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최악의 가뭄…작물은 ‘바짝바짝’ 농심은 ‘바싹바싹’

이연경 기자 2025. 9. 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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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한톨 못 건질 판입니다."

강원 강릉시 구정면 학산리에서 조생종 벼 '진호'를 재배하는 김선대씨(74)의 논은 가뭄으로 바짝 말라붙었다.

심각한 가뭄으로 생활용수 제한급수와 함께 농업용수 공급이 중단된 강릉지역 농민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농민들에 따르면 강릉은 지형 특성상 매년 봄 가뭄이 시작됐다가 단오 무렵인 5월말 비가 내려 해갈되는 패턴이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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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용수 중단 5일, 강릉 가보니]
물 부족에 타죽어 재정식 반복
병충해 ↑ 수확 ↓…농사 포기도
반복된 가뭄에 행정 공백 불만
“농업용수 확보·피해 보상” 촉구
극한가뭄으로 강원 강릉의 밭작물들이 타들어가고 있다. 왼쪽 사진부터 누렇게 변한 송정동 대파밭, 열매 끝이 타버린 구정면 학산리 고추밭, 이파리가 말라붙은 왕산면 대기리 무밭, 말라 죽은 배추를 뽑아내고 새로 심은 송정동 배추밭.

“쌀 한톨 못 건질 판입니다.”

강원 강릉시 구정면 학산리에서 조생종 벼 ‘진호’를 재배하는 김선대씨(74)의 논은 가뭄으로 바짝 말라붙었다. 이삭이 나오는 출수기에 논에 물을 제대로 댈 수 없어 이삭조차 패지 못했고 벼는 누렇게 말라버렸다. 김씨는 “평생 농사를 지었지만 이런 피해는 처음”이라며 “논을 바라볼 때마다 속이 바싹바싹 탄다”고 토로했다.

구정면 구정리 밭에 고추 1500포기를 심었던 김순자씨(70)는 “예년 같으면 건고추 15가마니는 족히 땄을 텐데 올해는 열매가 달리지 않아 사실상 전멸”이라며 “손에 쥔 돈도 다 떨어져 약값·자재비도 마련할 수 없기에 보릿고개라는 말이 실감 난다”고 하소연했다.

심각한 가뭄으로 생활용수 제한급수와 함께 농업용수 공급이 중단된 강릉지역 농민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애써 가꾼 작물은 말라죽고 물이 없어 아주심기(정식)도 못하는 일이 속출해서다.

피해는 벼와 고추에 그치지 않는다. 안반데기 고랭지배추밭엔 농업용수를 대는 보가 바닥나 밭이 말라붙고, ‘꿀통’(뿌리 부분이 물러지거나 배추 속잎이 썩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무는 정식기 가뭄 때문에 제대로 자라지 않아 재정식을 거듭하다 결국 농사를 포기한 농가가 속출했다.

강릉 내 대파밭 역시 누렇게 변색돼 본래의 푸른빛은 찾아볼 수 없다. 대파농가 권기섭씨(52)는 “4월에 정식해 몇달 동안 애써 키워 이제 다음달이면 출하할 상황인데 다 말라버렸다”면서 “우리 지역 농민들은 강제로 실업에 처했다”고 토로했다.

농민들에 따르면 강릉은 지형 특성상 매년 봄 가뭄이 시작됐다가 단오 무렵인 5월말 비가 내려 해갈되는 패턴이 반복됐다. 그러나 올해는 6월 강수량이 겨우 18.6㎜에 그쳤다. 농민들은 “예견된 일이었는데도 행정이 근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생활용수 부족도 농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킨다. 한 농민은 “100세 넘은 할머니들도 올해 같은 난리는 처음이라고 하더라”며 “어떻게든 작물을 살려보려 밭에서 땀을 줄줄 흘리며 일하고 왔는데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빨래도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시내에 나가 장이라도 볼라치면 냄새가 날까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생수 지원이 이뤄지면서 사정이 다소 나아졌지만 피로감은 여전하다. 한 농민은 “밭을 돌며 작물을 살리려 애쓰는 것만도 힘든데, 생활용수까지 부족해지니 피로감이 누적돼 더욱 지친다”고 하소연 했다.

농민들은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최선동 강릉고랭지채소공동출하협의회장은 “강릉지역 논밭이 메말라 병해충이 번지고 수확량이 줄어들고 있지만 우리들은 고통을 묵묵히 감내할 수밖에 없다”며 “농업용수 확보와 피해 보상 등 농민들에게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강릉지역 주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3일 기준 13.9%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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