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방어막 걷히는 갱년기, 여성 심장질환 위험 급상승 [건강한겨레]

최지현 기자 2025. 9. 4. 08:0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여성 사망원인 1위…완경기 이후 혈관 탄력 떨어져
“가슴 울컥하고 체한 느낌”…증상 전형적이지 않아 더 위험해
심장질환 남성 병이라는 편견…50∼60대 집중적 관리 나서야
완경으로 여성호르몬이 줄어들면 혈관벽은 두꺼워지며 탄력을 잃고 비만과 고혈압, 고지혈증 등 대사질환 발병률도 높아진다. 게티이미지뱅크

전세계적으로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치명적인 질병은 무엇일까? 정답은 바로 심혈관질환(CVD)이다. 매년 여성 사망 원인의 약 35%를 차지한다. 암으로 인한 사망률보다 더 높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암이 남녀 모두에게서 사망 원인 1위를 지키곤 있다. 다만, 암을 제외한 국내 여성 사망 원인의 2위와 3위가 각각 심장질환(10만 명당 62.7명)과 뇌혈관질환(44.7명)이다. 사망률 역시 여성 인구 10만 명당 107.4명으로 남성(103.7명)을 크게 웃돈다.

이처럼 여성들이 특히 심혈관질환에 취약한 것은 완경기인 50살을 기점으로 여성호르몬의 심혈관 보호 효과가 떨어지는 원인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혈관을 확장하는 기능이 있어 혈관을 탄력 있고 부드럽게 만든다. 완경으로 여성호르몬이 줄어들면 혈관벽은 두꺼워지며 탄력을 잃고 비만과 고혈압, 고지혈증 등 대사질환 발병률도 높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혈관질환은 오랫동안 중년 남성이 많이 겪는 질환으로 간주됐다.

여성 심장 전문가인 박성미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암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양한 기관에서 발생하기에 단일 기관에 대한 사망 원인으로 따지면 여성 사망 원인 1위는 심장, 2위는 폐(폐암)”라며 “그럼에도 설문조사를 해보면 여성 환자들이 ‘나와는 상관없는 질환'이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심장질환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우려한다.

-여성의 심장질환 증상은 남성과 다르게 나타나는가?

“가슴이 답답하거나(심부전) 쥐어짜는 듯한 가슴 통증(흉통) 등 전형적인 증상이 여성에게선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여성에게서 협심증이나 급성 심근경색 등 심장에 산소가 공급이 잘 안 돼 나타나는 허혈성 심장 질환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전형적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치기도 쉽고 치료 예후도 남성보다 좋지 않다. 반면, 여성에게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심장질환 증상은 가슴이 울컥하거나, 체한 것 같거나, 토할 것 같은 느낌 등이다. 국내에서 협심증이 의심되는 환자를 조사한 연구에서 남성은 왼쪽 가슴을 죄는 듯한 증상을 주로 호소한 반면, 여성은 주로 가슴 중앙이나 명치가 답답한 증상을 느낀다고 답변한 경우가 많다.”

-여성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는 심장질환 종류는?

“여성에게선 미세혈관 협심증이나 비협착 심근경색이 많이 발생한다. 문제는 관상동맥조영술(다리나 팔의 동맥을 통해 심장의 관상동맥까지 관을 넣고 조영제를 주입해 관상동맥이 막혔는지 확인하는 검사)로 진단이 어렵다. 혈관이 좁아져 압력이 높아지고 부하를 받으면 혈류 속도가 급하게 빨라지기 마련인데 여성에게선 협심증 등으로 혈관이 좁아져도 혈류 속도가 천천히 증가하며 지속적으로 낮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한, 자율신경반응이 남성과 달라 상대적으로 허혈에 취약하게 된다. 이는 관상동맥 미세혈관 기능에서 성별 차이가 있음을 세계 처음으로 발견한 연구 결과였다.

나이가 들수록 허혈성 심장 질환도 주의해야 한다. 구조적으로 여성은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는 방향, 남성은 심장 근육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심장이 노화한다.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면 큰 혈관 안쪽의 미세혈관까지 혈액 공급이 잘 안 된다. 이 결과 심장이 뻣뻣해지는데, 상처가 생겨 피부가 딱딱해지는 것(섬유화)과 같은 원리다. 심장이 뻣뻣하니까 피를 받아서 내보내는 일이 잘 안 된다. 이를 심장 근육이 수축은 잘하는데 안 펴지는 ‘이완기 장애’라 부른다. 결국 심장이 피를 적게 받아서 적게 내보내는 쪽으로 적응하게 되면서 심근허혈이 생긴다. 이 외에 심장 기능이 떨어지지 않더라도 호흡곤란이 발생하는 ‘좌심실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도 많이 발생한다.”

-여성과 남성이 심장 건강을 특히 조심해야 할 시기도 다른가?

“여성은 남성과 10년 정도 시차가 있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40~50대부터, 여성은 50~60대부터 심혈관계 위험인자를 규칙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대체로 현재 남성은 사회적 활동이 활발하고 생활이 불규칙적이며 음주와 흡연이 잦고 병원을 잘 오지 않는 특성이 있다. 그 때문에 40~50대에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폭발적으로 늘고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굉장히 높아진다. 이 결과, 50~60대에 이르면 심근경색과 협심증이 급격히 늘어난다.

반면, 여성은 완경기 전후부터 에스트로겐의 보호 기능이 떨어지며 심혈관계 위험인자도 급격히 늘어난다. 완경기에 쉽게 나타나는 비만 역시 심장 건강에 큰 영향을 준다. 완경기 여성 비만은 복부가 확 늘어난다는 특징이 있어 심장 기능을 크게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은 예방 전략도 치료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여성의 심장 건강은 50~60대에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60~70대에 심혈관계질환이 안 생긴다. 다만, 40대에 조기 완경을 한 여성이나 질환으로 젊은 나이에 난소를 제거한 환자, 유방암을 앓았던 환자는 에스트로겐 보호 효과가 빨리 사라지기 때문에 남성과 같이 40~50대부터 심장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

-일상에서 심장 건강을 지킬 수 있게 조언한다면?

“우선 스스로 자신의 몸에 더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 심장질환은 발생하지 않는 게 가장 좋고, 발생한다면 중증으로 발전하지 않게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이를 위해 평소 심장 건강에 관심을 갖고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하며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흡연 등의 심혈관계 고위험인자를 스스로 잘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서 평소 계단을 오르고 내리거나 조금 빨리 걸을 때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느끼면 한 번쯤은 심전도검사나 심장 초음파 검사, 관상동맥 조영술, 운동부하검사 등의 자세한 심장 검사를 해보는 것도 좋다. 큰 병원에선 순환기내과나 심장내과를, 동네 병원에선 내과병원을 찾아가면 된다. 이런 증상이 없더라도 남성은 40~50대부터, 여성은 완경기 후 50~60대부터 심장에 구조적, 기능적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적절한 운동과 건강한 식사, 필요할 경우 약물치료를 병행하며 더욱 적극적으로 심혈관 건강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박성미 교수는 오랫동안 스승인 심완주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와 함께 국내에서 여성 심장질환 전문 연구와 임상 분야를 개척하고 다졌다. 최근에는 고대안암병원 심혈관센터-로제타홀 여성심장센터를 정식으로 개소하여 국립보건연구원과 같이 성차 기반 심혈관계질환 진단과 치료 기준을 만들고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대한심장학회 산하 여성심장질환연구회와 대한성차의과학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대한심부전학회, 한국심초음파학회, 심장대사증후군학회 등에서도 활동 중이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건강한겨레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박성미 교수. 심장 모형을 손으로 짚어가며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심장의 구조적, 기능적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