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호암미술관 ‘루이즈 부르주아 : 덧없고 영원한’展
강하고도 약한… 어머니에게서 거미를 보았다
드로잉·자수·설치 110여점 전시
삼성문화재단 소장품 13점 포함
작가 대표작 ‘웅크린 거미’ 자리
실을 만지던 ‘어머니’ 모습 영감
가족 구성원 은유한 ‘꽃 연작’도

“내가 추구하는 것은 감정이다.”
불안을 물질로 형상화해 몰아내려한 작가 루이즈 부르주아. 기억, 사랑, 두려움과 버려짐의 감정은 그의 작업 세계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요소다.
지난달 27일 언론공개회에서 만난 호암미술관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 전시는 상처와 치유를 겪으면서 감정과 기억의 구조를 형상화한 현대미술의 거장 루이즈 부르주아의 자서전을 펼쳐보인 듯 했다.
전시명은 작가가 생전에 썼던 글에서 가져온 것이다. 사랑과 증오, 족쇄와 피난처, 강한 것과 나약한 것 등 서로 대립하는 요소로 이뤄진 부르주아의 작품 세계를 뜻하는 말이다.
전시는 드로잉과 자수, 설치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110여점을 선보인다. 이중에는 삼성문화재단 소장품 13점도 포함됐다. 김성원 부관장은 “한국 미술관에서 열리는 회고전은 25년 만이다”라며 “부르주아의 대표작 마망을 소장한 호암미술관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더욱 뜻깊다”라고 말했다.
어린시절 아버지의 외도와 이를 묵인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부르주아에게 깊은 상처로 남았고, 이는 일평생 그에게 작업의 원천이 됐다. 이런 이유로 어린시절 부르주아가 겪은 부모와의 갈등, 사랑과 증오, 버려짐에 대한 두려움은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이기도 하다.

전시실에는 작가의 대표작인 ‘웅크린 거미’가 자리한다. 부르주아에게 ‘거미’는 ‘어머니’를 상징한다. 직물공예 작업실에서 실을 만지던 어머니의 모습은 작가에게 마치 거미줄로 집을 짓는 거미와 같았다고 한다. 강인해 보이지만 힘없이 스러지기도 하는 거미의 모습은 출산과 동시에 자녀를 몸에서 떼어버리는, 그러나 평생동안 자녀에 대한 보호와 양육의 의무를 안고 살아가는 어머니의 양가적인 모습과도 닮았다고 봤다.
부르주아는 자녀들에게도 양가적인 감정을 느꼈다. 이는 ‘좋은 엄마’라는 작품에서도 드러난다. 출생을 근원적인 버려짐이라고 본 부르주아는 어머니의 가슴에서 나오는 하얀 실로 모유 수유를 하는 모습을 표현했지만, 이는 양육으로 인해 자녀에 묶이게 되는 어머니의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

부르주아는 가족에 대한 감정을 예술 언어로 표현해내기도 했다. 붉은 과슈로 형상화한 12점의 ‘꽃 연작’은 모두 다섯 봉우리로 그려졌다. 한 줄기에서 뻗어나온 봉우리는 가족 구성원 5명을 은유한 것이다.
부르주아는 유년 시절에 대한 기억과 모성에 대한 감정을 탐구하고 이를 작품으로 표현해왔다.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아픔을 그려내기도 했고 때로 서로를 안고 있는 형상을 띤 ‘나선형’ 구조를 활용해 복합적인 감정을 하나로 융합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전시실 곳곳에 자리한 나선형 조각은 과거에 대해 괴로워하면서도 이런 감정까지 껴안으려 한 부르주아의 면모가 엿보인다. 전시는 내년 1월4일까지.
/이시은 기자 s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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