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도 만성질환처럼 진료실 안팎 통합적 진료 필요 [건강한겨레]
‘약제 내성’ ‘약물 간 상호작용’ 우려 여전
HIV 탓에 다른 질병 접근권과 관리 부실
질병관리청, “시스템 고도화 등 노력 중”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의 발전으로 HIV 감염 관리 패러다임이 만성질환 관리 수준의 삶의 질 유지로 크게 바뀐 상황에서, 국내 관련 정책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진료실 안팎에서 HIV 감염인의 치료 상황과 건강 관리를 연계하는 통합적인 체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건강한겨레는 특집 대담을 통해 HIV 치료 성공에 대한 감염인들의 높은 신뢰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강권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우선 치료 실패에 대한 우려도 일부 남아 있었다. 약물 고유의 특성에 따라 ‘약제 내성’이나 ‘복용 약물 간 상호작용’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이는 HIV 감염인의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인 바이러스 억제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HIV/에이즈 인권 연구단체이자 감염인 커뮤니티인 러브포원이 올해 초 HIV 감염인 2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장기 치료 시 가장 걱정되는 점으로 이들 항목이 지목되기도 했다. 전체 답변에서 가장 많은 인원인 54명씩이 각각 ‘약제 내성’이나 ‘복용 약물 간 상호작용’이라고 응답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해 일부 치료제의 실제 내성률이 임상시험 성적보다 높을 수 있다며 의료현장에서 치료제 내성 가능성을 각별히 주의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국내 HIV 감염인 전체의 약제 내성률은 현재 3.8% 정도로 안정적인 수준이지만, 지속적이고 주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연구에서 국내 감염인 중 HIV 바이러스의 국외 유래 유전형 혹은 한국형(B형)과 국외 유래형의 혼합 유전형이 늘어나면서 아직 치료받지도 않은 신규 감염인의 내성률이 2022년 5.2%에서 2023년 6.7%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까진 약제 계열별 내성률이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아 5% 전후의 내성률은 관리 가능한 정도로 보고 있다.
HIV 감염인 환자단체 KNP+의 송문수 대표는 대담에서 “같은 약제를 복용하더라도 사람마다 반응하는 편차가 커 의료진도 내성 가능성을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면서도 “약제 내성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으로 약을 매일 제대로 챙겨 먹지 않는 게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이어 “그럼에도 HIV 치료제가 주는 이점이 더 크기 때문에 절대 치료를 포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더욱 근본적인 요인으론 국내 의료 및 정책 환경의 한계가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박광서 러브포원 대표는 병원 안팎의 건강 상황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체계가 부재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는 “평생 의료기관에 의존해야 하는 입장에서 치료 의사결정 구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긴 쉽지 않다”며 “일상에서 약제 내성이나 부작용 가능성에 민감하게 우려하면서도 진료실에선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동료 감염인에게 걱정을 털어놓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커뮤니티 안의 불안감이 커지기도 한다”고 토로한다. 그러면서 “진료 전 자세한 문진이나 평소 일상에서 건강 상태를 스스로 기록해 의료진과 연계하는 디지털 건강관리 시스템 등을 구축한다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유사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개발 중인 양혜진 건양대 간호대학 교수는 “감염인들은 약만 잘 먹으면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HIV가 만성질환화하면서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가 절실해진 상황”이라며 “현실은 HIV 질환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다른 질환에 대한 접근권과 관리가 미뤄지기 쉽다”고 지적한다. 그는 “따라서 일상적인 건강관리, 응급상황 보고, 진료 및 개인 검사 정보 등을 연계한 플랫폼이 필요하지만, HIV/에이즈 지원 시스템(하스넷·HASNet) 등 정부 시스템에선 감염자 정보 유출 등을 우려해 각각의 정보를 연계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다만, 정부도 완전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질병관리청은 ‘제2차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관리대책(2024~2028)’을 통해 △하스넷 고도화와 함께 △만성질환 통합 관리체계 마련 △감염인 요양·돌봄 지원 확대 △HIV 치료 유지와 치료상황 관리를 위한 감염인 상담사업 강화 △신체 및 정서 지원 건강관리 프로그램 지속 추가 등 진료실 안팎에서 감염인의 건강관리를 연계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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