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마운자로 신드롬…‘미용 감량’ 집착에 건강이 흔들린다 [건강한겨레]

윤은숙 기자 2025. 9. 4.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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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마운자로 ‘올바른 사용법’
체중 감량 목적으로 처방되는 비만치료제는 거식증 등 섭식장애 환자가 오남용할 경우 더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마운자로 품귀, 비만치료제 열풍 계속
위고비 처방은 9개월간 7배 이상 급증
“병원들 처방 기준 어기는 경우 많아 ”
정상체중에 사용 땐 득보다 실 클 수도
섭식장애 환자, 오남용 땐 자해 위험도
“생활습관만 잘 바꿔도 ‘장 호르몬’ 촉진”

“다이어트 주사제 마○○○ 최저가 예약.”

국내 대형 비대면 진료 플랫폼 ‘나만의 닥터’ 앱을 열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광고 문구다. 지난달 국내에 상륙한 신규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출시 직후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과거 ‘위고비’ 출시 당시처럼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30일 비대면 진료 앱을 통해 서울 종로의 한 병원에서 마운자로 처방전을 받기 위해 진료 예약을 시도해봤다. 돌아온 답은 ‘진료 취소’였다. 재고 부족 때문이었다. 병원 쪽은 “9월 둘째 주가 돼야 공급이 원활해질 것”이라며 “원내 처방약은 물론 인근 약국들도 모두 재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31일 기준 ‘닥터나우’ 앱에서 확인되는 서울 시내 약국 중 마운자로 재고를 보유한 곳은 15곳 남짓에 불과했다.

물론 모든 병원에서 재고가 동난 것은 아니다. 일부 병원은 최저가보다 10만원가량 비싼 가격에 판매하면서 ‘마운자로 재고 확보’라는 안내문을 내걸고 있다.

“전문 의약품임을 잊지 말아야”…전문가들 경고

위고비 등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치료제 이상 열풍이 계속되자 전문가들의 경고도 커지고 있다. 지난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약물은 어디까지나 전문 의약품으로, 비만 환자만 의사의 처방에 따라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온라인 해외 직구나 개인 간 거래를 통한 무분별한 구매는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비만치료제는 △체질량지수(BMI) 30㎏/㎡ 이상 성인 비만 환자 △BMI 27㎏/㎡ 이상 30㎏/㎡ 미만이면서 고혈압 등 체중 관련 질환을 동반한 과체중 성인 환자에게만 처방된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이러한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김민선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은 지난 7월 열린 긴급 심포지엄에서 “의료진의 적절한 처방·관리 없이 사용되는 사례, 비만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대상에게 투여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집계에 따르면 2023년 10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에 기록된 위고비 처방전 수는 총 39만5379건이다. 위고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정확한 처방 건수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기록을 통해 대략적인 투약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월별 추이를 보면 증가세는 폭발적이다. 2023년 10월 1만1368건이었던 처방 건수는 2024년 6월 8만4848건으로 7배 이상 늘었다.

길고 긴 비만치료제의 ‘실패 역사’

비만치료제는 실패의 역사가 길다. ‘기적의 비만약’으로 주목받았다가 심각한 부작용으로 시장에서 퇴출된 약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리덕틸(성분명: 시부트라민)’이다. 201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뇌졸중·심근경색 등 심혈관계 부작용 보고에 따라 판매 중지와 회수 조치를 내렸다. 효과보다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출시 9년 만에 시장에서 퇴출됐다.

‘벨빅(성분명: 로카세린)’ 역시 발암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2020년 미국과 한국에서 판매가 중단됐다. 안전성이 강조되며 주목받았던 약물이지만 발암 위험성 앞에서 퇴출을 피하지 못했다. 이 밖에도 ‘아콤플리아(리모나반트)’, 디니트로페놀(DNP), 마황(에페드라 성분) 등이 심각한 부작용과 사망 사고로 사용이 금지됐다.

그러나 GLP-1 계열 약물에 대해서는 “이전과는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심각한 부작용 보고가 없고, 당뇨병 치료제로 수백만 명이 이미 사용해온 경험이 있으며, 대규모 데이터 연구에서도 비교적 안전성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다만 당뇨병 치료제로서의 임상 데이터는 충분하지만, 비만치료제로서의 장기 데이터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3년 10월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실린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의대 연구팀 논문은 비만치료제로서 GLP-1 약물의 위험 요인을 지적했다. 연구팀은 미국 대형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토대로 2006년부터 2020년까지 체중 감량 목적으로 세마글루타이드·리라글루타이드 등을 사용한 성인의 건강 결과를 추적하고 다른 체중 감량제(날트렉손/부프로피온) 사용자와 비교했다.

분석 결과 GLP-1 제제 사용자에게서 △췌장염 위험 9배 이상 △장폐색 위험 4배 이상 △위마비(위정체증) 위험 3배 이상이 나타났다. 담도계 질환 발생도 증가 경향을 보였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다. 다만 연구는 진료 기록을 기반으로 해 투약 목적이나 복용 순응도, 기존 질환 같은 변수를 완벽히 통제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으며, 이런 조사가 인과관계를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연구팀은 “비당뇨인이 체중 감량 목적으로 GLP-1 제제를 사용했을 때 나타난 위험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갑상샘 수질암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GLP-1 약제 사용은 주의가 필요하다. 미국 FDA는 GLP-1 약물의 갑상샘암 위험 가능성에 대해 ‘블랙박스 경고’를 부여하고, 가족력이나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는 처방을 제한하는 등 엄격한 관리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블랙박스 경고’는 특정 처방약의 위험 수준이 가장 높은 경우, FDA가 약물 설명서에 검은색 테두리를 친 ‘박스형 경고문’을 표시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외모에 대한 강박, 섭식장애 환자에게는 더 위험

체중 감량 목적으로 처방되는 비만치료제는 거식증 등 섭식장애 환자가 오남용할 경우 더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 학술지 임상심리약리학저널 3·4월호에는 관련 사례가 보고됐다.

미국의 39살 여성 환자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9개월간 남용해 20㎏ 이상 체중을 감량했다. 환자는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범불안장애(GAD), 만성 통증, 섬유근통, 신경병증 등 다양한 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특히 비전형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그는 의사 처방 없이 지인을 통해 주사제를 구했고, 이뇨제·하제·카페인 등과 함께 사용하며 극단적인 체중 조절을 시도했다. 하루 칼로리 섭취량을 800㎉ 미만으로 제한하고 물만 마시거나 장 세척을 하는 등 극단적 식이 제한을 이어가다 심각한 건강 문제로 이어졌다. 사례를 보고한 의사들은 “섭식장애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 체중 감량 약물은 증상 악화는 물론 자해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적절한 상담과 진료 통해 처방받으면 부작용보다 이득 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필요한 환자가 적절한 상담과 진료를 통해 처방을 받는다면 부작용보다 이득이 크다고 강조한다. GLP-1 등 장 호르몬의 효과와 잠재력을 다룬 책 ‘슈퍼 호르몬’의 저자인 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GLP-1 제제를 투여하면 고혈당·고혈압·고지혈증·비만 개선은 물론 심혈관 질환과 신장 질환 위험까지 줄일 수 있고, 퇴행성 신경질환 예방 가능성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또 “GLP-1을 비롯한 장 호르몬은 염증 억제 효과가 있어 ‘슈퍼 호르몬’으로 불리며 향후 노화 관련 질환 정복 가능성까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장 호르몬 촉진 방법도 제시했다. 식사 시 탄수화물보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단백질을 먼저 섭취하고, 밥이나 빵은 나중에 먹는 식습관이 효과적이며, 운동 역시 장 호르몬 분비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장 호르몬 약물은 효과가 있지만 평생 투약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식이·운동을 기반으로 한 생활습관 개선이다. 쉽지 않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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