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우주발사체 2년에 한 번 쏘는데 공대 가겠나
행성과학자도 몇 없는 ‘희귀종’
국내 우주항공산업 고사 직전
이러니 다들 의대 가려고 애써
우주생물학 책을 손에 집어 든 건 본전 생각이 나서다. 교양과학책 읽기를 좋아해서 책을 수도 없이 사다 놓았는데, 안 읽은 게 태반이다. 주말에 낮잠을 자고 일어나다가 책상 밑에서 뒹구는 책이 눈에 들어왔고, 그게 ‘우주의 바다로 간다면’이었다. 열어 보니 우주생물학 책이다. 외계생명체를 찾는 학문이 우주생물학이다.

그 탐색의 출발은 1979년이다. 미국이 보낸 보이저호가 목성 궤도에 도달하기 직전 목성에서 가장 가까운 이오 위성의 땅이 꿈틀꿈틀하며 화산 활동이 활발할 거라는 논문이 나왔다. 논문은 이오의 화산 활동 원인으로 조석 가열을 지목했다.
목성은 거대한 행성이다. 중력장이 강력하다. 이오는 목성에서 가장 가까운 위성이다. 이오에 바다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목성이 잡아당기는 힘으로 인해 엄청난 조석간만의 차가 생길 거다. 인천 앞바다는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산처럼 높은 밀물과, 깊은 썰물이 만들어질 거다. 이오에는 바다가 없다. 땅이 대신 목성의 ‘조석력’을 느낀다. 땅이 들썩들썩한다. 조석력은 마찰력으로 나타나고 열로 변해 흩어진다. 땅을 데운다. 이오는 타원형 궤도여서 조석 에너지 소산이 더욱 크다.
보이저가 목성 궤도에 도착해 이오를 근접 관측한 결과, 이오는 태양계에서 화산 활동이 가장 많은 거로 나왔다. 이곳에는 바다가 없으니 생명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과학자들은 조건이 비슷한 인근 위성 유로파를 주목했다. 그러고는 두꺼운 얼음이 표면을 덮고 있으며 얼음 아래에는 엄청난 바다가 있다는 ‘바다 가설’이 나왔다. 이후 미국과 유럽은 갈릴레오(목성 탐사선, 1995∼2003년 목성 탐사), 카시니(2000년 목성에 근접한 토성궤도선)하위헌스, 뉴허라이즌스(2007년 목성 인근 통과, 명왕성 탐사선)를 보냈고, 이를 통해 이오의 바다는 소금기를 머금은 짠물이라는 걸 확인했다. 이오의 바다가 얼마나 깊은가 하면 100㎞이다.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인 마리아나 해구보다 10배 이상 더 깊다.
나는 목성과 토성의 위성에서 미국과 유럽 과학자들이 생명체를 추적하고 있다는 건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주생물학자가 자신의 경험이 담긴 탐사와 연구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주는 책을 접하니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나와 상관없는 남 얘기인 듯했으나 이제 이게 내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서양 연구자들은 외계생명체 발견과 생명의 기원 규명이라는 생물학의 성배를 찾아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우리는 팔짱 끼고 구경만 해서는 되겠는가 싶다.
한국에는 우주생물학자는 물론이고 행성과학자도 몇 명 없다. 이들이 희귀종인 이유는 한국은 돈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우주발사체를 2년에 한 번 발사하는 나라다. 미국은 어떤가?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은 주 3회 발사된다. 한국의 우주항공산업 생태계는 지금 정부의 하는지 마는지 하는 우주 프로젝트로 인해 고사 직전이라고 아우성이다. 이러니 공대 안 가고 의대 가는 거다. 사놓고 보지 않다가 본전 뽑기 위해 뽑아 든 우주생물학 책 한 권이 내 속을 쓰리게 한다.
최준석 과학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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