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호칭이 혐오를 부를 때

미국 백인계 여성의 이름인 캐런(Karen)은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여성의 이름에 붙이면서 전형적인 50~60대 백인 여성을 대표하고 있다. 우아한 느낌을 받는 캐서린의 약칭으로 불렸던 캐런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지금은 갑질하는 무개념 백인여성, 진상 부리는 중년 여성의 대명사가 됐다. 여기에 미국 흑백 갈등이 심화되자 캐런은 더 심각한 멸칭이 됐고, 온라인에서 밈(meme)이 됐다.
식당 종업원이나 대중교통 승객들에게 거만하고 무리한 서비스를 요구하거나 비상식적 권리를 주장하는 특권의식, 불평, 자기중심적 발언, 이기적 행동, 눈치없음 등이 특징이다. 노년으로 넘어가고 있는 해당 연령대의 특성상 자기가 아직 성적으로 가치있는 여성으로 보이기 위해 안감힘을 쓰지만, 어쩔 수 없는 늙은 여자들이라는 조롱섞인 이미지도 매우 강하다.
미국의 캐런은 우리나라의 김여사, 맘충이라는 표현과 비슷하지만, 무엇보다 아줌마와 그 뜻이 일맥상통한다.
우리의 아줌마 역시 어원적으로는 아주머니의 축약형으로, 애초에 단순히 줄여서 편하게 부르는 말이었다. 아주머니가 높임말의 성격이 있는 단어였다면 아줌마는 이를 줄인 말로, 낮춰 말하려고 만든 단어는 아니고 그냥 평어적 구어체 표현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사회적 인식이 바뀌면서, '아줌마'가 덜 존중하는 느낌으로 받아들인다. 아줌마와 아주머니 모두 중장년 여성을 일컷는 말인 까닭에 청자인 여성이 그야말로 '아주머니'로 불릴 만한 노화한 중년 여성으로 인식됐다는 사실에 불쾌해 한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아줌마 호칭을 들으면 대부분 불쾌감을 넘어 모욕감까지 느끼고 있다. 늙었다, 이성적인 매력이 없다, 뻔뻔하다, 괄괄하다, 성격이 거칠다 등을 함축한 부정적 의미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몇년 전 조사에서 30대 여성은 64%, 40대 여성은 60.2%가 아줌마 소리에 기분 나쁘다고 응답했다. 50대 여성도 44.6%나 아줌마 소리에 기분 나쁘다고 응답했다. 아줌마로 인식되는 40대 여성의 응답률이 30대와 비슷했고, 50대 여성의 응답률 역시 절반 이상이었다. 반면 남성은 30대 ~ 60대 모두 70% 이상이 아저씨라는 소리에 기분 나쁘지 않다고 답했다.
'아줌마'는 나이에 방점을 둔 호칭이라면, '아저씨'는 성인이라는 의미가 더 강한 탓이라 풀이된다. 군대에 있을 때부터 '군인 아저씨'라는 호칭을 들으며 무감각해진 탓일 수 있다.
선정태 취재2본부장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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