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끓는 냄비에서 반쯤 익은 개구리’의 문제
그새 中 추월에 주력 산업 붕괴로
미국마저 세계 공장 ‘블랙홀’로
낡은 엔진 단 우리의 대응은 뭔가

한 국가의 기초 체력인 잠재 성장률이 1%대로 곤두박질한 지금의 참담한 경제 상황은 20여 년간 축적된 결과다. 시대를 못 읽고, 유능하지 못하며, 소신 없이, 어려운 건 회피해 온 정권들이 한국 경제를 망쳤다. 개인 의견이 아니다. IMF 외환 위기 때 ‘한국 보고서’를 냈던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10년 안팎 주기로 한국 경제에 조언한다. 지난 7월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1960∼1980년대, 1980∼2000년대 성장한 이후 20여 년간 새로운 성장을 못 만들었다”고 일갈했다. 앞서 2013년 “한강의 기적은 멈췄다. 한국 경제는 뜨거워지는 냄비 속 개구리”라고 했고, 그 경고가 통하지 않자 최근엔 “냄비 안 개구리에 끓는 물(트럼프 관세)이 끼얹어졌다. 변하지 않으면 죽을 것”이란 살벌한 충고도 했다.
‘20년 한국 경제 성적표’를 보면 결코 과장이 아니다. 한국의 10대 기업 명단은 단 2개만 바뀌었고, 10대 수출 품목은 그대로다. 같은 기간 미국은 10대 기업 중 MS(마이크로소프트) 하나 남고 모두 새 얼굴이다. 우리 엔진이 낡아지는 동안 미국은 애플·구글·아마존·엔비디아 등 최신 엔진으로 교체했다. 우리보다 구형인 줄 알았던 중국은 어느새 화웨이·샤오미·BYD 등 첨단 엔진을 장착해 무한 질주 중이다.
그렇게 20년을 보낸 한국 경제의 민낯이 수면 위로 급부상 중이다. 낡은 엔진들이 고장 나기 시작했다. 석유화학이 스타트를 끊었다. 2023년 세계 수출 시장에서 한국 점유율 5%, 중국 3%였다. 1년 만에 한국 4%, 중국 12%다. 지금 여수의 석유화학단지에선 ‘일자리 참사’의 서곡이 울리고 있다.
이 판국에 대응은 ‘20년 전’ 수준이다. 석유화학 위기의 본질은 중국·중동발(發) 생산 폭탄이다. 그런데 정부는 부실 기업 간 짝짓기식 사업 재편이나 ‘25% 감산’ 같은 ‘자율’ 뒤로 숨어버렸다. 10년 전 온 위기 징후에도 냄비 속 개구리로 허송세월 했었다. 기업에 맡겨두면 버티기에 들어갈 게 뻔하다. 경쟁력 없는 범용 제품부터 정리해야 한다. 정부가 ‘탈석유’ ‘고부가가치’로 갈 수 있게 당근으로 유도하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이런 일 하라고 정부가 있는 거 아닌가.
더 큰 문제는 곳곳에서 낡은 엔진의 경고음이 울리는 것이다. 석유화학 외 반도체·디스플레이·조선·이차전지·스마트폰·자동차·철강 등 국내 8대 산업이 모두 중국에 역전 당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마저 세계의 공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변신 중이다. 한국이 좋은 공장서 좋은 제품 만들면, 미국이 사가던 구조를 통째로 바꾸고 있다. 겨우 월드컵 출전권 땄더니, 이젠 농구 하자는 격이다. 2023년 한국의 대미 투자액은 277억달러, 그중 제조업은 142억달러였다. 그런 우리가 3500억달러 투자펀드에, 1500억달러어치 미국에 공장 짓겠다는데 트럼프는 ‘아직 배고프다’고 한다. 앞으로 이 땅엔 누가 공장 짓고, 누가 일자리 만들지 눈앞이 캄캄하다.
냄비 속 개구리(한국 경제)가 반쯤 익었는데, 물은 식을 기미가 없다면, 개구리를 냄비 밖으로 끌어내야 한다. 구조 개혁과 ‘신형 엔진’은 필수다. 그럼에도 낡은 엔진 단 차의 운전대 잡겠다며 ‘구조 개혁 회피법’ ‘신형 엔진 장착 금지법’ 경쟁이나 벌이며, 빚 내서 돈 쓸 궁리만 한다. 안에선 멋져 보이는데 밖에 나오면 창피한 게 있다. 그게 우물 안 개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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