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양양 멀쩡한데 도대체 왜 강릉만…안일했던 가뭄 대책 [세상&]

이영기 2025. 9. 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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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을 덮친 극심한 가뭄이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지리적 특성상 강원권에서 심각한 가뭄 가능성이 전부터 제기됐으나 실효적인 대책 마련이 지지부진했단 것이다.

실제로 강릉의 인접 지역인 양양과 고성, 삼척 등도 소규모 저수지와 지하수를 활용해 가뭄에 대비했다.

이례적인 여름 가뭄이 올해는 유독 강릉에서 도드라졌지만, 앞으로 어느 지역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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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가뭄은 인재…인접지는 대비
평창 도암댐 활용하거나 지하댐 건설
해양 심층수 활용하는 방식도 대책
바닥을 드러낸 강원도 강릉시 오봉저수지 모습. 안효정 기자.

[헤럴드경제=이영기·안효정 기자] “(여름 가뭄이) 우리나라 뉴노멀(New normal)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뭄이 여름철에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이제 알아야 한다.” (정지훈 세종대 환경융합공학과 교수)

강릉을 덮친 극심한 가뭄이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지리적 특성상 강원권에서 심각한 가뭄 가능성이 전부터 제기됐으나 실효적인 대책 마련이 지지부진했단 것이다. 전문가들은 다른 지역 댐을 활용하거나 지하댐 건설, 담수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대안을 제시한다.

4일 강원도 강릉시의 주수원 노릇을 하는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13.5%로 떨어지며 10%를 향해 꾸준히 내려가고 있다. 소방대 수십 대를 비롯해 군과 민간 살수차까지 총동원돼 저수지에 물을 붓고 있지만 거대한 저수지를 채우기엔 역부족이다.

오봉저수지에 저장된 물은 강릉시민 20만명이 쓰는 생활용수의 87% 가량을 책임진다. 사실상 시가 전적으로 의존하는 유일한 수원(水原)인 셈이다. 믿을 저수지를 달랑 하나만 두고서 버텨온 강릉을 보면서 전문가들은 ‘예견된 사태’였다고 지적했다.

재난 방지·대응 권위자인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반드시 백업(대비책)이 있어야 한다. 동해안은 강원 최북단 고성부터 최남단까지 물이 모자라는 지역”이라며 “인접지인 고성과 속초는 대비를 했는데, 강릉은 오봉저수지뿐이다. 대비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강릉의 인접 지역인 양양과 고성, 삼척 등도 소규모 저수지와 지하수를 활용해 가뭄에 대비했다. 덕분에 이번 여름 가뭄 피해를 비껴갈 수 있었다.

조 교수는 강릉의 가뭄 상황을 타개할 방안으로 ▷평창 도암댐 활용 ▷지하댐 건설 ▷해수 담수화 시설 도입 등을 제안했다.

3일 강원 강릉시 오봉저수지에서 공군 제18전투비행단 장병들이 급수를 하고 있다. 이날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13.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공군 제18전투비행단 제공]

당장은 평창 도암댐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수질, 수온 차이 등 걸림돌만 기술적으로 해결하면 강릉으로 끌어와 활용하는데 문제 없단 설명이다. 조원철 교수는 “농지와 골프장에서 흘러나오는 제초제, 살충제와 목축업 비료 등으로 도암댐의 수질이 좋지는 않다”면서도 “저수지 수질을 개선하는 검증된 기술들이 있다. 이를 적극 도입해서 수질 정화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수온 차이도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도암댐의 수온이 낮아 농업용수로 사용하면 냉해를 입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수온을 높일 방법을 제안했다. 도암댐의 물줄기가 이어지는 강릉 남대천의 보를 통해 유속을 조절하면 햇빛에 노출돼 자연스레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기적으로 강릉도 지하댐을 마련해야 한단 목소리도 커진다. 실제로 큰 가뭄 피해를 봤던 속초시는 속초 쌍천에 63만톤(t)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지하댐을 지었다.

조 교수는 “과거 정부에서 동해안 지역에 지하댐 건설을 제안했다. 인접 지역은 받아들여서 가뭄을 피했다”며 “강릉은 지금이라도 지하댐을 조속히 지어야 향후 가뭄을 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해양 심층수를 활용하는 아이디어도 제안했다. 그는 “동해안 바닷물은 염분이 평균 3.5% 정도인데 동해에는 한 7~8㎞ 나가서 한 수심 700~800m 바다에는 염분이 약 30분의 1로 줄어드는 저염분 심층수가 있다. 이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장기적인 해법이다”고 덧붙였다.

이례적인 여름 가뭄이 올해는 유독 강릉에서 도드라졌지만, 앞으로 어느 지역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 이번 강릉 가뭄은 다른 지자체도 반면교사로 삼을만한 일이다.

정지훈 세종대 교수는 “강원도는 사실 여름철에 강수량이 제일 적은 곳.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때문에 가뭄이 급속도로 진행된 것이라 앞으로도 가뭄이 반복될 수 있다”며 “기존 통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름 가뭄이 생긴 건 한 10년 정도밖에 안 됐다”고 말했다. 강수량이 가장 많은 여름철 가뭄은 이례적이지만 향후 반복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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