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무장한 빅테크, 장벽 세워 혁신기업 배제 우려”

생성형 AI시장, 에너지 등 인프라 우위 대기업이 독과점 가능성
“데이터 접근, 시장 지배력 핵심” 디지털 플랫폼 규제 필요성 강조
브누아 쾨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위원회 위원장(프랑스 경쟁청장·사진)은 3일 “(빅테크) 대기업이 세운 진입장벽에 소규모 혁신기업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급성장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 등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독과점을 우려한 것이다.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국제경쟁포럼 참석차 방한한 쾨레 위원장은 이날 경향신문과 서면인터뷰를 하며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에너지 등 자원을 진입장벽으로 삼아 작은 기업들의 접근을 제한할지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쾨레 위원장은 AI 관련 규제를 최대 이슈로 꼽았다. 그는 “AI가 경쟁당국에 중요한 이슈이면서 다루기 어려운 이유는 두 가지”라며 “첫째는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산업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쾨레 위원장은 생성형 AI 시장은 빅테크들이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시장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질 때 정부가 너무 이르게 개입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면서도 “생성형 AI 시장이 특이한 것은 처음부터 각자 생태계의 우위를 활용할 수 있는 기존 사업자들의 무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쾨레 위원장은 “빅테크 플랫폼들은 전체 AI 가치사슬을 통합하거나, 데이터·컴퓨팅 파워·인재와 같이 희소하고 비싼 요소들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며 “대기업이 세운 진입장벽에 소규모 혁신기업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클라우드·AI 반도체·거대언어모델(LLM) 등 AI 산업 전반에 진출하는 ‘수직적 통합’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이어 “‘에너지 접근성’이 새로운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 등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AI 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거대언어모델은 연산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자본이 있는 기업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생성형 AI의 ‘원료’인 데이터와 관련해서도 규제 필요성을 역설했다. 쾨레 위원장은 “디지털 시장에서 데이터 접근은 시장지배력의 핵심 원천”이라며 “유럽연합(EU)은 법으로 현재 데이터 접근 및 이동성을 의무화하고, 사용자의 명시적 동의 없이 사용자 데이터를 결합하는 것을 제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호받는 저작물을 플랫폼이 불법적으로 수집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프랑스 경쟁당국이 언론사 뉴스를 무단 도용한 혐의를 받는 구글에 총 7억5000만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예로 들었다.
쾨레 위원장은 한국에서 논의 중인 ‘온라인플랫폼법’에는 말을 아꼈으나 온플법이 모델로 삼은 EU의 디지털시장법(DMA)을 설명했다.
그는 “국적에 무관하게 적용되고, 무역장벽으로 볼 수 없다”며 “북미·유럽·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의 기업들이 DMA에 따라 게이트키퍼로 지정됐다”고 말했다.
DMA처럼 빅테크 기업을 사전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온플법도 미국 측 압박에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쾨레 위원장의 언급은 미국의 ‘자국 기업 차별’ 주장을 우회적으로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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