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씸죄’로 스톡옵션 몰수?···플렉스의 '스톡옵션' 논란 [강홍민의 끝까지 간다]

2025. 9. 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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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관리 서비스 스타트업 '플렉스', 퇴사자 10여명 스톡옵션 제대로 지급 못 받아
제보자들, 사측에 내용증명 보내고 소송 준비
플렉스 "회사에 해 끼치는 행위로 판단...주식 가져가는 건 안 된다고 결론”
"플렉스팀 구성원만 이용해주세요" 플렉스 사무실 내 화장실 앞에 붙어 있는 문구다(사진=강홍민 기자)



인사관리(HR) 서비스 스타트업 플렉스(flex)가 직원들에게 약속했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지급을 두고 논란이다. 2023년부터 올해 초까지 플렉스를 떠난 퇴사자 10여명은 회사가 지급해야 할 스톡옵션 미지급액이 약 30억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끝까지 간다> 제보창을 찾은 플렉스 전 직원 ㄱ씨는 기존 연봉을 깎고 스톡옵션을 더 받는 조건으로 플렉스에 입사했다. ㄱ씨는 입사 시점으로부터 2년 뒤 50%를, 1년 뒤에 나머지 25%, 그로부터 1년 뒤에 나머지 25%의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하고 플렉스에 입사했다.

스톡옵션은 스타트업 업계에서 인재 채용을 위해 제안하는 방식 중 하나다. 플렉스는 전 직원에게 액면가 100원의 스톡옵션을 제공한다며 인재를 영입해왔다.

물론 ㄱ씨도 그 중 한 명이다.

ㄱ씨는 “회사의 제안이기도 했지만 제가 선택한 부분”이라면서 “회사의 가능성을 보고 연봉을 깎아서라도 입사했으니 그 선택에 후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신의 스톡옵션은 1주당 ‘0원’입니다”

ㄱ씨는 입사 2년이 지난 2024년 10월, 계약서에 명시된 스톡옵션의 절반을 행사할 수 있는지 물었으나 회사 측은 사정상 이듬해 5월 주주총회가 열린 이후 행사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퇴사를 하더라도 스톡옵션 행사에는 제약이 없을 것이라는 회사의 약속을 받은 그는 올해 5월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 회사를 떠났다.

ㄱ씨는 이듬해 5월, 회사에 스톡옵션 행사를 문의한 결과, 1주당 ‘0원’으로 책정돼 지급받을 금액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회사 측은 스톡옵션을 차액보상형으로 처리해 1주당 평가금액을 0원으로 책정했다는 입장이다.

플렉스 측은 “비상장주식의 가치는 인정되는 거래가 없다면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준용돼 평가하는데, 2024년 감사보고서를 기준으로 한 공식 평가액은 0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보자들의 입장은 달랐다. 올해 상반기 플렉스가 100억원의 투자유치를 통해 기업가치 5천억원, 1주당 15만208원으로 평가 받은 점을 지적했다.

제보자들은 “투자 유치로 기업가치가 5천억 원이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해 놓고 퇴사자들에게는 주당 0원이니 지급 못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투자 유치 이후 기준으로 평가를 하면 아마 0원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ㄱ씨의 사례 외 또 다른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보유 중인 스톡옵션 전부를 몰수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ㄴ씨는 스톡옵션이 행사 가능한 근로기간을 모두 채워 회사로부터 주식을 신주발행 받았다. 2024년 10월 퇴사한 ㄴ씨는 이듬해 1월 창업했다. 이 과정에서 플렉스 측은 ㄴ씨와 ㄷ씨의 주식을 몰수했다. ㄷ씨는 ㄴ씨와 함께 플렉스를 다니다가 함께 공동 창업한 퇴사자다.

플렉스는 이들이 회사에 중대한 손실을 끼쳐 주식을 몰수했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재직 중 회사에 대한 비방과, 현직자들을 대상으로 퇴사를 종용하고, 플렉스의 중요 기술을 빼내 창업을 했다고 회사 측은 주장했다.

하지만 제보자들은 플렉스 측이 자신들의 주식을 몰수하기 전 수차례의 회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ㄴ씨는 “플렉스 측에서 몇 번 연락이 와 1주당 5만원으로 계산해 사 주겠다는 식으로 제안이 왔다”며 “저희가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했다면 이런 회유를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에 왜 남아 있냐" "퇴사해"···‘괘씸죄’의 오해와 진실

플렉스로부터 주식을 몰수당한 제보자 ㄴ씨, ㄷ씨는 창업 초창기 멤버들이다. 몇 안 되는 이들이 모여 플렉스의 방향성을 고민할 무렵 10번째로 입사한 그는 개발과 영업부서를 오가며 나름의 공을 쌓았다. 창업을 위한 퇴사를 고민할 때도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들의 조언도 구했다.

ㄴ씨는 “정당한 계약기간을 채웠고, 정당한 요구를 했음에도 거절당한 사실이 괘씸하고 배신감이 든다”며 “퇴사를 한 회사와 싸운다는 자체가 심적으로 힘든데, 이런 일이 앞으로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플렉스의 입장 역시 제보자들과 비슷한 면이 있다. 일부 퇴사자들이 회사를 흔들어 놓고 퇴사했다는 것에 분노한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점이다.

여느 스타트업처럼 플렉스 역시 창업 이후 수많은 입·퇴사자들이 회사를 거쳐 갔다. 그 과정에서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 퇴사자 중에서는 스톡옵션을 행사한 이들도 있다. 플렉스 관계자 역시 “퇴사자들 중에서 스톡옵션을 행사해 큰 부자가 된 분들도 많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일반적인 퇴사가 아닌 조직적으로 임직원들에게 동반 퇴사를 유도하고, 의도적으로 회사를 기망했다는 것이다. 또 회사 차원에서 중요한 시점에 무책임하게 스톡옵션 등의 보상을 언급하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고 회사 측은 주장했다.

플렉스 관계자에 의하면 이 시기에 퇴사자들(ㄴ씨·ㄷ씨)과 관련된 현·퇴직자들의 제보가 잇따랐다는 점이다. 회사 측이 받았다는 제보의 내용은 이렇다. 일부 퇴사자들이 회사 욕을 하고, “같이 그만두자”, “돈 더 많이 주는 곳으로 옮겨라” 등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탕질로 2024년 9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간 퇴사자가 급증했다고 플렉스 측은 주장했다.

제보자들은 회사가 주장하는 비방이나 이간질을 하지 않았고, 할 이유도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비방에 대해 회사 측의 검증이 별도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측은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할 뿐 제보의 맹점인 증거는 내놓지 않았다. 플렉스가 주장하는 퇴사자들의 비방행위의 진실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로 인해 신주발행 받은 주식을 몰수했기 때문이다.

플렉스의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계약서> 내 ‘스톡옵션 부여의 취소사항’에는 ‘을’이 고의 또는 과실로 ‘갑’에게 중대한 손해를 끼친 경우라고 명시해 뒀기 때문이다. 계약 조항에 부합하는 취소사항이라면 양측 간 소통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일부 퇴사자들의 스톡옵션 권한을 취소한 것에 대해 플렉스 관계자는 “(이들이) 회사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한다고 판단했고, 이들이 주식을 가져가는 건 안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초기부터 마련한 스톡옵션 제도는 신뢰를 바탕으로 세워졌는데, 일부 퇴사자들의 기만과 조직적 행동으로 훼손되는 상황에 회사는 원칙을 지키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차액보상 방식에 대해서는 “법률과 회계 원칙에 따른 정당한 절차였다고 확신한다”면서 “선의로 운영하던 제도를 악용하려는 시도로부터 구성원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제보자들은 애초부터 회사가 스톡옵션을 지급할 생각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ㄷ씨는 “사실 퇴사를 한다고 했을 때 회사에서 몇 번 잡은 적이 있었다. 그래도 5년 간 이 회사를 다니면서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는 “퇴사 면접 때 ‘부자 될 기회를 또 놓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5년을 근무해 스톡옵션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되는데, 그럼 같이 부자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아예 지급할 생각이 없었던 것 아닐까 싶다”고 주장했다.

옥다혜 법무법인 미션 변호사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스톡옵션 행사 했을 때 회사 측이 받아 주지 않아 주식 인도 청구 또는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스타트업이 차액 보상형으로 스톡옵션을 행사 할 수 있도록 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회사 측에서 제시한 금액이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될 경우, 최근 6개월 이내 회사가 구주 매매 거래 사례가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방법”이라며 “구주 매매 거래에서 책정된 시가로 평가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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