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내란 종식 위해 특별재판부 설치해야 [왜냐면]

한겨레 2025. 9. 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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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지난 4월5일 오후 서울 경복궁 동십자각에서 연 ‘승리의 날 범시민대행진’에서 참석자들이 민주주의 승리를 외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신선우 | 미국 오클랜드대 교육학과 교수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우리 법원에 의해 기각되었습니다. 지난해 12월3일 내란 이후 지금껏 어느 사건 하나 쉽게 넘어온 ‘산’이 없었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 잠복한 역사의 퇴행과 복병을 또다시 만난 느낌입니다.

자신의 몸을 내어 주길 주저치 않은 용감한 시민들 덕분에 계엄군의 국회 진입을 막고 계엄 해제를 의결했지만, 이후 그런 불법 내란에 동조한 친위 쿠데타 세력을 솎아내는 일이 이토록 지난한 과제임을 절감합니다. 무명의 다수 국민들은 쿠데타를 맨몸으로 막았는데, 우리 사회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였다는 사법부 판사들은 계엄 세력에 대해 이토록 관대(?)하고 안이하게 대처하는지 안타깝습니다.

지금 각 부처 장관이 바뀌고 정부의 정책 기조가 변하고 있지만, 사법부는 여전히 개혁의 무풍지대로 남아 그 어떤 변화도 감지하기 어려운 난공불락의 요새로 보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부어야 한다’는 시대의 당위도 사법부의 절대 권위 앞에선 맥을 못 춥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입니다. 살벌한 군사정권 시절에 무소불위의 정권을 떠받치는 호위무사의 역할로 수많은 민주 시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던 사법부의 과오를 뚜렷이 기억합니다. 지금도 재심으로 무죄 판결이 속출하지만 진정한 반성은 없습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 지적처럼 우리는 ‘청산’이란 역사를 경험해 보지 못한 부끄러운 역사를 살아왔다는 질책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그리고 그런 불행한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친일 부역 세력을 철저히 단죄했더라면 윤석열 정권 아래서 친일 뉴라이트 세력이 독립기념관장을 비롯한 정부의 주요 요직을 차지하는 어처구니없는 인사는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만일 박정희 쿠데타 세력을 응징했더라면 전두환의 12·12 군사반란은 감히 엄두도 못 냈을 것이고 수많은 희생자를 낸 5·18도 없었겠지요.

역사에는 공짜가 없습니다. 일제 시대의 민족 반역자를 처벌하기 위한 ‘반민족 행위 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가 친일 세력에 의해 와해되는 과정은 안타까움을 넘어 여전히 우리를 분노케 합니다. 친일 세력 단죄의 실패는 오늘날까지도 우리 역사의 발목을 잡고 우리 역사의 진보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오늘날 20대 청년의 극우화를 우려합니다. 그 원인으로 갈수록 힘들어지는 취업 전쟁과 실업난 등 경제적 불평등과 부의 양극화 현상을 지적하곤 합니다. 우리 삶에서 먹고 사는 일 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는 측면에서 일면 수긍이 되는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파고들면, 정의 수호에 대한 신뢰의 배반과 우리 역사의 퇴행이란 시대 정신의 황폐화가 진짜 원인일 수 있습니다.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는 자본주의의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지만, 사람은 일상의 평온함 못지않게 고결한 영혼을 추구하는 정신적인 존재이니까요.

일신의 안위를 버리고 풍찬노숙하던 독립운동가는 3대가 망하고, 민족을 배신한 친일 모리배들은 3대가 떵떵거리며 사는 이 부조리한 현실에서 우리 젊은이들은 과연 무슨 희망과 역사의 정의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 우리 젊은이들이 이런 불의가 판치는 역사의 퇴행에 조소를 보내며 반기를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 모릅니다.

하여 이번 특검은 단지 윤석열 김건희의 개인 비리에 초점을 맞추는 역할을 뛰어넘어, 우리 역사의 과오를 바로잡고 우리 사회의 곳곳에 만연한 부정과 부패를 발본색원하는 제2의 ‘반민특위’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정, 역사를 두려워하고 정의와 양심에 투철한 특별재판부 구성이 그 선결 요건이라 하겠습니다.

지귀연 법관의 경우에서 보듯이 법원의 판사가 국민의 상식과 순리에 어긋나는 판결을 할 때마다 국민들은 분노하고 절망합니다. 논어에는 ‘무신불립’이란 말이 있습니다.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면 국가는 존립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선과 악의 경계를 나누는 준엄한 판결 앞에 국민 누구나 승복할 수 있는 정의의 최후의 보루로서 사법부의 역할에 대한 불신이 지금 극에 달해 있습니다.

일개 판사의 판결에 온 국민이 환호하고 때론 절망하는 현실 앞에서, 온전한 ‘제도적 개혁’만이 이 난국을 수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이라 믿습니다. 완전한 내란 종식과 개혁의 성패는 오직 양심과 정의에 입각한 특별재판부 설치에 달렸습니다. 조속한 특별법 제정을 위한 입법부의 분발과 사법부의 대오각성을 촉구합니다. 역사는 건너뜀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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