력을 받았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구인 건수는 계절 조정 기준 718만1000건으로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다.

증권가에선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에 육박하는 강(强)달러 현상이 지속될 경우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로 이어지고, 국내 증시의 지지부진한 흐름이 더 장기화할 수 있단 우려 섞인 지적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 투자할 경우 환차손이 커져 매력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에서 1조4889억원 규모의 순매도세를 보인 바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사상 최고치’ 경신을 향해 내달렸던 지난 6월만 해도 원/달러 환율이 1350원대까지 내려갔지만, 7월 중순 이후부턴 1400원 선을 잠시 넘나들 정도로 높아졌다”면서 “증시 주도주가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인 가운데, 환차손까지 감수하며 국내 증시에 투자할 동력이 감소한 것”이라고 짚었다.

문제는 달러 강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 수준이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한동안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는 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9월 월간 전망보고서에서 “최근 해외에선 금 가격이 신고가를 재차 경신하는 등 위험을 회피하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지만 아직 달라진 점이 없고, 오히려 미국 시장금리가 한국보다 높아 원/달러 환율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9월 들어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세가 다소 살아나는 모습도 보이고 있지만, 대내외적 리스크에 따른 증시 변동성이 극대화한 상황 속에 원/달러 환율까지 비우호적인 상황에 중장기적 추세로 이어지긴 아직 힘들단 분석도 나온다.

전날 코스피 시장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는 4362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이며 이틀 연속 순매수세를 보였지만,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는 1011억원 ‘팔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한 국내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장기’ 투자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외국인 투자자마저 최근 국내 증시에선 종목별 등락에 따른 순환매에 대응하거나 단기 트레이딩을 통한 차익 실현 등에 집중하는 모양새”라면서 “증시 전반적으로 계절적 약세를 보인다고 알려진 9~10월엔 원/달러 환율마저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경우 외국인 매도 패턴이 강화하는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권순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9~10월엔 외국인 순유입이 컸던 종목 중심으로 리스트를 관리하고, 수급 둔화 신호가 보인다면 보수적 접근이 요구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바탕으로 9월 코스피가 박스권에 머무르는 답답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대준 연구원은 9월 코스피 등락 범위로 3000~3250을 제시하면서 “매년 9월께는 매크로와 수급 환경이 증시를 부양할 만큼 강하지 않은 데다, 잭슨홀 미팅과 추석 연휴 등으로 경계심이 높아져 방어에 집중하려는 경향이 세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달 중으로 달러화 가치는 정점을 찍고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있다. ▷9월 미 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 ▷트럼프 대통령에 의한 미 연준 독립성 훼손 ▷중국 인민은행의 위안화 절상 등이 향후 달러 약세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9월 원/달러 환율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 예상하면서 범위로 1350~1400원을 제시했다. 그는 “8월을 끝으로 고점은 지났단 판단 아래 1400원 상회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며 “고용 쇼크가 재현된다면 9월 빅컷(한 번에 기준 금리 0.5%포인트 인하) 기대와 함께 달러 급락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압박이 거세질 경우 달러 약세는 더 가속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달러 약세가 점차 시장에 반영될 것”이라며 “강력한 트리거(계기)가 없을 뿐, 약달러 재료는 쌓여가고 있다”고도 했다.

머니코프의 북미 구조화 담당 책임자인 유진 엡스타인은 “미 연준이 노동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시장이 계속 악화한다는 지표가 나온다면 달러는 실질적으로 더욱 큰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금요일(5일) 발표될 고용 보고서마저 부진하다면 강한 완화 기조가 형성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약달러 전망에 더해 글로벌 매크로(거시 경제) 환경이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복귀에 긍정적이란 평가도 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미국, 독일 등 글로벌 주요국의 재정 확대 의지로 유동성이 커진 상황에 저평가된 신흥국 투자처인 한국 증시는 글로벌 자산 배분 관점에서 여전히 매력적 대안”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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