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해제하러 국회 가자' 추경호는 왜 한동훈 요청 거부했나

조현호 기자 2025. 9. 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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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저서에 "국회 가자, 계엄 반대 입장 내달라 요구 거부" 尹과 통화 탓?
특검, "尹 계엄 인지 시점 중요 포인트" 나경원 "계엄 해제 표결 방해는 불능범"
장동혁 "법의 탈을 쓴 정치깡패들의 저질 폭력"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7월 권오을 보훈처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추경호 페이스북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자택, 지역구 사무실, 의원실, 원내대표실에 이어 국민의힘 원내행정국까지 압수수색 범위를 확대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거센 반발에 나섰다. 특검은 추 전 원내대표를 '내란중요임무종사' 피의자 신분으로 두고 계엄 당일 계엄해제 표결 방해를 위해 윤석열 전 대통령 측과 협의했는지, 계엄을 언제 인지했는지 확인에 나섰다. 법원도 압수수색 영장을 추 전 원내대표의 임기 전체에 대한 자료까지 발부하면서 추 전 원내대표의 계엄 당일 행적이 재조명되고 있다.

추 전 원내대표의 석연치 않은 행적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상세히 기술한 자신의 저서 <한동훈의 선택 국민이 먼저입니다>에 등장한다. 한 전 대표는 책에서 12월3일 밤 계엄 직후 상황을 두고 “추경호 원내대표와 당사 3층에서 만났다. 몇 가지 의견 차이가 있었다. 나는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통해 계엄을 막아야 한다, 더 늦으면 국회가 봉쇄될 테니 지금 당사에 있는 의원들과 함께 신속히 국회로 가자고 했다”라고 썼다.

한 전 대표는 “반면 추 원내대표는 중진 의원들이 당사로 올 테니 그들의 의견을 들어보자고 했다”면서 “나는 당 대표인 내 결정을 따라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이에 더해 추 원내대표 명의로 계엄 반대 입장을 명확히 내달라고 했다. 하지만 추 원내대표는 당 대표인 내가 뜻을 밝혔으니, 별도 입장을 낼 필요가 없다고 했다”라고 썼다.

한 전 대표는 본회의장에 도착한 이후 계엄군의 국회 진입 소식이 구체적으로 들려왔고, 특수부대가 유리창을 깨고 들어온 상황을 들어 “계엄군이 본회의장에 진입하기 전에 국회의원 151명을 어떻게든 채워야 했다”라고 전한 뒤 “나는 의원들에게 계속 본회의장으로 와달라고 요청했다. 원내대표, 원내 수석 등에게도 직접 연락해 어떻게든 본회의장으로 와달라고 했다. 하지만 본회의장에 남은 의원 중에선 오히려 당사로 모이라는 원내대표 공지를 보고 '당사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고민하는 의원들이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한 전 대표는 108명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멤버인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도 우재준 의원과 박정하 당 대표 비서실장을 통해 '대표 지시 사항이다, 본회의장으로 오라'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올렸다고 전한 뒤 “그러나 원내대표 발로 국회 본회의장이 아니라 국민의힘 당사로 모이라는 메시지가 몇 차례 발신됐고, 본회의장으로 모이라는 내 메시지와 충돌했다”라고 썼다. 한 전 대표는 “이런 메시지 혼선 때문에 국회 본회의장으로 올 의사가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더 있었음에도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못했다”며 “나중에 몇몇 의원들이 그런 아쉬움을 표시했다”라고 기록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의총 집결 장소를 네 차례나 바꿨고, 여기엔 윤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동아일보는 3일 자 6면 기사 <[단독]추경호 압수수색 영장에 '내란 중요임무'… 尹 측근 조지연도 수사>에서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 추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오후 11시3분)→중앙당사(오후 11시9분)→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오후 11시33분)→중앙당사(4일 0시3분)로 총 네 차례 변경했다”라며 “추 의원은 계엄 선포 직후 홍철호 전 정무수석과 통화했고, 이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 및 윤 전 대통령과 잇따라 통화하기도 했다”라고 보도했다.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 사진=추경호 페이스북

4일 0시49분경 국회 본회의가 개최돼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나 추 의원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채 국회 원내대표실에 머무른 경위도 수사 대상이다. 박지영 내란 특검보는 3일 브리핑에서 압수수색 범위가 추 전 원내대표의 재임기간 전체인 점을 두고 “(혐의가) 의결 방해이긴 하지만, 계엄을 언제 인지했는지도 중요한 포인트”라며 “비상계엄 논의가 이미 지난 2024년 3월 정도부터 진행돼 그때부터 원내대표가 인지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모든 가능성을 오픈한 상태”라고 밝혔다. 박 특검보는 “여당 원내대표가 거기(계엄)에 관여했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으나 그에 대해서도 명확히 진상 규명할 필요가 있다”며 “법원 판사도 영장 발부한 것을 보면, 충분히 살펴볼 필요 있다는 법원 판단도 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답했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근거 없는 정치공세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계엄 당일 대통령과 당사에서 통화한 후, 제기된 의혹과는 반대로 의총 장소를 당사에서 국회로 변경했고, 동료의원들과 함께 국회로 이동했다”라며 “국회의장이 전화로 밤 1시 본회의 개최를 최종 통보했을 때 저는 의원들이 국회로 들어올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의장께서는 여당이 경찰에게 요청하라고 하면서 거절했고, 이미 의결 정족수가 확보됐다고 답했다”라고 해명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저는 국민의힘 의원 어느 누구에게도 계엄 해제 표결 불참을 권유한 적이 없다”면서 “오히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 직후, 정부에 국회의 요구를 수용하여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3일 특검의 압수수색 규탄 집회에서 “내란 방조죄가 우리 국민의힘에는 성립하지 않는다”라며 “민주당의 의석수만으로도 계엄 해제 표결이 충분히 가능한데, 우리가 방해한다고 해도 계엄 해제 표결은 이뤄지고 만다. 한마디로 계엄 해제 표결 방해는 불능범”이라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이어 “국회의원들의 표결 자유는 분명히 헌법에 규정되어 있다”라며 “표결 불참을 내란 방조로 단정하는 것은 헌법을 부정하는 행위”라고도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특검의 원내대표실, 행정실 압수수색 시도를 두고 “법의 탈을 쓴 정치깡패들의 저질 폭력”이라며 “국민의힘 사령부의 팔다리를 부러뜨리고, 야당의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저급한 정치공작”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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