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거리가 1시간으로”...뚝 끊긴 통학버스 지원, 학교 현장 ‘뒤숭숭’

"한창 예민하고 민감할 시기인데...아침 저녁으로 버스에 치이고, 길 위에서 시간을 버리게 생겼으니 막막하죠."
제주시 신제주권에 거주하는 학부모 A씨는 내년부터 통학버스가 끊긴다는 소식에 한숨을 내쉬었다. 고등학교 2학년인 자녀의 등하굣길은 통학버스를 이용하면 20~30분이면 도착할 거리가 일반 버스노선을 이용하면 1시간에 이른다.
A씨는 "길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아이들이 공부나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며 "통학버스는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안전과 교육권의 문제"라고 토로했다.
올해를 끝으로 제주시내권 일부 학교에 지원되던 통학버스 지원 예산이 종료되면서 학교 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최근 대상 학교를 직접 찾아가 내년도부터 통학버스 예산 지원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당장 지원이 끊기는 학교는 신성여자고등학교, 신성여자중학교, 대기고등학교 등이다. 시내권에 위치해 있지만, 교통 접근성이 뒤떨어지는 대표적인 학교다.
조례에 따라 통학버스 예산이 지원되는 농어촌학교와 달리 해당 학교는 지난해와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관련 예산을 지원받아왔다.
통학버스 예산이 별도로 지원된 배경에는 제도적 문제가 있었다. 앞서 해당 학교의 학부모들은 지난 10년 가까이 전세버스 업체와 직접 계약해 통학버스를 운영해 왔지만,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에 따라 학부모회가 전세버스 운송 계약을 맺고 학생들에게 운임을 받는 것은 위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관련법 상 공공법인의 장이 소속원을 위해 운송계약을 체결할 수 있지만 학생들이 학부모회 소속은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당장 통학버스 운행 중단이 불가피해지자 도교육청은 한시적으로 예산을 학교장에 지원해 전세버스 운송 계약을 맺었다.
사업 일몰을 앞두고 도교육청은 한정된 재정 여건과 타 학교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추가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생들의 불편은 이해하지만, 1년에 10억원 가까운 예산을 특정 학교에만 투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올해 지원 예산은 신성여중과 신성여고에 각 4억7000만원, 대기고에 2억5000만원 수준이다.
특히 올해 8월 1일부터 시행된 청소년 대중교통 무료이용 제도가 영향을 미쳤다.
제주도와 도교육청은 도내 만 13~18세 청소년 4만2000여명에게 제주교통복지카드를 지급해 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도교육청은 이 경우 예산이 중복 지원됨은 물론, 타 학교 학생과의 형평성 문제가 도드라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반면, 학교 현장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특히 제주시 연동·노형동으로 대표되는 신제주권의 경우 여중·여고가 없어 원거리 통학길에 오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시외권 학교나 특성화고와는 달리 시내권 인문계 학교는 무작위 추첨으로 배정된다는 점도 문제시 된다.
대중교통이 과거보다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열악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일부 노선은 다른 학교 학생들과 겹쳐 만차가 잦고, 환승 대기 시간도 부담이라는 것이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자비를 들여서라도 통학버스를 이용하고 싶지만, 현행 법령상 불가능해 결국 예산 지원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선 현장에선 "통학 여건을 개선하는 일은 다른 어떤 문제보다 중요한 교육적 이슈다. 학교에 오기도 전에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느라 지치는 일은 가급적 없어야 한다"며 "특정 지역에서 통학하기 위해서는 최소 1~2번의 환승을 해야 하고, 상당한 시간을 소모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게 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장의 혼란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재정 여건상 더이상 예산을 지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추후 제주도와의 정책협의 등을 통해 학교 인근 노선 증차를 적극 요청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