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외신 다이제스트] 멕시코 카르텔의 ‘군비 경쟁’

박영서 2025. 9. 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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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논설위원


멕시코 마약 카르텔들의 무장력이 빠른 속도로 증강되고 있다. 권총이나 자동소총을 넘어 지향성 지뢰(클레이모어), 로켓추진유탄(RPG), 사제 박격포, 기관총 탑재 트럭 등 ‘군용 무기’를 도입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심지어 온라인에서 구매한 드론을 폭발물 운반용으로 개조하거나 화학물질을 투하하는데 활용하는 사례까지 보고되고 있다. 멕시코와 미국의 보안 전문가들은 일부 카르텔이 ‘준군사조직’ 수준으로 무장했다고 평가한다.

멕시코 카르텔은 90년대 콜롬비아 카르텔의 몰락 이후 본격적으로 부상했다. 미국과 콜롬비아 정부가 공조해 대규모 마약 단속과 군사 작전을 전개하면서 콜롬비아 조직은 몰락했다. 그러자 멕시코 카르텔이 급성장한 것이다. 이후 여러 조직들이 분화해 피 튀기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00년대 중반이 되자 카르텔 간 ‘군비 경쟁’이 본격화됐다. 군 출신 인사들이 결성한 ‘로스 제타스’ 카르텔이 군의 야전교범을 받아들여 통신을 암호화하고 중화기를 도입했다. 그러자 라이벌 조직들도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더 강력한 무기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할리스코주의 카르텔 조직원이 멕시코 육군 헬리콥터를 RPG로 격추해 군인 6명이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는 카르텔 무장이 어느 수준까지 이르렀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남아 있다.


현재 가장 치열한 전장은 미초아칸주의 티에라칼리엔테 지역이다. 이 곳은 땅이 비옥해 마약 재배가 활발하다.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 나이츠 템플러, 라 파밀리아 미초아카나 등 주요 조직들이 사활을 건 세력 다툼을 벌이고 있다. 새벽녘 땅이 흔들릴 정도의 폭발이 일어나더니 드론 떼가 날아왔다는 목격담은, 이미 전투 양상이 ‘내전’에 가까운 수준임을 보여준다.

반면 카르텔을 제압해야 할 멕시코 치안 당국의 대응 능력은 나아지지 못했다. 경찰 무장력은 여전히 기본적인 소화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멕시코 경찰당국의 한 관계자는 뉴욕타임스(NYT)에 “저들은 대구경 소총이나 반자동 소총을 들고 오는데 우리 현장 경찰은 그런 비슷한 것도 없다”면서 “카르텔의 무장력은 우리보다 월등히 앞서 있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카르텔 무장력이 치안 당국의 수준을 뛰어넘으면서 애꿎은 주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지 인권단체에 따르면 최근 5개월 동안 미초아칸 지역에서 최소 10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14세 소년도 포함돼 있다. 농사일을 하다가, 학교에 가다가 느닷없이 공격에 휘말려 희생된 것이다.

지난 2년간 미초아칸은 멕시코에서 지뢰 피해가 가장 많이 보고된 지역이기도 하다. 카르텔이 라이벌 조직원이나 경찰을 제거하기 위해 사제폭탄(IED) 지뢰 매설을 늘린 영향이다. 지뢰 공격이 일상화되면서 주민 2000여 명이 강제 이주를 당했다.

카르텔 무장이 강화될수록 치안과 공공 안전은 심각하게 위협받는다. 경찰 장비를 대폭 강화하고, 군과 경찰의 공조 체계를 확립해야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찰·사법기관의 부패를 일소하는 일이다. 카르텔 자금이 흘러드는 구조를 차단하고, 부패한 공직자를 엄벌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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