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9단, 15년의 기다림 끝에 농심신라면배 데뷔승 "어릴 때부터 꿈이었던 무대... 첫 승리로 큰 힘 얻었다"

박주희 2025. 9. 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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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꿈이었던 무대에서 첫 판을 이겨서 큰 힘을 얻었다."

15년의 기다림 끝에 농심신라면배 데뷔승을 거둔 이지현 9단이 감격의 소감을 전했다.

대국 후 만난 이 9단은 "농심신라면배에서 뛸 수 있는 것 자체가 영광인데, 첫 승까지 거둬 무척 기쁘다"며 "특히 중국 선수 상대로 성적이 워낙 안 좋아서 부담감이 있었다. 그래서 이날 승리가 개인적으론 더욱 의미가 크다. 홀가분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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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국서 중국 리친청 9단에 백 불계승
'13전 14기' 첫 승리에도 "아직 긴장상태 유지"
다음 상대는 일본 신예 후쿠오카 고타로 7단
"일본 신예 기사들 강해...
첫 대국과 같은 마음으로 준비하겠다"
이지현 9단이 3일 중국 칭다오 농심공장에서 열린 제27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1국에서 중국 리친청 9단과 대국을 펼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어릴 때부터 꿈이었던 무대에서 첫 판을 이겨서 큰 힘을 얻었다."

15년의 기다림 끝에 농심신라면배 데뷔승을 거둔 이지현 9단이 감격의 소감을 전했다. 이 9단은 3일 중국 칭다오 농심공장에서 열린 제27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1국에서 중국의 리친청 9단에 226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상대는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속기파였지만, 이 9단은 상대의 실착을 놓치지 않고 대국 내내 우위를 점한 끝에 완승을 거뒀다.

대국 후 만난 이 9단은 "농심신라면배에서 뛸 수 있는 것 자체가 영광인데, 첫 승까지 거둬 무척 기쁘다"며 "특히 중국 선수 상대로 성적이 워낙 안 좋아서 부담감이 있었다. 그래서 이날 승리가 개인적으론 더욱 의미가 크다. 홀가분하다"고 밝혔다.

그간의 우여곡절이 함축된 소감이었다. 이 9단은 2010년 제12회 대회부터 지난 대회까지 13번이나 농심신라면배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도전했지만, 늘 결과가 좋지 못했다. 특히 제20·21회 대회 때는 예선 결승까지 오르고도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해 좌절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한 번 더 농심신라면배의 문을 두드렸다. 결국 이 9단은 이번 대회 국내 선발전에서 한국 랭킹 2위 박정환 9단을 꺾고 꿈에 그리던 농심신라면배행을 확정했다.

어렵게 잡은 기회인 만큼 그는 이날 대국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 9단은 대국 말미에 과거 도전기가 떠오르지 않았냐는 질문에 "나도 그럴 줄 알았는데, 바둑을 두면서는 의외로 전혀 생각이 나지 않더라"라며 "(상대가 돌을 던진 후에도) 아직 (대회가) 끝난 게 아니다 보니까 계속 긴장상태를 유지했던 것 같다. 아직까지는 (과거가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가는 등의)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지현(왼쪽) 9단이 생애 첫 출전한 농심신라면배 1국에서 리친청 9단과 대국을 펼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오랜 시간 농심신라면배에 도전하는 사이 이 9단의 기량도 절정에 올랐다. 그는 올 초 18연승과 제26회 맥심커피배 우승 등을 달성했다. 이 9단은 "나의 장점은 꾸준함이라 생각했다. 이를 지금까지 잘 이어온 게 최근 성적을 잘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며 "그런 면에서 나의 장점은 행운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승리는 한국 대표팀에도 의미가 있다. 한국이 농심신라면배 1국에서 승리를 거둔 건 2021년 제23회 대회 이후 4년 만이다. 이 9단은 "첫 주자로 나서 부담감이 있었지만, 책임감을 갖고 대국에 임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4일 열릴 2국 준비를 잘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다음 상대는 일본의 신예 후쿠오카 고타로 7단이다. 후쿠오카 7단은 어린시절 한국의 양천대일 도장에서 수련한 유학파 출신이다. 둘은 정식 대국을 펼친 적은 없지만, 한 차례 연습 대국에서는 이 9단이 패한 바 있다.

이 9단은 "사석에서 따로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는데, 연습 대국 후 복기를 하면서 한국어로 대화를 나눠본 적은 있는 사이"라며 "일본의 신예 기사들이 많이 강해졌다. 그렇기 때문에 1국 상대와 같은 레벨로 생각하고, 똑같은 마음으로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왼쪽부터) 이지현 9단, 신진서 9단, 홍민표 한국 대표팀 감독이 제27회 농심신라면배 1국을 마친 후 대국을 복기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13전 14기' 끝에 달콤한 첫 승을 거둔 이 9단의 이번 대회 목표도 궁금했다. 그는 "현재 목표는 4승"이라며 "그 이상이 되면 좋겠지만, 우선 4승을 거둘 수 있으면 정말 기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앞서 열린 제3회 농심백산수배 세계바둑시니어최강전 개막전에서는 일본의 나카노 히로나리 9단이 중국의 차오다위안 9단을 상대로 159수 만에 흑 불계승했다. 4일 열리는 2국에서는 한국의 선발 주자 김영환 9단이 출전해 나카노 히로나리 9단과 맞대결을 펼친다. 둘의 공식 대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칭다오=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libo.com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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