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주춤한 사이 화려하게 부활한 왕년의 최강자들··· 천위페이·야마구치 반격에 ‘안세영 시대’도 새 국면 맞았다

심진용 기자 2025. 9. 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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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안세여잉 지난 2일 인천공항 귀국 인터뷰에서 머리를 감싸쥐며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드민턴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던 안세영(23)이 최근 두 대회 연속 걸음이 꼬였다. 지난 7월 중국오픈과 최근 끝난 세계선수권 모두 준결승에서 패했다. 안세영이 주춤한 사이 왕년의 ‘숙적’들이 다시 기지개를 켰다. 중국의 천위페이(27·세계 5위)가 세계선수권 4강에서 안세영을 무너뜨렸다.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28·세계 4위)는 그 천위페이를 결승에서 꺾었다.

안세영에게 천위페이는 숙적 이전에 천적이었고, 넘어야 할 벽이었다. 안세영이 막 세계 정상급으로 발돋움하던 무렵 천위페이만 만나면 번번이 패했다. 2022년까지 1승 8패 절대 열세였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에서 모두 천위페이에게 무릎을 꿇었다. 2023년부터 형세가 역전됐다. 안세영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을 포함해 그해 천위페이를 상대로 6승 3패를 기록했다.

천위페이 징크스를 털어낸 안세영은 지난해 파리올림픽 우승으로 명실상부 세계 최고 선수로 올라섰다. 올해 들어서는 주요 국제대회를 휩쓸다시피 하며 ‘적수가 없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천위페이를 만나서도 세계선수권 전까지 4승 1패를 기록했다.

그렇게 확실하게 넘어선 줄 알았던 천위페이가 부활했다. 세계선수권 준결승에서 안세영은 천위페이에게 0-2로 완패했다. 2게임 초반 천위페이가 왼쪽 발목을 다쳤는데도 안세영은 별다른 답을 찾지 못하고 무너졌다. 통산 상대전적도 13승 14패, 열세로 다시 돌아섰다.

첸위페이. AFP연합뉴스



야마구치 아카네. EPA연합뉴스



안세영 이전 세계랭킹 1위였던 야마구치의 부활도 심상찮다. 최근 5차례 국제대회에서 모두 3위를 기록하며 숨을 고르던 야마구치는 올해 가장 큰 대회인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세영을 꺾은 천위페이를 압도하며 2-0으로 이겼다. 2021·2022에 이어 3번째 세계선수권 정상에 올랐다. 스페인의 카롤리나 마린과 함께 배드민턴 여자 단식 세계선수권 최다 우승 기록을 세웠다.

안세영은 몇 년 전까지 도전자의 위치에서 천위페이, 야마구치를 뛰어넘기 위해 싸워왔다.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안세영이 모두가 인정하는 최강자다. 그러나 도전보다 수성이 어렵고, 산전수전 다 겪은 과거 최강들의 반격이 매섭다. 지금 위치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박주봉 대표팀 감독은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안세영 본인이 워낙 완벽한 경기를 추구하는 성향이다 보니 스스로 부담을 많이 가지는 게 아닌가 한다”고 걱정했다. 결과적으로 그런 걱정이 현실이 됐다. 안세영은 2일 인천공항 귀국 인터뷰에서 “더 잘하고 싶고, 더 잘 보여주고 싶어 힘이 많이 들어갔던 것 같다”고 했다. “하루하루 경기하는 게 재밌어야 하는데, 너무 결과에만 집착했던 것 같다. 성적을 내야 한다는 생각이 지나치게 앞섰던 것 같다”고도 했다.

안세영은 심리적 부담 외에 고질적인 무릎 통증도 떠안고 있다. 공격력 강화를 최우선으로 두고 플레이 스타일을 바꿔나가는 중이라 과도기의 시행착오도 따를 수 있다. 안세영이 세계 최강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헤쳐나가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안세영 독주 체제로 정리되는 듯하던 여자단식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왕년의 숙적들이 그 최전선에 서 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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