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5시] 캄보디아 고수익 취업의 유혹…실상은 ‘납치와 감금’
[KBS 제주] [앵커]
전국적으로 청년들을 노린 캄보디아 취업 사기 피해가 잇따라 확인되고 있습니다.
앞서 영상에서 보셨듯이 제주 청년들도 예외는 아닌데요.
사건 25시에서 나종훈기자와 함께 현재 까지 어떤 피해가 확인됐는지, 그리고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지 짚어봅니다.
나 기자가 지난 뉴스를 통해 캄보디아 취업 사기피해를 당한 제주 청년들의 이야기를 잇따라 보도했는데요.
먼저, 어떻게 취재하게 됐나요?
[기자]
처음 취재를 시작한 건 지난 6월부터였습니다.
보도 속 20대 피해자 A씨가 캄보디아로 떠났던 시기였는데요.
당시에 이 피해자 A씨의 어머니로부터 걱정어린 연락을 받게 됐습니다.
아들이 캄보디아로 간 것 같은데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대화를 나누던 아들의 카카오톡 계정이 갑자기 탈퇴한 것으로 나온다.
혹시 무슨일이 생긴건 아닌지 걱정 된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경찰에도 이와 관련해서 실종신고가 접수됐고 캄보디아 대사관에 협조 요청이 들어가 있던 상황이라 저희도 여러 채널로 취재를 시작했고요.
그러던 와중 피해자 A씨가 한달 만에 돌아오면서 본격적인 취재가 이뤄졌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20대 제주 청년 A씨는 캄보디아에서 어떤 일을 겪고 온 건가요?
[기자]
20대 제주 청년 A씨는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난 사람으로부터 단기 고수익 일자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세한 내용은 자신도 모르고 여기에 물어보라며 텔레그램 아이디를 건네 받았다고 합니다.
텔레그램 속 인물은 주민등록 등본과 초본, 인감증명서 등만 챙겨서 캄보디아에 오면 열흘에서 2주 정도면 500만 원을 줄 수 있다고 제안을 건넸다고 합니다.
A씨는 정확히 무슨일이냐고 물어봤지만 그냥 아주 간단한 일이라면서 비행기 표도 예매해줄테니 일단 오라는 응답만 받았고요.
그렇게 캄보디아로 떠났습니다.
캄보디아에 도착한 며칠은 평온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캄보디아 관리자인 고슴도치라는 인물이 직접 호텔도 잡아주면서 호의를 베풀었습니다.
그런데 준비한 서류를 넘겨주고 나서 본색이 드러났다고 합니다.
돈을 주겠다며 알 수 없는 단지형 건물로 데리고 가더니 A 씨의 휴대전화와 짐을 빼앗고 감금한 겁니다.
감금의 목적은 A씨의 금융계좌와 비밀번호였는데요.
이 과정에서 권총과 전기충격기를 보여주며 협박을 했고, 폭행도 이어졌습니다.
감금된 지 한 달 무렵, A씨는 단지 내 복도 경비가 잠시 자리를 비운 새벽에 3층 높이에서 뛰어내려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정말 영화같은 이야기인데요.
A씨가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도 피해가 계속 이어진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국에 돌아오긴 했지만 이제는 각종 고소장이 날아들었습니다.
내용을 살표보니 A 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로부터 사기를 당했으니, 수천만 원을 변제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싶어서 확인을 해보니까요.
캄보디아에 감금됐던 한 달동안 A씨는 알지도 못하는 법인 5곳의 대표로 이름을 올리게 됐는데요.
명의를 도용당했던 겁니다.
이 법인들로 각종 사기범죄가 행해지면서 여기서 피해를 본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었습니다.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A 씨의 금융계좌가 각종 범죄에 대포통장처럼 사용된 정황도 발견됐는데요.
한 번에 수천만 원이 입금되고 990만 원씩 나눠서 출금된 수많은 거래 내역들이 확인됐고요.
이 밖에도 A 씨 휴대전화와 신용카드를 통해 수백만 원 상당의 코인 결제내역도 나타났습니다.
이 모든게 A씨가 캄보디아 현지에 감금됐던 한달 동안 벌어진 일들이었습니다.
A씨는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경찰 수사에 임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A씨 말고도 또 다른 피해자를 확인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A씨가 대표로 이름을 올린 법인의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다 보니 특이한 점이 있었는데요.
A씨가 6월 16일 취임하기에 앞서 5월 29일 취임했던 사람, 20대 초반의 제주 청년이었습니다.
이 사람을 통하면 A씨 사건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 나섰고요.
수소문 끝에 제주가 아닌 인천에서 B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앵커]
이 B씨도 캄보디아와 연관이 있었나요?
[기자]
또 다른 20대 제주 청년 B씨는 지난 5월에 캄보디아에 다녀왔습니다.
A씨보다 한달 먼저 다녀온 건데요.
B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A씨와 비슷하게 각종 서류를 준비해서 캄보디아로 건너갔고, 현지에서 감금됐다가 3주만에 탈출했다고 하더라고요.
B씨도 캄보디아에 감금됐던 시간동안 통장과 명의가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사용되면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지난 7월 캄보디아로 떠났다가 지난달 귀국한 또 다른 20대 제주 청년 C도 있는데요.
이 청년은 현재 트라우마가 너무 심한 상태로 병원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경찰은 이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앵커]
더이상 피해자가 없어야 할 것 같은데 지금 전국적으로 유사 피해가 계속 확인되고 있죠?
[기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권칠승 의원실이 외교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캄보디아 내 취업 사기와 납치·감금 피해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습니다.
2023년 17건에 불과했던 캄보디아 취업사기 피해 신고는 지난해 220건까지 치솟았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226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캄보디아 납치·감금 피해 역시 2023년 21건에서 지난해 221건, 올해 상반기 212건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피해 규모는 지난해의 두 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를 통해 “캄보디아 내 대규모 사기 작업장들이 높은 철조망과 무장 경비원 등으로 피해자를 감금하고 있고, 이들이 사기 목표 금액을 채우지 못하면 구타하거나 고문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청년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을 텐데요.
하는 일에 비해서 지나치게 돌아오는 보수가 많다고 하면 일단 의심부터 해야 하고요.
무엇보다 정상적인 회사라면 인감증명서와 같은 중요한 개인 정보를 사전에 요구하지도 않는다는 점 명심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혹여나 해당 일자리가 범죄와 연관돼 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면서도 큰 돈의 유혹에 못이겨서 캄보디아행을 생각하고 있는 청년이 있을 수도 있는데요.
현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용만 당하다 그 어느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라는 점 꼭 알아둬야겠습니다.
[앵커]
네, 알겠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후속 취재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종훈 기자 (n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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